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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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할 때나 설겆이를할 때 라디오는 필수다.

비오고 축축한 날 라디오에서 나오는 53살의 아줌마

멘트가 확 깬다.

"이틀 전 헤어진 남자친구가 생각나서 우울해요"

조영남처럼 그런 걸 초월한 남자도 방송멘트에서

어울리지않는 말이 나오자 당황하는 눈치다.

최유라도 말을 잠깐 잃은 듯..분명 50대가 넘은 여자에

목소리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평범한 지극히 평범한..

50-60대 여자의 남친에 대해 그렇게 너그러운 사회였던가?

알고보니 그 여자는 15년 전에 사별하고 7년 전부터

사귀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도 역시 부인과 사별했단다.

헤어진 이유에서 나는 웃음이..나도 모르게….소리내서.

<인색함>이었다.

비도 오고 정 때문에 생각은 나지만 다시 만나고픈

마음은 전혀 없다는 아줌마…어찌보면 아직 못벗은 소녀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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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하다는 말을 이미지화 시키면 모든 물이

말라버리는 상상을 하게 된다.

나 또한 인색한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

인색한 사람은 재미도 없고 인간성도 부족하고

무엇하나 편한 구석이 없다.

요즘은 그렇게 인색한 사람은 보기 드물기도

하지만 아주 부자인 경우에 인색한 이들이 더러

있어 보인다.

아는 이 친척 중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CEO가

있는데 친척들이 고개를 젖는다.

아이들이 세배를 하거나 대학입학 축하자리가 있으면

20살 30살이 넘은 아이에게 언제나 한결같이 만원을

준다는 것이다.

요즘 만원은 옛날 천원이나 마찬가지다.

만원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고 자기 아이들은 십만원씩

받아도 9만원을 도로 토해내진 않는다고 한다.

만원이라도 주니 다행이지~~~그것마저 안주는 이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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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한 집에 만원씩 걷어서 경비들에게

떡값이라도 주던 인정이 어느 새 없어졌다.

알고보니 관리비에 자동으로 추가되어 걷혀지고

있었다.

나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늘 명절엔 경비들에게

따로 봉투를 전달한다.

동네어른들이 비교적 부유한 이들이 많은 것 같아

한 번은 물어봤다.

따로 봉투 주는 이들이 좀 있는지.

경비가 씁쓰레 웃으면서 10%도 안된다고 했다.

작은 동네이다 보니부재 중인 집들도 그렇고,소소한

짐들을 다 들어다주고,개인적인 비서처럼 구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걸 잘 안다.

내 경우도 차가차고로 들어가지않고집 현관 앞으로

대면 아저씨가 자동으로 짐이 무겁구나 싶어 장갑을

끼고 나와서 집까지 무거운 짐들을 다 넣어준다.

나만 그런 게 아니란 걸 안다. 그래도인정이 메말랐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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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보면서 인색하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그래서인지 작은 언니, 작은 오빠가 딱 닮았다.

엄마는 혼자 자랐고, 피난을 와서 처음에 엄청난

고생을 하며 6남매를 키웠다.

그래서인지 남에게 주는 일도 얻는 일도 없이

깨어지지않는 호두껍질 같은 사람이었다.

나중에 내가 케익을 사다주면서 동네 할머니들과

나눠 드시라고해도 그러질 않고, 가만보면 나눔이라는

것 자체가 몸에 배이질 않았다.

그 고생이 나를 편하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엄마는

대단한 땐땐모찌였다.

반면 아버지는 새 옷을 입고 나가면 길에 있는 거지를

주고오는 일이 빈번해 엄마가 골치를 앓은 일이 여러 번.

아버지는 남에게 주는 돈이 우리에게 주는 돈보다 많았다.

아버지의 그런마인드가 자식들에게 복을 주지 않았나 할 때가

자주 있다. 그럼 결국 내 복은 아버지 탓?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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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김술

    2012년 3월 9일 at 2:54 오전

    어떻게 날이면 날마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실 수 있나요?
    정말 버라이어티한 삶을 사신건지,
    이야기를 옮기시는 재주가 있으신건지,
    어쨌거나 참으로 화수분같은 분이십니다.
    함 봅시다!!!   

  2. Lisa♡

    2012년 3월 9일 at 8:50 오전

    그럴까요?   

  3. 풀벌레

    2012년 3월 9일 at 8:59 오전

    저도 그 방송 들었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었습니다.
    방송내용을 사전에 조율한다고 생각하면서,
    실수인건가? 했었더랬죠.

    인색해서 헤어졌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헤어지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많아서 그런 것이지
    결혼해서 묶인 것도 아니고,
    책임져야 할 애들도 없고,
    집이라던지 헤어짐으로 겪게 될 불편함도 없으니,
    헤어질 만한거죠.
    살다보면 그 보다 못한 이유로도 헤어지고 싶을 때가 많지 않나요?    

  4. Lisa♡

    2012년 3월 9일 at 10:02 오전

    풀벌레님.

    들으셨군요.
    깜짝 놀래셨죠?
    방송용 멘트가 아니고 그 아줌마 목소리에서
    풍기는 모든 짐작들이..ㅋㅋ
    확실히 써프라이즈는 했습니다.
    인색함.

    헤어지고도 남을 이유이지요.
    그보다 못한 이유들로도 헤어지는 것 맞습니다.
    통했네요~~   

  5. 나의정원

    2012년 3월 9일 at 2:37 오후

    남에게 부족한 소리 안듣고 내 생활에 만족하면서 남에게 베풀어 산다면 그야말로 천국의 자리 하나는 따 놓은 당상일거란 생각을 요즘 가끔가다가 하는데, 위 방송내용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기는 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6. Lisa♡

    2012년 3월 9일 at 2:42 오후

    나의 정원님.

    정말 영혼이 있고 천국이 있다면
    우리가 사는 지금이 세상이 너무나 무섭습니다.

    천국가고파요~~~~

       

  7. 나무와 달

    2012년 3월 10일 at 12:25 오전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은 거짓말인 것 같아요.
    헤어질만큼의 사랑을 해서 그렇죠.

    베품과 나눔은 좋은거잖아요…
    자신이 가진것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요.

    리사님의 따뜻한 마음씨를 느끼며, 화창한 봄날의 아침을 엽니다.
    고맙습니다….^^*   

  8. Lisa♡

    2012년 3월 10일 at 12:25 오전

    나달님.

    우야던동 사랑할 때는

    헤어지기 싫어요!~~~   

  9. 슈에

    2012년 3월 10일 at 1:37 오전

    사랑하다가 ..인색이 너무 거슬리면

    사랑하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식을것같아요.,ㅎ

    사랑이란것 정말 변덕장이잫아요.^^

    그러니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지요.!   

  10. Lisa♡

    2012년 3월 10일 at 1:43 오전

    슈에님.

    헤어질 이유는 스무가지도 넘어요~~

    언제나.

    사랑에 빠질 때는 그게 중요하지 않았던 거지요.

    ㅎㅎㅎ   

  11. 나무와 달

    2012년 3월 10일 at 2:35 오전

    리사님…사랑할때는요…’이유’가 있으면 안돼요…그냥, 좋으니까 사랑해야 해요.

    왜냐하면요…사랑하는 이유가 있게되면, 그 이유가 사라질 때, 사랑도 없어지게
    되거덩요…??

    헤어질 이유가 스무가지도 넘는다는게 바로 그 때문이랍니다..리사님의 답글처럼요. ^^*   

  12. Lisa♡

    2012년 3월 10일 at 2:36 오전

    나달님.

    한 수 위군요.

    근데 처음엔 안 보이다가
    나중에 사랑이 식을랴치면
    헤어질 이유들이 마구마구 생겨요.   

  13. 말그미

    2012년 3월 10일 at 1:32 오후

    오랜 전이지만 저의 집안 종질(사촌오빠 아들)도 꽤나 큰
    비지니스로 성공하여 준대기업 수준이지만 대소가 아이들에게
    세뱃돈 천원 씩을 주던 일이 생각 납니다.
    그런 정신이 있어 성공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리사 님 친정 어머님께서도 그런 강한 마음이
    6남매를 훌륭하게 키우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강하고 훌륭하신 어머님이십니다.   

  14. Lisa♡

    2012년 3월 10일 at 2:05 오후

    말그미님.

    근데 저는 엄마의 그런 인색함이 정말 싫었답니다.
    진저리치도록 싫어했어요.
    정말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 보통 사람들처럼 무른 마음들이
    아닌 가봐요.
    오늘도 재벌가 따님과 무슨 일을 놓고 얘기하는데
    지나치게 인색하더군요.
    정말 그렇게 살고 싶지않다고 하다가도 또 저처럼 무르면
    이렇게 사나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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