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8 우리의 규칙이다.
6시에 일어나 7시에 아침을 먹고 8시에 나간다.
8시에 정확하게 혁이아빠가 우릴 데리러왔다.
우리를 한라산 입구에 내려주기 위함이다.
아침은 어제 숙취해소겸 왕통해장국에서 뜨끈하게
먹은 후라 든든하고 속도 풀렸다.
나보다 히레사께 한 잔과 맥주 한 잔을 더 마신
룸메는 속이 쓰리고 어지럽단다.
그러던 말던 우리는 계획을 진행해야만 혀~~
혁이아빠가 오늘은 날씨가 한라산 못갈 것 같으니
그냥 사려니숲으로 가란다.
아니아니아니되오~~ 우린 한라산 가려고 왔딴 말이오.
그럼 영실로해서 윗세오름만 가란다.
아니아니아니되오~~우린 백록담을 가야만 하오.
그래—-써 성판악에 우릴 내려주고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던 혁이아빠를 애써 무시한 채 바로 아이젠을~~
성판악 길은 완만하고 길 자체가 매력이 없이 아주 지겹다.
하지만 걷기에 편하고 만약의 폭설에 대비해 우린 편한 길로.
처음엔 백록담 갔다가 관음사로 내려올 예정이었다.
눈보라는 갈수록 거세어졌고 얼굴을 때리는데 상당히 힘들었다.
바람은 겁나불고, 스포츠안경에는 계속 김이 서린다.
과연 우리가 올라가는 게 능사일까를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 올레를 걷던 이교수는 우리보다 500미터는 앞서서 성큼간다.
눈이 그리 오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12시까지 진달래휴계소까지 못가면 백록담은 통제된다고 안내문이
곳곳에 적혀있었다.
사라오름쯤 갔을 때 내 손가락이 찢어지듯 땡기면서 시리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맹렬하게 추워지기 시작했다.
보통 걸으면 덜 춥고 땀이 나는데 으슬거리기까지..게다가 지루했다.
산은 언제나 쉽게 볼 게 아니고 한 칼을 숨기고 있다.
무모한 도전이나 등반은 절대 무리라는 걸 안다.
빵꾸똥꾸와 나는 그냥 내려가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가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 게 뻔하고 하늘은 시커먼 먹구름만
가득했고 백록담은 보이지도 않을 게 뻔하고, 바람이
아무래도 우리를 엉뚱한 곳에 데려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혁이아빠 말을 들어야 했다.
지난 토요일이 한라산은 압권이었단다.
그날 사진을 보니 장난이 아니었고 한라산 산악회(제주거주)는
우리가 흔히 가는 길이 아닌 소위 아무도 모르는 길로 가서
4개의 텐트를 치고 자고 왔다고 한다.
30키로 이상의 짐들을 지고 러셀(눈길에 길트기)을 하며
다녔다며 환상이었다고 한다.
이교수에게 혹시나 전화를 했더니 눈보라 속에서도 받는다.
하산합시다!!! (그녀는 계획대로 안되면 삐진다)
퉁명하게 알았다는 소리가 들리더니잠시 후에 내려왔다.
총 걸은 시간은 3시간 정도..성판악 휴게소에서 오미자차를
마시며 의논을 하고 <사려니숲>으로 가기로 합의를 봤다.
제주인들의 특징 중 하나가 거세고 많이 퉁명스럽다.
사려니숲까지 12000원을 달라고 하는 택시기사에게
버스 한 정거장 거리라좀 싸게 해달라고 했더니 가던지
말던지 배짱이었다.
게다가 분명히 제주시내로 나갈때 혁이아빠가 15000원이면 간다고 했는데
25000원을 받아야 한대서 제주사는 친구가 15000원이라던데요
하니 그럼 그 친구 불러서 가라고 쏴붙인다.
한 달 이상을 제주를 돌은 이교수 말이 제주사람들 근성이
있고 성질이 대단하며 친절한 사람들이 거의없단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좀 그런 편이라는 걸 늘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근 매력이 있는 성깔들이다.
사려니숲은 제주인들이 추천하는 삼대추천 장소 중에 하나이다.
거문오름, 절물휴양림, 그리고 사려니숲이다.
거문오름은 아이젠이나 스틱 사용도 안되고 아주 까다롭다.
사려니숲은 걷는데는 4시간 이상이 걸린다.
12000원을 주고 우린 사려니숲으로 향했는데
아뿔사~~ 생각은 했는데 눈이 몰아치면서 사려니 숲 앞에
파는 간단한 먹거리 차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점심을 굶어야만 하는 현실에 이미 3시간을 걸었지
앞으로 4시간을 걸어야하는데배가죽이 붙을지도 모르는
이교수는 어쩌고, 먹성좋은 나와 빵꾸똥꾸는 어쩐단 말이냐..
우린 가방에서 행동식을 죄다 꺼내들고 먹으며 걸었다.
사려니는 아이젠을 필요로 했고 인적이 드물어 오히려
성판악길보다 훨 좋았다.
약간 삐지려했던 이교수가 마음이 확—하고 풀린 장소가
되기도 했다.
일행끼리도 서로 말없이 따로 걷는다는 게 너무 좋았다.
사려니가 우리를 달래주고 안아주었던 장소는 삼나무 숲이었다.
우리의 탄성이 흘러나오고 삼나무숲으로 내리는 눈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사려니숲을 빠져나온 우리는 히치하이킹 족이 되었다.
트럭을 타고 제주로 나와 트럭이 내려준 곳에서 택시를 타고
(트럭 안에 타고 있던 세 남자도 제주사람이 아니었기에 얻어타기가
가능했다고 본다..게다가 웃겨 죽을 뻔 했다)
돈사돈 유명한 고깃집으로 향한 우리는 헉헉소리를 내면서
먹어치운 후, 다시 모던타임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 이교수의 독일유학시절 과거를 다 실토하게 만들었지만..
오현기
2012년 2월 19일 at 4:38 오전
눈덮인 겨울산이 참 좋군요…
급 산에 가고 싶다. 형제봉이라도 go..go…
Lisa♡
2012년 2월 19일 at 6:25 오전
지금 북한산?
추위나 풀렸을래나…..흠….
푸나무
2012년 2월 19일 at 10:48 오전
겨울사려니 숲….
삼나무 여름에도 좋았는데….
부러운 여인 1호로
리사님 내 사전에 등재시킬까?
Lisa♡
2012년 2월 19일 at 11:20 오전
푸나무님.
여름이 제일 이랍니다.
겨울 삼나무 숲이 여름만 하리오~~
등재해도 되겠습니다…후후후.
앞으로 계속 그리 남으려고.
바위섬
2012년 2월 20일 at 12:37 오전
올리신 글 보니 당장에라도 제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네요
재작년 여름에 비자림숲엔 가봤는데…그곳과 연결되나요???
Lisa♡
2012년 2월 20일 at 2:42 오전
비자림로에 1번 입구가 있습니다.
성판악과 가까운 거리지요.
비자림로에서 입구 쪽으로 조금 걸어들어 가는 거리입니다.
말그미
2012년 2월 20일 at 4:32 오후
눈 온 제주!!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짐작이 갑니다.
게다가 침 흘리게 만드는 ‘돈’구이까지…
부럽 1호 리사 여사!
Lisa♡
2012년 2월 20일 at 11:46 오후
말그미님.
담에 가시면 꼭 가보시길…
자주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