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진 작가는 가족관계를 소설에서 많이 다루는 편이다.
이번 작품 <나나>는 서하진의 소설 중에서도 비교적 대중적이다.
팜므파탈 나나를 통해 얽매여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족관계와
사회고발적인 내용을 담았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오래 전 언제인지도 기억에 없는
에밀졸라의 나나를 잠깐 떠올렸다.
그리고 중간부터인가 신정아 사건을 떠올렸다.
소설에선 광주 비엔날레에 대한 언급과 가짜 학위사건,
거기에 빠질 수없는 공직자들의 비리가 나온다.
물론 허구이기도 한 소설이지만 신문을 장식한 사건들과
남자들의 흔해빠진 본성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 며칠 전 나는 광화문에서
혜영을 만났다.
혜영은 가까이 지낸던 여자가 허구 속에서 자신을
너무 과대망상 하다보니 결국은 현실과 상상 구분을
못해 나중에는 병원신세를 지고 말았다는 이야길 했다.
그 여자는 성적 과대망상까지 있어 친구 남편이 자기에게
만나자고 유혹을 했다는 둥, 시아버지까지 자기를 좋아한다며
떠들고 다녀 주변이 처음엔 모두 놀랬다는 것이다.
그리고 펼쳐든 소설 속에서 거짓말 투성이 나나를 만났다.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이 거짓말이던 나나는 대신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였고 그걸 무기로 상당히 유혹적인 여성이었다.
열 세살에 나나와 가족이 된 인영은 뿌리치고픈 나나에게서
결국 헤어나질 못하고 마는데 … 떠돌다 돌아오는 남자, 나나를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 벗어날 의지도, 바램도 없는 남자 그게 인영이었다.
생태적으로 나쁜 여자 <나나>에는 시가 많이 나온다.
박주택 시인의 ‘시간의 동공’에 실린 시 들이다.
다른 여자가 생긴 인영이 나나의 전화를 몇 번 받지않자
나나는 인영에게 문자를 보낸다.
‘뭐지?’
상대를 충분히 기분 상하게 하고도 남을 문자에 둘만의
함축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금방 읽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