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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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과 허리에 뻣뻣한 통증이 온다.

정확하게 어제 저녁 6시부터 밤 12시 넘도록그러니까

세바퀴라는 프로가 끝날 때까지 멸치를 손질했다.

처음엔 두 종류로 머리와 똥이 붙은 체, 그리고 몸통

이렇게 나누어 가르다가 남편이 아까운 죽방머리를 다시도

내지않고 그냥 버리냐고 3가지로 구분하지..그러는 거였다.

머리따로, 똥따로, 몸통따로 세가지로 구분하는데 어려운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 긴 시간을 TV를 보면서 (중간에 식사)

분리해서 작업을 마쳤다.

죽방 한 박스를 사준 이가 고마워 야무지게 먹어줘야 할 판이다.

남편은 마른 그대로의 멸치를 좋아한다.

생멸치를 고추장에 찍어서 먹거나, 볶아서 먹고 머리는

다시를 내어서 아낌없이 먹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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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안양에 잠시 살 때 처음으로 김장을 담았는데

실수인지실력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거였다.

너무 맛있어서 주변에 1/4포기씩 몇 집에 자랑삼아 나눠줬다.

그때 먹어 본 집의 남편들이 하나같이 나에게 가서 김치

담는 법 배워오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때 넣고 담은 젓갈이 갈치순태 젓갈인데 시어머님이 부산서

맛있다고 사오신 거였다.

그 후로 그렇게 맛있는 김치는 두 번 다시 없었다.

지난 겨울 남편이 하도 졸라서 조기를 넣고 순태젓갈을

넣고(제주 진주집 젓갈) 한들가든에서 시킨 배추에 김장을

했다. 별로 기대를 않고 있었는데 이 게 너무나 맛있게 되었다.

나야 그 속에 든 조기새끼를 먹진 않지만 남편은 밥 한 그릇에

그 조기새끼를 골라서는 뚝딱 먹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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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이 좌우하는 게 분명하다.

히안하게 맛이나서 혹시나 우리만 맛있어하나 싶어서

가까이 사는 권샘에게 1/4 포기를 맛보라고 주었다.

까다로운 입맛에 비린내 난다고 싫어할지 몰라 걱정을

은근 하고 있었다. 이틀 뒤에야 문자가 왔다.

하여간 실력은 알아주어야 한다며 밥도둑이 따로 없다신다.

어깨에 힘들어 가는 순간, 그럼 앞으로 계속 김장을

담아야 한다는 말이렸다.

사실 나는 젓갈김치보다는 이북식 깨끗한 김치를 좋아한다.

어느 날 부터인가 젓갈김치를 싫어하지 않게 되었는데

이번 김치는 사실 내가 먹어봐도 기가 차게 맛있다.

그 깊은 맛이 진짜 밥도둑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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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식 김치가 먹고싶다며 남편이 아는 분께

부탁해서 전라도에서 김치가 올라온 지난겨울.

우리는 땅을 파고 그 김치를 묻었다.

어제 남편을 시켜묻은 김치를 좀 덜어오라고 했다.

묻은지 4개월이 지나서 어쩌면 많이 익었을지 몰라..

김치는 그 때 그대로(먹기 좋은 정도)였다.

양념은 진하게 발라져 있는데 따로 들어있는 건더기는

없는 김치다.

씻어서 묵은지 만들면 딱인데 약간 더 익어야 가능하다.

땅에 묻는 게 이렇게 오래저장능력이 되는지 몰랐다.

무우도 땅에 묻으면 오래 먹을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올해는 좀 더 맛있는 김장에 도전할까 한다.

멸치 다시도 좀 내고 찹쌀가루도 많이 개어서 제대로

만들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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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1. 무무

    2012년 3월 18일 at 5:28 오전

    멸치 10박스 사다가 하룻만에 다 손질한 저는
    달인의 수준?ㅎㅎㅎ

    무우는 저장이 오래 되긴 하지만 음력 2월 넘으면 맛이 없어져요.
    제가 전에 말했잖아요.
    사돈영감 거시기 맛이라고.ㅋㅋㅋ
       

  2. 빈추

    2012년 3월 18일 at 6:48 오전

    김장 담글때보면 항아리에 배추포기 넣으며 생선을 큼지막하게 토막내어
    중간중간에 넣었었던거 많이 봤죠. 김치 먹을때면 그 생선들은 삭았는지
    어디에도 보이지 않던데요. 어떤 생선인지는 가물가물…
    이북식 김장김치 어릴때부터 먹으면서 자랐지요.   

  3. Lisa♡

    2012년 3월 18일 at 9:19 오전

    무무님.

    10박스를 하루에?
    달인 맞습니다.
    세상에 손에 냄새 배이겠네요.

    음력 2월이면 요즘이네요.
    오늘 수퍼갔더니 제주무우 작은 거
    2개 500원 하더라구요.
    이유물문 놀래서 사왔습니다.   

  4. Lisa♡

    2012년 3월 18일 at 9:21 오전

    빈추님.

    저도 어릴 때부터 이북식 김치에 맛이 길들여져서
    젓갈 들어간 건 먹지도 않다가 남편이 하도 좋아해
    먹기 시작해 이젠 맛들였답니다.
    이 번에 조기 작은 걸 넣고 담았는데 그대로 살아있더라구요.
    아까 살짝 맛봤는데 식해에 들어있는 맛과 같아요.   

  5. 아로운

    2012년 3월 18일 at 11:08 오전

    우왕, 김치도 담가 드십니까?
    저는 결혼 전에 구두 서약을 했더랬습니다. 집에서 담근 김치 먹어볼 생각은 말아라… 에 체크.
    그래도 외식할 때는 한국음식점이 매번 아랫순위 일 정도인데 (집사람 음식솜씨가 좋아서), 집에서 젓갈 김치까지 담그신 다니 대단하십니다. 정말로.

    젓갈김치는 모든 한국음식의 종결자… 라고 할 수있지요.
       

  6. Lisa♡

    2012년 3월 18일 at 12:15 오후

    아로운님.

    한 포기 드리고 싶네요~~   

  7. 봄날

    2012년 3월 18일 at 12:40 오후

    좀주소   

  8. Lisa♡

    2012년 3월 18일 at 1:29 오후

    홧…………………

    봄날입니다.
    16도.

    그릇갖고 오셈~~~   

  9. 도토리

    2012년 3월 18일 at 3:00 오후

    침 꼴깍!!!^^*   

  10. Lisa♡

    2012년 3월 18일 at 11:32 오후

    이런 김치 맛 아는 분들은

    당근 침 꼴깍이겠죠?

    토리님…..영하 2도의 아침입니다.   

  11. 바위섬

    2012년 3월 19일 at 1:18 오전

    집사람이 김장김치할때 조기등 생선을 꼭 넣는데…
    우리집 식구중 아내외에는 누구도 생선은 거들떠 보지도 않아요 …
    그래도 맛은 최고랍니다…   

  12. Lisa♡

    2012년 3월 19일 at 10:09 오전

    저도 생선만 빼고 김치만..

    정말 맛은 최고 맞습니다.

    아…밥 먹어야겠네요.   

  13. 나무와 달

    2012년 3월 24일 at 12:45 오전

    멸치는…남해 죽방멸치가 최고죠.
    그냥도 먹고 다시도 낼 수 있고, 볶아 먹을 수도 있지요.

    일본애들이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김치의 맛이 바로 젓갈이랍니다….^^*   

  14. Lisa♡

    2012년 3월 24일 at 1:29 오전

    나무와 달님.

    갑자기….여기로..와서 멸치에 대한…ㅋㅋ

    아주 좋은 남해 죽방을 누가 한 박스 보냈더군요.
    정말 아까워서 그냥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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