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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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과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이야기 중에 ㅅ의 남편이 그녀 남편과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면서 내년에 명퇴라더라.

너네 남편은 명퇴아니니?

비슷한 나이라 그냥 자연스레 물어봤다.

ㅊ이 대답하길 약간 비웃음이랄까? 혹은 가치없는

질문에 대한 코웃음이랄까?

"우리 남편은 임원이야!"

아—임원? 임원은 명퇴가 없구나.

"임원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거든~~"

아—맞다. 맞다.

임원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거 안다.

어머, 좋겠다~~얘, 부럽다~~얘,세상에 그렇구나…

연봉도 꽤 높겠다~~얘, 넌 좋겠다.

사실 진짜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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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한 남편을 둔 친구들이슬슬 늘어나는 나이다.

임원 남편을 둔 친구들은 너무나 부러운 세상이다.

남편의 직업이나 돈벌이에 따라 사는 게 달라지고 보면

누구나 다 그런 현실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S그룹 임원의 아내들을 본의 아니게 많이 안다.

비교도 안될만큼 잘들 살고 있고, 삶 자체가 우아하다.

어지간한 사업하는 사람들의 뺨을 치고도 남는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연봉액이 상당하고 보너스가 한 번

나올 때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건 눈에 보인다.

그래서인지 남편 얼굴보기는 힘들다고 투덜대면 그것조차

얄미워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런 남자들 내 남편과 다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자기관리 하느라 운동을 하고 무엇에도

정말 부지런하며 열심이고 늘 공부한다.

그냥 얻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부인들도 새벽을 마다않고 일어나 와이셔츠 대령에 아침

영양식에 힘쓴다.

나와 남편은 곧 죽어도 따라가지 못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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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학을 나와도 어디로 빠지느냐가 중요하고

어떤 줄 뒤에 서느냐가 인생을 좌우하고 그 후에도

순간의 선택들이 모두 하나하나가 중요하기 이를데 없다.

한 때 힘들어 직장을 그만두려고 했던 아주버님은

참고 그냥 다닌 덕에 지금은 승진을 거듭해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

가족모임에서도 늘 자연적인 주눅이 그 앞에 서면 든다.

남편을 봐도 젊었을 때 좀 편하고팠던 알량함 때문에

그다지 성공하지를 못했다.

누구는 성공을 어느 기준에 두느냐가 다르다고 하지만

세상이 말하는 성공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부모들은 자기자식이 제법 공부를 하면 다 눈부신 성공을

하리라는 기대를 한다.

누구나한 때 그런 유망주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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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끼어드는 생각들 중에는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지..

저 많은 아파트나 밀집한 집들에는 다들 누가 사는지..

어디서 어떻게 생활비들을 벌어서 살아가는지 참 경이롭다.

더러는 절로 돈이 벌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더러는

죽기살기로 겨우 벌어 입에 풀칠하는 삶도 있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을 예로 들어지는 건 자명한 일..나는 과연 어찌

입에 풀칠을 하고 살아가는지 ..따져보게 된다.

스스로 노력하는 건 없이 남에 의해 살아가는 인생이련가

싶다가도 이런 걸 행운이라고 해야하나, 아님 복이라고 해야하나

싶다가 스스로 무섭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해진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삶에서 막막함을 느낄까?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때문에 두려워할까를 기억한다.

편하게 산다치면 그리 사는 나도 이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해결하지 못할

의문들이 일어나면 그날은 괜히 속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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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雲丁

    2012년 2월 12일 at 9:10 오전

    누가 살아 남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삶,
    명퇴라는 것도 아직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공감이 가는 좋은 글입니다.
    건강하세요.   

  2. 벤조

    2012년 2월 12일 at 9:52 오전

    임원이 되는 건 곧 그만둘거라는 걸로 알았는데…
    아무튼,
    부자는 자랑하라는 자리가 아니라 베풀라고 있는 자리.
    자기 자랑만 하는 부자, 하나도 안 부럽지요.
       

  3. Lisa♡

    2012년 2월 12일 at 10:29 오전

    운정님…큰일입니다.

    제 남편도 곧 그런 나이가 되는데..
    앞으로 살아야 할 기간이 30년이
    넘는데 어찌 살아야할지….하지만
    젊은이들에게 또 자리를 양보하기도 해야하구요.
    에궁~~~   

  4. Lisa♡

    2012년 2월 12일 at 10:30 오전

    벤조님.

    남에게 많이 베풀고 싶어집니다.
    계속~~베풀며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ㅎㅎ   

  5. 좋은날

    2012년 2월 12일 at 11:59 오전

    베풀어서 인색함을 피하라.. 는 글귀를
    법구경이라는 책에서 취햇습니다.

    꼭 그렇게 임원이되고 돈 많이 벌어들이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는 각자 나름의 가치관의 차이겠지요.

    50중후반을 가면서 세상을 보니
    진짜배기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돌아봐야 할
    나이쯤에 서있었습니다.

    진정 누구의 삶이 고된 삶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는 저녁입니다.

       

  6. Lisa♡

    2012년 2월 12일 at 12:11 오후

    좋은날님.

    저도 그 나이가 되고보니 정말 참된 삶이 어떤건지
    그리고 만족할만한 가치가 있는 삶은 또 어떤건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전과 돈에 대한 가치도 많이 달라지긴 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욕심도 마찬가지구요.
    많은 것에 포기라기보다는 결국 참되고 마음이
    편한 것들에 가치를 두게 되는 건 사실입니다.   

  7. Beacon

    2012년 2월 12일 at 2:43 오후

    ^^   

  8. Lisa♡

    2012년 2월 13일 at 2:07 오전

    고된 삶이 누구나에게 있겠지만

    비컨님도 힘내세요~~화이팅!!   

  9. 수레수국

    2012년 2월 13일 at 7:35 오전

    인생이 내뜻대로 안되는 거라서…   

  10. Lisa♡

    2012년 2월 13일 at 9:51 오전

    수레수국님.

    맞습니다.
    내 뜻대로 된다면 세상에 고민이 없겠지요.
    고된 삶입니다.
    누구에게나…아무리 행복해 보인다고 해도
    거기엔 나름대로의 고됨이 있구요.
    그래도 힘 매야지요~~~   

  11. まつ

    2012년 2월 16일 at 4:29 오전

    이 글을 읽으니 새삼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됩니다.
    사는 방법이나 가치관, 수준은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삶은 고되고 어렵고,
    그러면서도 각기 다른 빛깔의 행복이 있는 것이겠죠.

    그,런,데,
    임원은 명퇴가 없지만,
    임원은 통상 한도가 2~3년입니다.
    이 기한을 마치고도 발령이 안나면 그냥 집에 가야 한답니다.
    명퇴 안한다고 해서 무한정이 아닌데
    그 친구분은 뭘 믿길래 그렇게 임원임을 내세울까요? ^^
    그 임원에서 오래 살아남기가 너무 힘들어서
    (대부분 2~3년, 임원되고 한 번으로 끝나는 사람이라던데요)
    차라리 임원 안하겠다는 사람도 많고
    할 일이 아니라는 사람도 많습디다.
    뭐 그리 부러워 할 일이 아닌 것 가토요.^^

    건강 잘 챙기시고 힘내시고 즐겁게 지내시길요.
       

  12. Lisa♡

    2012년 2월 17일 at 12:10 오후

    마쯔님.

    임원도 다 수명이 있겠지요.
    그래도 하는동안은 부러워요,
    그렇지만 속이야 뭐 모르지요.
    어떤 지를..
    그 친구 남편을 존경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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