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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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간다고 할 수 있는 동네병원에 ㄱ내과가 있다.

여기 의사샘은 아주 특이하고 재미있다.

철인삼종경기 사진도 벽에 붙여두고 나름 즐거운

인생을 사는 남자같은데 이 선생님 앞에서는 말을

상당히 조심해야한다.

환자인 내가 모르고 " 저 감기인가봐요" 라든가 "아무

래도 소화불량같아요" 라는 짐작류의 발언을 하면

바로 눈이 동그래지면서 얼굴에 웃음기가 싸악 가신다.

"당신이 의사예요?" 하기도 한다.

큰일난다. 그때 분위기 살벌해진다.

대신 증세를 차분하게 설명하면 일일이 다 듣고 그 또한

차분하게 약을 처방해주고 응대해준다.

사실 의사 앞에서 우리가 미리 지레짐작으로 병명을

말한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긴 하다. 대걔의 사람들은

미리 감기인가봐요~ 체했나봐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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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 중에 두 명만 한국에 나와있다보니

아직 나오지 못한 큰 애가 애가 탄다.

딸이 여기저기 간 곳을 페이스북에 핸드폰으로

바로바로 올리니 소식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는 왜 자기도 없는데 W호텔을 가서 식사를

해느냐는 둥, 거긴 미리 왜 갔냐고 따지는 둥

어리광이 이만저만 아니다.

제일 믿을만하고 듬직한데 또 제일 어리광이 심하다.

내일 드뎌 그 녀석이 온다.

애교가 많은 그 아이를 사실 제일 기다리는 건 나다.

그 녀석은 특별한 일이나 재미난 걸 보면 늘

빠짐없이 엄마에게 문자하거나 사진을 보낸다.

그러니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둘째는 같은 아들인데 판이하게 달라 엄마가 뭘

물어도 3-4번 물어야 한 번 정도 "응" 한다.

같은 자식도 이 정도이니 타인끼리야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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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뢰 장아찌를 시누이가 줘서 맛있게 먹었다.

다시 시키려다보니 명함이 없어져서 그 울뢰를

선물한 시누이 지인에게 전화를 했는데 모르고

그 분이 장아찌 장사집인 줄 알고 장아찌를 시키려고

한다고 하자 막 웃으며 자기가 바로 전화번호 알려줄테니

그리고 전화하면 된다며 친절하게 말해준다.

내가 알기로 그 여자분은 꽤 큰 기업 사모님으로 안다.

어찌보면 자기에게 전화로 ‘장아찌 좀 시키께요’하면

딱 잘라 잘못걸었다고 하거나, 그런 곳 아니라거나

불쾌해하며 받을 수 있는데 막 웃으며 받아주는

태도가 그 여자분이 상당히 인간성이 좋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도 이런 태도는 배워야지 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서글

하던 그 여자분의 목소리가 남은 하루를 기분좋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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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동에 꽤 유명한M식당 사장이 산다.

그아내가 차를 대는 자리에 화분이 놓여있었다.

그럴 경우 "아저씨 이 화분 좀 같이 치울까요?"

또는 " 좀 도와주세요" 하는 게 정답이다.

이 여자가 경비 아저씨를 닦아 세우며 개잡듯이

난리를 치며 여기 왜 화분을 놨냐고 닥달을 했단다.

그 자리에 나는 없었지만 산으로 산책을 가던 두어분이

보고 말을 전해주며 저런 여자가 있으니 일하기

힘들거라며 격려해준다.

경비아저씨를 완전 자기수하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 위에 사람없고 사람 밑에 사람없다는 세상이다.

뭐 대단하다고 그렇게 몰아세웠는지 모를 일이다.

나이가 50이 넘고 60 정도가 되기 전에 그런 이치는

미리 터득할 수록 덜 부끄럽다.

세월이 좀 흐른 후 그녀가 그런 것에 후회는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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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Comments

  1. 오를리

    2012년 5월 11일 at 1:33 오전

    의사한테 가서 나 여기가, 저기가
    이상한것 같은데…이건 한국인
    모두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문화가 아닐가 합니다 ㅎㅎㅎㅎ

    이게 아마 의약 분업이 없었을때 약방에 가서 약사에게
    나어디가 아픈데 했든 풍속이(이거 맛나?) 남아서 그럴지도
    모름니다…   

  2. 김술

    2012년 5월 11일 at 2:07 오전

    요 며칠 리사님 글 읽으며
    답~답~~합니다.   

  3. Lisa♡

    2012년 5월 11일 at 3:22 오전

    오를리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들
    스스로 진단을 하지요.
    제 친구는 말초신경에 내분비까지
    스스로 진단한답니다.
    엄청 심하거든요.
    저도 모르고 감기같은데~~ 잘 그래요.   

  4. Lisa♡

    2012년 5월 11일 at 3:22 오전

    술님.

    죄송해요.
    내일부터는 후련한 내용들로.
    기대하시진 말고.   

  5. 김진아

    2012년 5월 11일 at 6:54 오전

    아이들이 다니는 이비인후과 선생님도 ..진단하기도 전에 증상 대신 스스로 내린 이야기를 들으면 호통을 치세요. ㅎㅎㅎ 그래서 별명도 ‘호통 선생님’ 근데 실력은 최고시거든요. 전 혼난 적 없지만 진료실 바깥에서 종종 보게 됩니다.

    ^^   

  6. 소리울

    2012년 5월 11일 at 2:25 오후

    아이들이 다 오면 더 바빠지겠네.
    우리집에 오셨던 리사 팬이 섭섭한가 보데.
    전화도 채 못받는 이유는 아이들일 텐데…   

  7. TRUDY

    2012년 5월 11일 at 11:00 오후

    애교많은 사람들을 좀 배우고 싶어도
    그게 그럴게 잘 안되요. 따님도 아니구 아드님이 애교가 많아서 당근 눈에 밣히죠.

    뜬금없는 질문: 요즈음 볼만한 영화 뭐 있어요?
    오늘 32살짜리 조카와 시간을 보내려는데
    먼지많은 궁을 걷기는 싫고 글타고 애들이나 즐기는
    대학로 연극도 싫고,, 영화나 갈까 하는데.. any tip?   

  8. Lisa♡

    2012년 5월 12일 at 5:15 오전

    진아님.

    그 이비인후과 그 동네예요?
    잘 하는 이비인후과 가고 싶어서요.

    호통 선생님.ㅎㅎ   

  9. Lisa♡

    2012년 5월 12일 at 5:16 오전

    소리울님.

    정신없네요.
    요 며칠 간…요.
    오늘은 거기에다 어제 저녁에
    마신 술 때문에 이제야 정신을
    차립니다.
    에궁~~그때 아산병원 안이었고
    맨날 볶아치고 있습니다.
    오늘 또 마지막 한 마리 들어옵니다.
    내가 제일 기다리는~~애교쟁이.
    비행기 뜨기 직전에
    "엄마, 뜬다" 이런 문자도..ㅋㅋ   

  10. Lisa♡

    2012년 5월 12일 at 5:18 오전

    트루디님.

    요즘 영화는 이대안에 잇는 아트모모하우스로 가서
    시간에 맞는 것 아무 것나 보세요.
    그리고 근처의 가미분식 가서 우동과 주먹밥과
    수박빙수를 드시구요.
    아니면 후문근처에 나베인가 하는 식당있어요.
    그리고 광화문으로 와서 삼청동 좀 걸으면 되죠.
    북촌방향으로….   

  11. Lisa♡

    2012년 5월 12일 at 5:19 오전

    트루디님.

    신과 인간 안보셨으면 보세요.
       

  12. 추억

    2012년 5월 12일 at 12:20 오후

    동네의사가 인정미는 없어도 명의인 것같으네요. 열심히 다니세요 아플때,,,   

  13. Lisa♡

    2012년 5월 12일 at 12:52 오후

    그렇게 생각되십니까?

    독특하니 밉지않아요.   

  14. 조르바

    2012년 5월 13일 at 12:29 오후

    저도 병원에 가면 말을 어떻게 했더라?
    나두 그랬덩거 같아 찔리네요..ㅋ
    주의해야 것어요
    덕분에 잘 짚어 봅니다.
    갈수록 말도 쎄게 나오고 거침없이… 꼭 말할 증상도 가끔 잊아묵고요…ㅠ   

  15. Lisa♡

    2012년 5월 13일 at 1:07 오후

    대부분이 다 그래요.

    제 오빠도 먼저 목에 염증이
    있다고 말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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