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KTX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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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6시30분에 집을 나섰다.

어디선가 달콤한 계피향이 코끝에 스미는 아침이었다.

짐은 가벼웠다.

하루만 있다 올 예정이니 갈아입을 옷도 없이

대충 책 한권과 카메라와 물 한 통이 전부.

가벼운 가방의 무게만큼 내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마음은 혼자 어딘가로 떠난다는 모험심이랄까.

일행들은 먼저 가 있지만 그래도 일단 나혼자 여수까지.

어쩌다 한 장 구한 특실좌석은 나를 통로석에 두고

창가석의 30대 남자와왼쪽 일인석의 30대 후반의 여성이

둘이 일행으로 직장 일로 내려가는 폼이다.

어색해진 건 나를 가운데 두고 두 사람이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내가 자리를바꿔주겠다고 하자 여성 쪽에서

잠시 고민을 했다. 그 여성에게 본인이 편한 방향으로

선택하라고 했고, 나는 편하게 일인석으로 가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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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는 분주했다.

여수엑스포역 앞은 예전의 한가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리 널널하던 택시승강장은

주차장으로 변해있었다.

선전용 차량에서는 "여수시민 여러분, 엑스포 기간동안은

차를 타고 나오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다함께 만드는 엑

스포에서 우리 여수시민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줍시다"

라며 시내를 돌고 있었다.

나는 내리자마자 바로 택시를 타고 신기항으로 갔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날더러 혼자 애인이라도 여수에 두고

만나러 왔냐는 둥 시덥잖은 소리들만 알아들을 수 없는

사투리로 힐끗힐끗 백미러를 보며 가래까지끌어올렸다.

켁켁 뱉는 가래에 팽~ 하고 푸는 코에벌건 얼굴에 아…

정말 참기 힘들었고 외국인들이 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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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까지 용산에서 정확하게 3시간36분이 걸렸다.

가면서 나는 화인열전 2를 1/4을 읽었는데 눈이 시리고

아파 안경도 없이 오래 책을 보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터널은 왜그리 많은지 밝은데서 책을 보다가

어두운데서 보다가 하면 쉽게 눈이 피로해진다.

그리고 잠을 청했지만 엑스포 관련 일들로 내려가는

젊은 피들이 왜그리 시끄럽기만 하던지..전화벨에

지들끼리 이야기에 먹는 소리에…코고는 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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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 시작 초입에 새로지은 펜션의 예쁜 개.

움직이며 엄청 짖어서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인형과 같이 귀엽고 예쁜 개다.

비는 여수에거의 다와 갈 무렵부터 기차창에 그어지는

물선을 보며 비가 오는구나했는데 난 우산이 없었다.

다행하게도 옷을 마침 고어텍스를 겉옷으로 입고 가

비를 당당하게 맞으며 다닐 수 있었다.

금오도는 오래 전에 인간세상에 어부부부가나오면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요즘은 유행처럼

번지는 둘레길을 거기도 만들면서 비렁길이 이름을

타기 시작했다. 나의 목적은 비렁길 1코스와 3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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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다리던 일행들이 하루묵었던 민박집은

TV도 나오질 않아 원성을 사고 있었는데 내가 손을

대자TV가 다 잘 나오는 것이었다.

방을 두 개를 썼는데 두 방 다 내가 TV를 손봤다.

우연의 일치로 어쩌다 뒷걸음질에 TV가 걸려들었다.

화장실도 물도 다 괜찮았지만 난 벼개와 이불이 걸려

잠을 거의 못잤다.

그런 부분들이 아직은 덜 준비된 마을이다.

하지만 슬로시티가 따로없다 할 정도였고 거기에

따라 나의 마음도 불안함이나 조급함이 없이

그저 편안하고 세월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아 전복…맛이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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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TRUDY

    2012년 4월 20일 at 3:39 오후

    KTX 자주 사용함 20% 디시해 주더라구요..
    그 택시기사 자격미달 아녀요?
    기준은 본인이 정하는게 문제지만..

       

  2. 말그미

    2012년 4월 20일 at 3:49 오후

    명물 택시기사를 만나셨군요?
    밥맛이 뚝~~

    혼자 여행도 썩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기사만 안 만난다면…ㅎㅎ   

  3. 안영일

    2012년 4월 20일 at 7:52 오후

    1970년대 중엽 청춘을불살렀던 여수 냉동공장, 이나라 선구자랄가 ? 노량진 한냉 다

    음에 2번째 냉동공장, 결혼후 시골레서 양계를 햇는데 2번째의 재투자를 어머님이 내

    몰라라 ?하는바람에 삭월세 천호동으로나오고 저는 한일관계정상화에 의한 재일교포투

    자의 냉덩공장 신축 건축 현장기사 ,갯벌속에박는 파일도 수제작, 발동기로 때려박

    는 파일박기 ,등 청춘을 물불모르고 일하던곳 40년 지나가보니 그대로 실금하나없

    는 땡땡한 건축물, *국동앞에는 경도섬이있읍니다, 그 사이 바닷물속에서는 대한민

    국의 경도에서만 생산되는 어린이 머리만한 피조개, 칼로벌리면 피만 한사발 이상 나

    옴니다, 여수시장 병목아지근처에는 2m넘는 바다 곰장어(뱀장어) 탕, 여수에서는 여

    자분들이 건축현장 콘크리트 작업도 여자들이함니다, *함지박 부대입니다 * 나중

    에 이무러워서 ! 콘크리트패 아주머니 ,그리고 철근결속하는 철근공 아주머니 !, 입은

    몸베보다도 ,스컷트비슷한 후레아 치마를 입으시면 일당을 올려서 지급하겠다 햇지

    요,그날이후 옷들이 치마로 변해서 *노무가! 임금이 올라간다 소장에게 고자질해

    서 서울에혼자사는 신혼의 마누라 여수까지 오게했지요, 참으로 여러추억이있는 여

    수입니다 밤 열시전후서울역떠나서 그이튼날 밝아서 도착하던 여수 아마 전국의

    술집 ,주먹은 다 여수가 고향일때의 이야기 입니다, 즐거운 여행이었겠읍니다, 항상

    건강 하십시요.   

  4. Lisa♡

    2012년 4월 21일 at 12:15 오전

    트루디님.

    회원가입하고 자주 이용하면
    그런 특헤가 있을 겁니다.
    저는 회원가입은 않고 그냥 스마트폰으로
    비회원 가입으로 에약했어요.
    스마트폰 예약 끝내주더라구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표를 따로 살 필요없이 발권까지
    바로 스마트폰에 담으니 말이죠.
    물론 트루디님도 그리 하고 계시겠지만..   

  5. Lisa♡

    2012년 4월 21일 at 12:16 오전

    말그미님.

    요즘 택시 두어 번 타면서 택시 기사 아저씨들을
    다 영 아니올시다를 만났어요.
    여수 아저씬 돌아버리겠더군요.
    심지어는 문을 열고 가래침을 밖으로 뱉더라구요.
    ㅎㅎㅎ…혼자 떠나는 기분 괜찮더라구요.   

  6. Lisa♡

    2012년 4월 21일 at 12:17 오전

    안영일님.

    그래서 추억으로 산다고들 하지요.
    여수에도 건설현장에 관한 기억이
    있으시군요.’
    피조개….ㅎㅎㅎㅎ…꼼장어…ㅎㅎ
    저는 이번에 새조개와 갑오징어와
    서대를 좀 사왔어요.   

  7. 나를 찾으며...

    2012년 4월 21일 at 1:43 오전

    여수엔 엑스포 일루요?

    사진 넘 좋습니다.^^

    그런데 TV를 손 좀 보셨군요?하하^^   

  8. Lisa♡

    2012년 4월 21일 at 1:52 오전

    나찾님.

    엑스포 일로 가는 사람들 틈에 껴서.
    금오도로~~히히…

    TV가 이상하게 내가 손보니 잘 나오는 거
    있죠..뭐 때리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9. 강정애

    2012년 4월 23일 at 3:07 오전

    리사님!
    오랜먼이죠!
    혼자 소리에 확 끌려서
    들어왔는데요
    사진도 좋고
    택시기사얘기도
    재치만발 재미있네요
    강아지는 보아하니 푸들인데
    저렇게 막강아지 키우듯
    마당에 묶어두고?
    과연 슬로시티답네요   

  10. Lisa♡

    2012년 4월 23일 at 11:49 오전

    강정애님.

    반가워요.
    간만이죠?
    잘 지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강아지 푸들인데
    아주 예쁜 똥강아지 푸들이더군요.
    진짜 보면 참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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