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축적일 것.
메시지가 있을 것.
詩語가 아름답던지.
詩를 보는 기준이다.
장석주 시인의 어제 시는 내게 그런 감동은
주지못했다.
그런데 그가 부지런하고 수많은 소용돌이를 정신 내에서
겪었을 것 같아 보이고, 그리고 뭔가 찾은 것 같고
계속 찾을 것이고, 문학적으로도 성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간을 빈틈없이 보내는 듯 보였고, 종잡을 수 없는 가운데
심지가 우뚝 서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혹독하게 외로움을 겪었다고 느낌이 왔고, 그걸 이겨냈지만
언제나 상처 받을 수 있는 빈틈도 보였다.
그리고 그 상처를 즐길 수 있는 여유마저.
안과를 갔다.
시력테스트를 받고 안경의 도수를 점검했다.
물론 카타님이 애쓰시고 신경 써 주셨다.
약국을 들렀고 은행도 잠시 들렀다가 그래도
시간이 좀 남아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자잘한 글씨의 책은 거의 수면제다.
자다보니 시간이 4시41분이었다.
총알같이 머리에 세팅을 말고 빛의 속도로 옷을
입고(화장은 미리 해놨다) 떡을 찾으러갔다.
시낭독회에 쓸 절편을 주문해서 1시간 전에 찾아서
쫄깃할 때 상에 올려야 하기에 시간을 바투잡는다.
잠실의 애플상가에서 동해씨를 태우고, 삼성동
경기고 뒤편 골목에서 지원을 태워서 사카로 갔다.
장석주 시인은 제일 첫 장에 ‘하루’ 라는 시를 택했다.
어제 나의 하루였다.
논술을 가르치는 혜영은 어제 처음 청담 시모임에 왔다.
자기는고등학생 교과서에 나오는 시나 소설 외에는
그 무엇도 모른다며 직업의식을 내세운다.
그녀는 시인의 시보다는 우리’청담’이 너무 놀랍단다.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온다는 것…
이런 분위기라는 것…
(아이패드 선전같다)
내 앞에 앉은 j오라버님은 청와대에 알리란다.
후후훗~~~
하긴 어제 처음 초대한 스페인에 만난 정은과 엄마 혜정씨는
너무 좋았다며 여기 아니면 어디서 이런 분위기 맛보냔다.
두 딸 명문대 보낸 엄마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니까.
어젠 눈이 아파 사람을 알아보는 게 좀 헷갈렸다.
하지않던 화장을 한 탓에 눈이 갈수록 더 심하게 아팠다.
아무도 내가 다래끼가 난 걸 몰라본다.
어제 내가 모신 분이 있는데 그 분의 친구분이
검사출신 변호사인데 백석 시인의 <사슴> 초판본을
길고 긴 장고 끝에 손에 넣었다.
그 내용을 알고 있는데 마침 장시인이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시집이 얼마에 거래가 된 줄 아십니까?
뒤에서 들리길 그 분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5억" 이란다.
시인은 그 시집이 헌책방을 하는 분이 소장하고 계신다고
했지만 지금 그 시집은 어느 변호사의 손에 들어있다.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하다.
어쩌면 어제 장석주 시인이 그리도 말하고파하던 주역적인
해석법에 의한 묘한 만남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은 내가 그 분께 그 변호사 친구분을 모시고 오라고
부탁까지 했었다는 거…
어떤 일에든 우연은 없다는 결론이다.
shlee
2012년 3월 22일 at 1:42 오전
백석(白石·1912~96)이 1936년에 낸 첫 시집 ‘사슴’ 초판을 갖고 있죠.
100부 한정판으로 찍어 백석이 정지용(1902~50)에게 선물하면서 친필 사인한 책입니다. 이 책은 내가 5억원에 내놓았어요."
―5억원이요?
"미래 가치까지 포함된 겁니다.
영국은 셰익스피어나 비틀스로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백석 역시 앞으로 그 가치가 점점 상승할 것입니다."
이 기사 읽고 누가 오억원에 살까..했더니~
Lisa♡
2012년 3월 22일 at 2:00 오전
쉬리님.
그 이야기가 어제도 나온 그대로입니다.
정지용에게 선물하면서 사인한 그 책요~~ㅎㅎ
그 변호사분요.
고서 모으는 게 취미랍니다.
소리울
2012년 3월 22일 at 8:41 오전
참, 내…문화적 우월감의 병증
Lisa♡
2012년 3월 22일 at 9:57 오전
소리울님.
문화적 우월감 아무나 가지는 거 아니거든요….
douky
2012년 3월 22일 at 11:39 오전
으음… 우연은 없군요.
주역, 장자, 노자를 공부해야 할 듯~~ㅎㅎ
다래끼 나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대단한 화장술? 카타님 의술?
Lisa♡
2012년 3월 22일 at 12:38 오후
겉으로 표가 잘 나지 않았어요.
카타님 덕분이지요
박산
2012년 3월 27일 at 1:52 오전
시인이라고 언제나 감동을 줄 순 없겠지요
아니 시인이라서 더 감동을 줄 수 없겠지요
그래도 시를 버리지 않은 사람들의 모임에 마음 속 깊이
찬사를 보냅니다
Lisa♡
2012년 3월 29일 at 12:56 오후
그럼요~~
당연한 일이지요.
그래도 참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