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잠실 롯데월드까지 보통 때 넉넉잡아도 20분이다.
아침 7시 50분에 콜택시를 불렀다.
미안하지만배차할 차가 없다는 문자가 왔다.
차를 갖고가서 친구네 아파트에 두고 가야하나..고민을
잠시 하다가 그냥 나갔다.
택시는 불안하기 그지없게 만들었다.
한 대도 지나가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다가 경비아저씨가
그냥 버스를 타고 번화한 곳으로 가서 택시를 타란다.
무주리조트행 9시 차를 예약했는데 이미 8시 30분이었다.
버스를 타고 내려 겨우 택시를 타고 4분전에 도착했다.
70살 가량된 기사아저씨….바쁠땐 나이드신 분들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주로 밀리는 차선으로 가고, 안전위주로 몰기 때문에 미친다.
결국 바쁘게 내리다가 7만원하는 모자를 두고 내렸다.
일행들은 이미 다 착석을 하고 있었고
내 자리는 예쁘게잡아놓았다.
예상과는 달리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버스 안은
거의 모든 자리가 다 차있었다.
대부분이 대학생들로 재잘재잘거리고 뭘 먹고
전화기로 셀카를 찍느라 정신이 없는 중이었다.
헉헉…놀랬잖아~~못탈까봐…근데 내 모자 어디갔지?
그렇게 히말라야에서 실컷 쓰긴 했지만 분실사고를.
3시간이 걸려서 무주리조트에 도착했다.
눈이 제법 내리고 있었고 바람도 세찬 편이었다.
비가 온다는 뉴스에 걱정을 하긴 했지만 다행하게도
눈이 보이니 그나마 안심이었다.
덕유산은 설경이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상고대를 보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기대했던 주목군락과 중봉 쪽 설경은 2주 전이 제일
좋았다고들 한다.
약간 늦긴 했지만그래도 그런대로 만족할만은 하다.
무거운 배낭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산장으로 갔다.
향적봉 아래에 위치한 산장주변은 바람이 없었다.
그런 곳에서 서서 먹는 음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어설픈
모든 것이 다 재미있고 맛있기만 하다.
우리 주변에 200명 이상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 오가고 있었다.
곤돌라가 생긴 이후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서 오래 전부터
산행을 즐기던 이들은 실망하는 눈치다.
두부와 삼겹살과 파까지 썰어서 가져온 다른 팀의 준비물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닭살커플 숙이가 문자다.
자기 남편이 설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는 문자.
너무 놀래서 바로 넘어지면서 카메라가 깨질 뻔 했다.
카메라 렌즈에 그때 뭐가 잔뜩 묻었는데 그래서인지
사진마다 중간이 뿌옇다.
이제야 발견하고 닦았다.
등산이고 설경이고 바로 혼자 인터넷으로 설암에 대해
찾고 난리를 치자 다들 지금 뭘 어쩌겠냐며 말린다.
다행한 건 좀 일찍 발견한 모양이다.
바로 수술날짜가 잡혔다고 안심이 된단다.
주변의 친한 이들이 큰 병에 걸리면 정말 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갑자기 무서워진다.
오는내내 늘 가슴이 쫄리고 두근거리고 신경이 쓰였다.
눈길을 한발씩 걸을 때마다 훈씨를 위해 빌어보기도 했다.
다 잘 되겠지..
단소리
2012년 2월 15일 at 1:35 오전
제1착으로 글…(1착 아니면 안써…^^)
암…. 그거 별거 아니지요.
독감보다 못하거나 오히려 비슷한 거…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섭생하면서, 삶에 대한 미련을 조금씩 버리면서…
살다보면… 어? 하면서 그냥 살아져요.
지레 포기하고 호들갑 떨고 하다보면, 암이란 놈이 더욱 급격하게 자라거든요.
암은…. 마치 현대인의 마음 구석처럼 공포와 미련, 성화, 포기, 절망, … 뭐, 이런 부정적인 것을 먹고 자라는 외계인(?) 이거든요.
너무 씰데 없는 말로 오늘을 미쁘게 하여 미안해지려 하네요.^^
즐거운 하루 되시므니다.
Lisa♡
2012년 2월 15일 at 1:58 오전
단소리님.
저도 혀에 혓바늘이 잘 돋는 체질이라
은근 겁났었는데…마음 푹 놓을께요.
섭생 잘 하면 되는 거죠?
강정애
2012년 2월 15일 at 6:41 오전
세상에나!
리사님!
친구남편 설암진단 소식에
놀래서 넘어지기까지?
리사님!
나하고도 친구합시다
pleas!
Lisa♡
2012년 2월 15일 at 9:50 오전
그럴까요?
절친이고
그 남편과도 오래된 친구입니다.
ㅎㅎㅎ…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소리울
2012년 2월 15일 at 11:27 오전
산을 무지 좋아하게 되었습니까?
설경 좋은데요.
사는 건 죽음 을 안고 가는 거라고
Lisa♡
2012년 2월 16일 at 12:29 오전
소리울님.
죽음을 안고 살아간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마음을 비운지 오래지만 그래도…어쩔 수 없는
모지란 인간인지라 놀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산을 무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왠지 자꾸 산에
가까워진다는 그 느낌만은 지울 수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