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확한 금귤 3상자를 준혁아빠가 던져놓고 갔다.
그 첫 수확이라는 느낌이 주는 건 연하고 상큼한 맛이었다.
낑깡이라는 말로 만난 금귤은 중국이 원산지이다 보니 자연
이름이 그렇게 불리워지기 시작했나보다.
감기예방에 탁월하고 기침에도 좋다고 하는 금귤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에 살다보면 타지에서 오는 이들에 대한
접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귤이라고 한 상자 쥐어보내야 맘이 편할 것이고 회라도 한 접시
같이 땡겨야 뭔가 했다는 든든함이라도 가질 것이다.
그러다보면거기에 드는 경비라는 게 만만치 않을 걸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이아빠는 반가운 얼굴로 우릴 대했다.
더 하지도 않고 덜 하지도 않은 태도를 가지기란 쉬운 일 아니다.
무작정 찾아가는 방문객을 웃으며 맞이하는 자체만으로도 고마운데
어떻게 이 원수를 갚아야 하나 목하 고민 중이다.
내가 등산화가 달린 가방을 전철 안에서 일단 의자 위에
놓고 책을 꺼내느라 서서 챙기는데 옆에 앉으려던 아줌마가
질색하는 소리로 신발이 의자에 올라와 있다며 호들갑이다.
-아, 이 신발 깨끗하고 아무 것도 안 묻었어요. 곧 치울 겁니다.
그러자 어딜가는데 그렇게 중무장이냐고친하게도 묻는다.
-네, 한라산 가보려구요.
자기도 한 때 한라산 백록담을 가 본 적이 있다면서 회상한다.
대꾸하자니 귀찮고 가만있자니 그녀가 무안하리란 생각이 들어
주춤거리며 책을 펴들자 썬글라스를 꺼내더니 잠을 청한다.
무작정 친하게 구는 아줌마들의 특징이 우스워 귀엽게 봐준다.
옆의 배낭은 제주 면세점에서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었다.
단단해 뵈는 모습에 수납이 상당히 잘 되게 처리되었고 재질이
튼튼하고 다부져보이며 안에도노트북은 물론 공간활용이 좋다.
비싸서 구경만 하고 왔지만 사고싶다.
지하철 5호선을 타고 김포공항에서 내리니 바로 공항과 연결통로다.
정말이지 깜짝 놀라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 편리한 세상이라니.
게다가 인천공항까지도 김포에서 다시 코레일을 이용하면 된다.
차비도 공항버스의 반 값 정도이다.
김포공항에서 내리자 앗~~~~~~~신분증을 두고 온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보면서도 다 두고 간단하게 경비와 카드만 챙겼다.
어쩌나 나 뱅기 못타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말이 통하는 우리나라아닌가?
역쉬…신분확인하는 코너가 따로 있어 쉽게 해결이 되었다.
오히려 신분증이 없으니 항공권에 도장 하나 턱 찍으니 따로 주민등록증
꺼낼 필요없이 일사천리다.
그러나 돌아오는 면세점에서는 암 것도 살 수 없다는 점.
확실하게 신분증을 보여줘야 하고 400불 이상은 1불도 허용없다.
술도 무조건일인일병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아무 것도 살 수 없었기에 돈 굳었다.
지난 번 경주에 다녀 온 뒤 올린 글에 경주를 잘 아시는 분이
숨어있는 경주비경을 알려준 적이 있다.
서울도 다녀보면 잘 알지 못하는 숨은 장소가 아주 많다.
제주도도 마찬가지로 알려진 곳도 좋지만 숨어있는 비경이나
볼거리가 따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 하나 추천하자면 ‘김영갑 갤러리’이다.
일부러 그 하나만을 위해 갈 필요는 없지만 올레를 돌고 있거나
돌계획이 있다면 3코스에서 가까운 김영갑갤러리를 추천한다.
이번에 나도 가지 못했지만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사계절동안 사진에 담아 간직하려 한 그의 제주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요절하고 없지만 그가 남긴 책 <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먼저 읽고 간다면 더더욱그가 전하고자 했던 감정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늘 제주에 가면 알려진 곳만 반복해서 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혁이아빠나
돌고 돌아다닌 이교수 덕에 가볼만한 곳이 많이 생겨 마음이 바쁘다.
오공
2012년 2월 21일 at 1:13 오전
에이,,김영갑 갤러리.는 제주에 가면 꼭 가 봐야할 곳 1순위라 할만큼 유명한 곳이자나요….
또 다른 숨은 곳 알려주세요~~~
Lisa♡
2012년 2월 21일 at 1:29 오전
헉————1순위.
꼭 1순위라기엔 그렇고 3코스를 갈 때
들리면 좋은 곳이라니깐…ㅋㅋ
내가 말했자나여~~~사려니숲, 절물휴양림, 거문오름.
그 외에 윗세오름?
근데 직접 가본 후에….비 콘티뉴~~~후후.
내가 가장 가고픈 곳은 제주산악인들만 간다는 한라산 코스.
무무
2012년 2월 21일 at 3:46 오전
김영갑갤러리는 제가 제주 가면 언제나 가는 곳.ㅎㅎ
생전에 뵌 적 있어요.
작품 안파시는 것으로 유명한데 작품도 샀구요.ㅎㅎ
돌아가시기 얼마 전 이었는데 작품 사고 싶다고 하니까
떼쓰는 사람이 누군지 보고 싶다고 일부러 나오셨어요.
우리처럼 떼 쓴 사람이 별로 없었나봐요.ㅎㅎ
기분 좋게 기념 촬영도 하고…
참 맑은 분이란 느낌과 제주사랑 그리고 열정에
우리 일행이 모두 감동이었죠.
돌아가셨단 소식 듣고 부조금도 보냈는데..ㅎㅎ
도토리
2012년 2월 21일 at 4:30 오전
저도 김영갑갤러리… 갈때마다 가고 싶은 곳이예요.
옛날에 제주에 살 땐 산방굴사 아래 커다란 바윗속 동굴을 탐험하듯 돌아다닌 적이 있었어요.
그 안에는 운동장만한 광장이 있었고
바다가 보이는 절벽을 만나기도 했지요.
20대에 만났던 기기묘묘한 곳.. 이젠 또 느낌이 다르겠지요.
……^^*
지해범
2012년 2월 21일 at 6:01 오전
이것도 기록해둬야 겠어요.
나중에 가보게…
‘나중에..’라고 늘 미루어온 내 인생…
Lisa♡
2012년 2월 21일 at 6:35 오전
역시 무무님.
맞네요~~
작품사진 한 번 올리세요.
실제로 만나 사진까지..
맑은 분은 표가 나지요?
무무님 우리도 빨리 봅시다.
Lisa♡
2012년 2월 21일 at 6:37 오전
도토리님.
산방굴사 아래 저도 조금은 알아요.
그 절벽 아래
바닷물과 산물이 만나는 곳도 알구요.
거기서 우리 가족이 여름휴가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운동장만한 곳도 가봤답니다.
그 쪽도 아주 좋았던…그 아래 유명하고
허름한 횟집이 있었는데..이름 기억이 안나네요.
정말 산방굴사 그 주변 기기묘묘했어요.
그 말이 딱입니다.
Lisa♡
2012년 2월 21일 at 6:37 오전
지기자님.
그래도 일단 기록은 해둬야 합니다.
나중에 기억나서 찾으려고 하면
아리송하거든요.
얼른 떠오르지도 않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