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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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호암미술관으로 가는 길엔 자작나무가 가득했다.

자작나무는 언제나 보는 이로 하여금 찬탄 내지는 순수

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많은 사람들이 ‘만차’라는 주차장 앞 표지판에 길에다

주르르 차를 파킹하고 호수를 즐기거나 걸어서 미술관을

향해 가고 있었고, 우리는 긴 줄의 끝에 차례를 기다리며

지나다니는 공작을 구경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새내기 부부들은 아이를 바위나

나무에 앉히고는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호암에서는 ‘한국미술 속 용 이야기’ 로 호암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었다.

잠을 못 자풀죽었던 아들과 딸이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급관심을 보이며 엄마나 아빠가 보는 시간보다 두 배는 길

게 관심을 보이며 관람을 한다. 흐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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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들과 석등, 불상 등이 가득한 한국전통 정원인

희원을 상당히 좋아한다.

1997년 개원을 해서 그 당시에 갔을 때의 느낌은 지

금과는 또 다른 정말정말 꿈같은 정원이었다.

늘 해마다 가고자했으나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제가 4번째 쯤 찾은 오랜만의 희원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3위 안에 드는 곳이다.

작은 소나무 위에 8,9세 정도의 아이들 두명이 올라가

껍질을 벗기고 있어도 아빠라는 작자가 그냥 두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찾고 조금이라도 상채기를 내고마니

그 예전의 분위기는 많이 없어졌다.

고요하고 정적이 흐르던 어느 봄날의 희원은 없었다.

하지만 건너편 산의 파스텔화를 연상시키는 녹조는

아직도 내 맘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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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가 그린 용의 목을 베는 신선 그림과

심사정의 어룡을 낚는 그림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얼마 전 화인열전을 읽은 까닭이다.

의궤전을 본 까닭에황룡기가 있는 의궤 그림

앞에서는 엄마로서 제법 자신있게 아이들에게

갈之 자로 그리게 된 의미부터 하나하나 설명

을 해주다보니 이래서 뭐 하나라도 배우고 보자

하는 생각이 더더욱 들었다.

아이들은 뛰어 다니고유리관에 아이스크림을

먹던 손을 대고 5살도 안된 아이에게 친절한

엄마는 분청사기와 불상을설명하고 있었다.

삼성의 호암재단이 한 가족의 재산불리기를 했다고

하는 이들도 있으나 나라에 좋은 일을 하고 있단

생각과 이렇게라도 우리가 잘 보존된 작품들과

보물들을 볼 수 있으니 고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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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남편은 3번을 말을 잃게 했다.

"300 미터 앞에서 좌회전" 하고 네비에서

말하자 바로 갈비집 앞으로 좌회전을 하는

남편, 게다가 복잡한 길에서 좌회전 하라는

사인과 멘트가 나오는데 우왕좌왕하면서

자칫하면 우리 차 때문에 교통혼란을 일으킬

뻔 했다는 건데 마음에 안들어 말을 삼갔다.

오래 전에 큰아버지 큰엄마가 차만 타면 서로

옳다고 결국 말다툼을 하고싸움으로번지는 걸

보고 낄낄거리고 웃었는데 남의 일이 아니다.

내가 틀릴 때는 미소, 남편이 틀릴 때는 짜증.

어쩌면 그렇게 길치인지 네비를 켜고도 틀리는

사람은 남편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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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Comments

  1. 색연필

    2012년 4월 30일 at 3:06 오전

    저도 용인의 희원은 무척 좋아 하는 곳이랍니다.
    몇년 전인가 자료 조사하러 한번 가고..
    아~5월 중순 쯤에 서울 갈 일이 있는데..
    덕분에 갈 곳 하나 늘어 날 것 같아요^^

    참, 우리집에도 속 터지게 하는 길치 한명 있답니다^^   

  2. Hansa

    2012년 4월 30일 at 3:22 오전

    작은 길은 좀 몰라도 괜찮지 않을까요,, 하하

    큰 길만 알면 될 듯 싶은데요.

    초목들 빛깔이 연두에서 초록사이에 있군요..

       

  3. 지해범

    2012년 4월 30일 at 5:37 오전

    내비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아니 아니 아니돼오~
    빙빙 도는 경우 많아요.   

  4. 나의정원

    2012년 4월 30일 at 7:10 오전

    ㅋㅋㅋㅋ…..
    저 아는 분은 내비에다가 길 틀리게 가르쳐줬다고 욕했다는군요.

    누가 보면 사람은 없는데, 누구에게 하나 싶을 정도로 바빠주겠는데, 삿대질까지 나오더랍니다.

    그래도 사고 안나고 무사히 다녀오셨으니 좋은거 아닐까요?   

  5. 조르바

    2012년 4월 30일 at 9:12 오전

    묵은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정말 꿈같은 정원이네요.
    덕분에 멋진 구경 잘 했습니다.
    싱그럽~~~숨미다. ^^   

  6. Lisa♡

    2012년 4월 30일 at 10:58 오전

    색연필님.

    서울에 오시는군요.
    그 집의 길치양반도 착하죠?
    착한 게 능사는 아닌데 말이죠.
    이젠 하도 버릇이 되어
    그러려니 하지만 속 터집니다.
    5월에도 희원이 매우 아름다울 겁니다.   

  7. Lisa♡

    2012년 4월 30일 at 10:59 오전

    한사님.

    좀 심해서요.
    길도 아닌 길로 마구
    들어가는 걸 보고있자니..
    늘 언제나 불안해요.
    조수가 없다면 어쩌나 해서죠.
    좀 시간만 걸리겠죠?   

  8. Lisa♡

    2012년 4월 30일 at 11:01 오전

    지기자님.

    저는 네비가 잘 알려주던데

    보통 네비가 늦게 말을 하면
    좀 더디게 알게되는 경우는 있긴해요.

    ㅎㅎㅎ…   

  9. Lisa♡

    2012년 4월 30일 at 11:03 오전

    나의 정원님.

    사고….ㅋㅋ..클나죠.
    그 정도라면.
    늘 좌회전하세요.
    하면 아무데로나 좌회전을
    한다는 겁니다.
    사실 다니다보면 아리까리한
    장소가 많긴해요.
    저도 가끔 헷갈리지만 감으로 가야는데
    융통성이 없다보니…ㅎㅎ

    그 분요…웃겨요~~^^*
    재미나요.   

  10. Lisa♡

    2012년 4월 30일 at 11:04 오전

    조르바님.

    좋쵸?

    저런 곳…

    싱그럽더군요.   

  11. 커피좋아

    2012년 4월 30일 at 11:20 오전

    한국인이라서 자부심이 생기다가도 희원에서의 그런아이들이나
    그 아비같은 이들을 보면 아~~ 아직 멀었구나 합니다
    내것이 아니면 왜 함부로 하는지……
    매일같이 길바닥에 굴러 다니는 쓰레기들 부끄럽고 화가나요
    일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들의 길바닥이 너무 부러워요   

  12. Lisa♡

    2012년 4월 30일 at 1:47 오후

    그러니까요.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다보면
    커다란 발전이 있을텐데 말입니다.
    내가 뛰어가서 말리고 싶었지만 남편이
    좀 가만있으라고 제지를 해서~~ㅎㅎ   

  13. 말그미

    2012년 4월 30일 at 3:24 오후

    신록의 호암미술관!
    가족끼리 근사한 나들이입니다.
    아이들과…
    행복하셨지요?
    부럽습니다. 리사님. ^-^

    아빠는 원래 ‘그러려니’ 해야 맘 편합니다. ㅎㅎ
       

  14. 뽈송

    2012년 5월 1일 at 12:34 오전

    호암미술관을 다녀오셨네요.
    그런데 Lisa님은 문인석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 틀림없나 보입니다…   

  15. 추억

    2012년 5월 1일 at 1:08 오전

    리사님, 네비를 켜고도 길을 못찾는 남편에게 짜증을 부릴 것이 아니라 네비가 틀렸고 남편이 맞다고 생각하세요.,,,ㅋㅋ.   

  16. Lisa♡

    2012년 5월 1일 at 2:59 오후

    해헤…모두를 남편편을~~

    오늘도 공항오는데 엄청 헤매더군요
    섭지코지예요
    비바람 세찹니다

    아이폰이라 힘들어요
    무선와이파이가 안되네요
    아이패드가 무용지물됐네요 ㅎㅎㅎ   

  17. 士雄

    2012년 5월 2일 at 4:49 오전

    손님이 많은 이유를 실감합니다.
    부지런 하시고…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18. Lisa♡

    2012년 5월 4일 at 6:29 오전

    사웅님.

    사실 저는 놀러다니는 일에는 부지런한 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이니까요.
    처음부터 여행사나 할 걸 그랬나봐요.
    아님 가이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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