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편한 이유

IMG_1047.JPG

권샘의 따님이 오늘 휴가를 내어 빈으로 간다.

일찍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Bon voyage!!

‘빈에서는 인생이 행복해진다’

라고.

그러자 그녀의 답신이 왔다.

‘엄마를 부탁해요’

미소짓게 하는 답글이다.

그녀는 미인은 아니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최고 신부감이다.

피아노는 수준급에 영어와 풍부한 독서량, 그리고

뛰어난 인간성과 센스, 클래식한 모든 것.

그런데 그녀를 알아보는 남자가 없다.

슬슬 결혼이 임박한 시기인데도 말이지.

IMG_1057.JPG

어젯밤에 9:56분에 딸이 문자다.

뮤지컬이 방금 끝났고 정윤이랑 커피 한 잔 하고 온다고.

대학로라고.

11:27분에 지하철을 내려 동네로 오는 버스를 탔고 곧

들어갈거니 걱정 말라고.

아빠가 딸이 들어올 때 현관에서 모두 그녀를 기다리자고

의견을 모았다.

마침내 12시가 넘어 딸이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얌전치 못한 무질서한 발걸음 소리다.

우린 불을 끄고 누웠다가 다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큰 아들은 웃음을 못참고 키득거렸다.

이윽고 딸이 들어서자 우린 모두 박수를 치며 늦게까지

놀다 오느라 수고가 많다며 말을 하자 딸은 "왜그래~~"

하면서 부끄러워하며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갔다.

뭔가 느껴지는 게 반드시 있을 것이다.

IMG_1048.JPG

어제 저녁,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고 나는 그저께

식당에서 남아 싸온 스파게티를 데워서 작은 량만

먹은 채 체중을 줄여보겠다고 굳은 다짐을 하는 중에

가까이 사는 권샘이 문자가 왔다.

‘저녁먹었어? 쌀국수가 땡긴다, 가자’

단호하게 저녁을 먹었고, 더 이상 먹기싫으니 그냥

걷자고 답문을 했다.

‘또 먹어’ 란다.

-누글 돼지로 아나?- 하고 답문을 보냈다.

‘오늘만 돼지해’

그래서 먹는 것에 마음이 약한 나는 다시 한 그릇의

양지머리 쌀국수 스몰을 먹어야만 했다.

당연히 국수는 남기고 국물은 죄다 주욱~~들이켰다.

살은 국물이 더 찐다는 거….미친다.

IMG_1050.JPG

내가 그녀의 청을 거절 못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물론 나이도 나보다 10살 이상이 많지만 그녀가

몸이 아파 늘 식사를 못하고 입맛이 없어서 거의

한숟갈도 먹지 못할 때가 허다한데 어쩌다 식성이

땡겨서 뭘먹자하면 나는 한번도 거절않고 간다.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단 한번의 거절도 없다는

것이라며 늘 말씀하시는 권샘의 그 기대를 저버린다는

건 뭔가 섭섭해 항상 따라주고 같이 동행한다.

가끔은 나이도 그렇고 몸이 약해서 나보다 먼저

세상을 하직하면 그땐 서러워서 어쩌나 싶을만치

나는 그녀와 친하다.

그런 그녀가 어쩌면 곧 신장투석을 할지도 몰라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하려고 마음도 먹고 또

중요한 건 무슨 말을 해도 나를 다 온전히 이해한다는

점이 내가 그녀와 친한 부분이기도 하다.

상당히 지적인 그녀가 늘 내가 시쳇말을 지껄여도

즐거워한다는 점이 내가 그녀가 편한 이유다.

IMG_1054.JPG

8 Comments

  1. 누구나

    2012년 5월 26일 at 2:29 오전

    bon voyage!
    자꾸 이렇게 miskey 지적하다가
    미움 받겠다. ㅋㅋ   

  2. Lisa♡

    2012년 5월 26일 at 2:41 오전

    저는 늘 g를 붙이네요.

    버릇처럼.

    발음때문에 나도 모르게…ㅋㅋ

    암튼 땡큐~~   

  3. 뽈송

    2012년 5월 26일 at 7:11 오전

    우리 애가 신촌 Y대학에서 한 때 킹카였었는데
    지금은 늙다리 총각으로 변신해 있지요.
    권샘여사 따님에게 다리를 놔주심 어떠실지요?
    이렇게 쓰고는 ㅋㅋ 하든가 ㅎㅎ 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4. 벤조

    2012년 5월 26일 at 8:16 오전

    리사님이 뭔 소릴해도 항상 즐거워하는 사람, 여기 또 있소!
       

  5. Lisa♡

    2012년 5월 26일 at 9:19 오전

    뽈송님.

    미리 말씀하시지.
    여자들이 요즘은 빨리
    시집들을 안가요~~
    제 주변에 괜찮은 처자 많습니다.   

  6. Lisa♡

    2012년 5월 26일 at 9:20 오전

    벤조님.

    룰루랄라~~~

    오늘 행복합니다.   

  7. 士雄

    2012년 5월 27일 at 12:26 오전

    잘하면 술이 석잔이고 못하면,, ^@^   

  8. Lisa♡

    2012년 5월 27일 at 1:35 오전

    요즘은 그렇치도 않아요.

    왜냐면 그냥 소개팅만 해주고
    알아서들 하니까요.

    ^^*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