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다.
여지껏 화이트데이에 뭘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당연히 사탕이나 쵸콜렛은 안중에도 없다.
다만, 현재 내가 가장 받고픈 선물을 복합기다.
프린터에 팩스에 스캐너까지 다 되는 복.합.기.
누구보다 쿠폰사용을 잘 한다고 나는 나를 믿는다.
공짜 쿠폰은 무조건 챙기고 볼 일이고 직접 사용도
많이 하는 편에 속한다. 공짜쿠폰 받는 일에 필요한 기계다.
게다가 프린터가 왜 필요하냐? 요즘은 항공권도 E-티켓이고
소셜커머스로 뭘 구입해도 프린터로 바로 해놓으면 편하다.
아주 가끔 소셜커머스로 구입하는 게 있는데 지난 번 제주행도
그렇고 베니건스나 아이들이 잘 가는 레스토랑 할인권을 미리
구입해두면 기간이 길어 사용하기 편하다.
50% 이상 할인받을 때의 그 기분은 해보지 않았음 말하지마~~이다.
복.합.기.
다른데 쓸데없이 낭비해도 왜 그 거 한 대 선뜻 사질 못하는지.
뭐 사실 핸드폰 안으로 다 입력이 되어서 편하긴 하다.
그러나 핸드폰 들여다보려면 시력이 문제가 된다.
영화표를 예매하고 영화관 티켓용 기계 앞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예매번호 암만봐도 시간낭비라 옆의20대
들에게 이 것 좀 봐 달라고하고 마는 이 심정 알랑가..
그래서 글자 크게 나오게해서 복사라도 해두면 얼마나
편할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공인인증서도 핸드폰 안에 입력을 했다.
뭘 찍어서 쓰라고 할 때 난감할 적이 많다.
씁쓸하지만 나는 내 시력의 나이를 계산해야만 한다.
공연을 보러갔을 때도 예약번호 말하면 되지만 미리
복사해온 용지를 턱 내미는 사람들 보면 제법 멋져 보이기도 한다.
미리 준비된 사람으로 살기 위해 복.합.기.가 필요하다.
옥외가격표시제를 추진 중이란다.
옥외가격표시제 하면 미관상 볼품은 없을지 몰라도 진짜
필요한 제도가되리라 본다.
미장원에 들어가 파머값을 물어보고 그냥 나오고 싶을
때가 어디 한 두번이랴.
그냥 나오자면 자존심도 좀 상하고, 돈이 없어 그 가격으로는
못하겠다고용감하게 말하고 나오기 쉽지 않다.
하지만 가격표시는 30000원이라고 하고 들어가면 영양가 있는
펌은 얼마에, 이런 펌, 저런 펌 종류도 다양할 것이다.
하여간 내 경우는 기본을 고수하는 편인데 하고나면 언제나
가는 머리카락 덕에 바로 풀려 그게 그 거다.
늘 후회하는 것 중에 하나가 펌비를 과다하게 쓴다는 점이다.
정확한 표시제가 되면 좋겠고, 표시한대로만 받으면 좋겠다.
요즘 점심식사 한 끼에 5000원 짜리도 없다고 할 정도로 물가가
올랐고 언제 한 번 물가 내린다는 뉴스 듣고싶은 심정이다.
머리도 정리하지 않을 수 없고보면 실생활에 필요한 물가들은
실질적인 가격만 받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거기 종사하는 이들이
또 힘들다고 하겠지?
예전에 시카고 공항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그때 내 아들 둘이 걸어오는데 예수님 아류가 두 명
걸어오는 줄 알았다.
길다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면서엄마를 만나는 걸
겸연쩍어 하면서 걸어오는 게 아닌가.
머리가 길면 자주 감아야 하고 숨겨진 이마에는
여드름도 송송 나고 이래저래 시간낭비에 뭔가 만만치 않지만
제일 문제는 보기에 그다지 예쁘지 않다는 거다.
그러더니 고등학교 2학년 부터는 아주 짧게 잘라 나를흐뭇하게
했다. 한국에 나와 한국 아이들이 긴 머리를 하고 다니면
쟤들 왜 저리고 다니지? 할 정도가 되었기에 뭐 이젠 스타일
걱정은 하지않아도 되겠거니 했다.
오늘 문자가띵똥~ 하기에 보니’엄마, 나 헤어스타일 좀
바꿀래’ 한다. 화이트 데이인데 짜슥이 고백은않고 말야.
웃으며 ‘어떻게 바꿀려고?’ 했더니 길러보고싶단다.
"오! 마이 갓!"
김술
2012년 3월 14일 at 8:35 오전
아니, 리사님 집에
아직 복합기가 없다고라~
온리 프린터도?
놀랄 놀자로군요.ㅎㅎ
아마 아이들이 서울서 학교를 다녔다면
당근 있어야 할 기계일텐데…
화이트데이라…
제가 리사님께 복합기 말고
씨원~한 박하사탕 하나 보냅니다.
저녁에 남편께서
빈 손으로 안 들어오시길 바라며…
Lisa♡
2012년 3월 14일 at 9:58 오전
으흐흑~~
없답니다.
스캐너는 있었는데
그나마 없애버리고..
박하사탕요?
네–고맙게 받겠습니다.
근데 어딨어요?
나의정원
2012년 3월 14일 at 2:25 오후
요즘 교복치마도 끝없이 올라가는 통에 눈살을 찌푸리게되고 얼마 전 마트에 장보러 갔더니 학생들이 파마와 화장까지 하고 다니더군요.
교육의 진정한 실체는 어디로 갔는지, 자유와 책임이란 이름아래, 학생들의 차림새가 단정해졌음 하는 바램도 있고, 근데 님의 생각대로 복합기, 그거 있으면 정말 편하겠네요.
전 왜 미처 그 생각을 못하고 생활했는지, 뭐 워낙 무딘 성격탓도 있지만서도요…
아드님이 다시 머릴 기르고 싶다고한다고요?
아주 때 맞춰서 화이트 데이에 엄마가 거절 못하게 하는 센스도 발휘했네요.
나이듬에 따른 신체상의 변화를 통감하며 방문자는 글 잘 읽고 갑니다.
Lisa♡
2012년 3월 15일 at 12:19 오전
나의 정원님.
아들의 머리기르는 문제는 반대해봐야
소용이 없답니다.
지난 번에 팔에 문신한다고 해서 반대하니
자기 몸에 자기가 하는데 엄마가 왜그러느냐고
하더라구요.
그 범생이 입에서도 그런 말이…ㅎㅎ
엄마가 물려준 신체에 엄마가 간섭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했지만 하고픈 욕망을 꺽기 힘들더라구요.
나중에 지울 때 비싸고 엄청 아프다고 하니 스스로 않더라구요.
아마 머리도 길러서 불편해지면 다시 자르겠지요.
요즘 아이들 하고다니는 걸 보면 울화가 치밀 때가 많지만
어쩌면 다 한 때이니 이해하도록 해야겠지요.
나이들어서 이것저것 간섭하면 싫어하니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