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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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30분에 따아모에서 영희를 만나기로 했다.

내가 31분에 차를 파킹하는데 창 안 실내에 그녀가

쇼캐이스 안의 케익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약 1분을 잔잔한 가슴으로 영희를 지켜봤다.

작지만 우아한 모습에 귀여운 여인을 연상시키는 아이.

7년만의 만남이라 좀 떨리기조차 했다.

"영희야!"

우린 바로 허그를 하고 영희가 시켜준 커피를 마시며

3시간을 장장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직도 네 시아버지 김치 담그시니?"

"서울대 출신의 네 시어머님 여전히 꼬장꼬장하셔?"

"엉뚱한 네 아들 아직도 엉뚱하고 길치냐?"

뭐 주로 가족 이야기들인데 정말 신기한 건 모든 게

7년전 그대로였다.

아들이 군대를 가고 제대를 했다는 게 다르고 남편이

현재 남극에 연구차 가 있다는 것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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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가리개를 한다고 늘 길다란 머풀러를 감고 다니던

그녀는 운동을 열심히 한 탓에 살이 쏙 빠져 있었다.

돈에도 그닥 관심없고 착하고 상처를 잘받던 영희는

나의 전화에 "이자식 살아있었구나~~" 라고 했다.

남자도 아니고 나보다 어른도 아닌데 영희는 늘 그런 식이다.

나를 감싸주고 늘 봐주는 입장이라고나 할까.

그 앞에서 나는 영락없는 철부지 동생같은 신세다.

시누이랑 친구이다 보니 한번씩 내게 협박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늘 보드랍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여전히 모자에 커다란 벨트가 있는 상의를 입은 영희를

보자니 우린 늘 그대로인데 세월은 왜 그리도 많이 흐른건지.

주로 아이들 대학 간 이야기에 아들 군대 이야기에 남편

버룻이야기에 웃다가 거기서 또 파생되는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 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이다.

10시 반에 하는 수없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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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 시아버님은 유명한 영화감독님이시다.

무슨 날이면 영화배우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그런 아버님의 취미는 김치담그기시다.

김장도 늘 아버님이 담근 거라면서 얻어오곤 했다.

그런 영희의 남편은 대학교수로 둘째 아들이다.

문제는 아버님이 거의 첫째와 첫째 손주에게만

모든 신경이 쏠려 있다는 건데 이북사람들의 특징인

그런 장자 선호사상이 서울사람인데도 강하다.

야~~그럼 빌딩은 어떻게 되는거야?

내가 묻자 영희의 대답은 늘 그렇듯이 웃으며

구수한 저음의 목소리로 "몰라~" 한다.

현재 삼성동에 사는데 방이동쪽으로 이사를 오겠다고 한다.

나랑 가까워져서 좋긴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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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과거에 친했으면서도 영희가 산을

좋아한 걸 여태 몰랐다.

우리는 북한산 영봉쪽으로 산행을 계획하고 일어났는데

여자치고 나의 안나푸르나에 대해 그렇게 자세히

잘 아는 여자는 첨이다.

그녀에게는 침낭도 온도 몇 도에 따른 침낭 뭐..이렇게

용도별로 다 구비되어 있고 등산용품에 대한 남다른

지식을 갖고 있었다.

대학때 남편과 산행을 하면서 가까워졌고 그래서 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었다.

전혀 그렇게 안 보이던 아이가 갑자기 활동적으로 보이면서

더 사랑스러웠다.

영희는 늘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아이였는데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서 밤새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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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1. 도토리

    2012년 2월 11일 at 5:29 오전

    사진.. 어디에서 찍으신겁니까…
    길고 긴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조각 예술품…

    부연 설명 부탁드려요..^^*   

  2. Hansa

    2012년 2월 11일 at 5:36 오전

    돌조각의 정교함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얼마전 다녀오신 스페인 어디?인가요..

       

  3. Lisa♡

    2012년 2월 11일 at 10:37 오전

    도토리님.

    제가 시간상의 이유로 스페인을 다 올리지 못했어요.
    저 조각상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성 파미리아 성당의
    외벽에 새겨진 조각입니다.
    아주 아름다운 조각들로 뭐 기가 막힙니다.
       

  4. Lisa♡

    2012년 2월 11일 at 10:38 오전

    한사님.

    바르셀로나에 있는 성 파미리아 성당입니다.
    꼭 가실 겁니다.
    아주 아름다운 성당이지요.
    제가 따로 포스팅 한다는 게 맨날 늦어져서 말입니다.   

  5. 벤자민

    2012년 2월 11일 at 1:15 오후

    친구분 영희씨남편은 혹 철수씬가요? ㅎㅎ

    스페인이 요즘도 참괜찮은나란데
    왠지 유럽의 변방처럼 취급을받아요   

  6. Lisa♡

    2012년 2월 11일 at 2:06 오후

    벤자민님.

    철수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매일 후회하고 있을지도..
    스페인요?
    변방취급을 하던 말던 그닥 신경 안쓰는 건
    아닌가요?
       

  7. 리나아

    2012년 2월 13일 at 5:54 오전

    친구가 취미도 비슷하니… 올해 산 많이 다니겠네요 ^^
    이른 봄부터 활기차보인다는…

    내도 친구 `영희`가 있는데… 영희 참 많은것 같아요
       

  8. Lisa♡

    2012년 2월 13일 at 9:49 오전

    리나아님.

    산 아마 그 친구랑 보다는
    다른 친구랑 많이 다닐 건데
    거기에 그 친구도 끼겠네요.
    갈수록 산과 친한 이들과
    가깝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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