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실 때 혜숙은 늘 맥주잔을 달라고 해서
소주 한 잔을 붓고 맥주를 가득 따라 마신다.
줄곧..나와는 다른 주법인데 나는 그냥 소주나
양주를 원샷은 못하고 홀짝홀짝 길게 마신다.
오늘 김정운의 책을 읽다가 보니 심리학적으로
나보다는 혜숙이 삶에 불안한 요소가 많다는
판단이 내려진다.
이 사회에 깊숙히 뿌리내린 집단 자폐증 중에
하나가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자는 스타일로서
말짱한 정신으로 사람을 대하기보다는 빨리 취해
혼미한 상태로 상대를 대하는 게 편하다는 거다.
그러고보니 혜숙은 나와 아주 친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말짱할 때는 마주보고 대화하기를 부담
스러워하는 편이긴 했다.
잘 통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간혹 둘만의
만남이 약간 어색하거나 부담스러울 때가 있긴
하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눈을 맞추지 못
한다던가 말을 않고 그냥 가만있다던가, 아니면
얼버무리듯 얘기하며 시선처리를 못하는 애들이
있어 때로는 그러지않던 나마저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김정운은 이런 현상을 일종의 자폐증상
으로 보는 것이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아이들
을 자폐아라고 한다면 어른도 마찬가지로 이런
병을 겪을 수 있다.
사회생활을 잘 하는 것 같은데 알고보면 혼자만
해도 되는 직업이라든가, 아님 대화나 사람상대가
필요없는 직업이기에 그동안 잘 하는 것으로 보여
진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도 책에서 나오는 일종의
심리적 병을 앓고 있는데 누구나 다 하나씩 증상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둘째가 피아노는 열심히 치는데 책도 나름 읽는 편인데
공부를 하거나 집중해서 연구를 한다거나와는 거리가 먼
편이며 주로 시간을 보내는 컴퓨터를 보고 있어도 주로
카튠이나 축구에 대한 내용만 본다. 갈수록 내 불만은 쌓
여갔고 대학이나 갔는데 참견하는 일도 쉽지않아 나름 고
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젠 그냥 두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게 된 이유는 책을 읽다보니 굳어진 것이고 사실 요즘
내게 화두 비슷한 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들도 아마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계기나 상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생활태도나 정신적 무장은 크게
달라진다고 보지않는다. 인간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결코
그 이상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변화라는 것은 성격이나
태도를 말하는 건데 나도 그렇고, 남편의 양치습관도 글코
아들이 옷을 도넛처럼 벗는 것도 수많은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나아지는 게 없다. 그래서 그냥 거기에 맞춰 내가 사는 거다.
그리고 운명론자 비슷한 발언인데 모로가나 좌로
가나 될 놈은 된다는 이야기다.
안될 놈은 되게한다지만, 알아서 될 놈은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시에 떨어지는 천재를 본다.
그러니 아무리 아둥바둥해도 자기 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스스로 터득한 체험이나 절망에서
알아서 나오거나 알아서 기거나 그 수 밖에 없다.
스팩이 아무리 빵빵해도 인간을 먼저 본다는 신문의
헤드카피처럼 친구를 사귀어도 마음이 가는 애가 있고
내게 아무리 잘해줘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 애가 있다.
남편이 똥배가 무거워보이고 아들의 멍한 시선이 괴로
워도 나 또한 그들에게 그런 점으로 비추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 서로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 것 뿐이다.
말그미
2012년 5월 28일 at 5:48 오전
어느 정도 다달면 여간해서 고치기 힘든 거 같습니다.
상대편에 맞추는 게 편합니다.
근데 리사 님, 저위 노란 구슬이 동그랗게 빵빵하더니
다시 보니 쑥 들어갔어요. ㅎㅎ
어찌된 거야요?
Lisa♡
2012년 5월 28일 at 9:48 오전
노란 구슬요?
두번째요?
저는 다시 손댄 거 없는 데 말입니다.
추억
2012년 5월 28일 at 11:08 오전
이제 리사님도 도사의 경지까지 다다른 느낌,,,,ㅋㅋ. 사월초파일에 사리나오는 부처가 한 분 탄생하셨네,,,ㅋㅋ.
Lisa♡
2012년 5월 28일 at 12:41 오후
아마 사리 꽤 나올 겁니다.
저도 가끔 제가 도사같아요.
김삿갓
2012년 5월 28일 at 2:45 오후
멋눈엔 모만 보인다꼬… 제 눈엔 조기 구술? 사진이 어느 여인의 이쁜
한쪽 가슴으로 보이네요…ㅋ
가족과 함꼐 하는 지리산 여행 재미나고 즐거운 여행 되세요.
안낯프르나도 오르락 내리락 하신 리사님 인데… 너무 걱정
마시고요. 지리산 나도 가고 싶은데… 부럽부럽…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__^
Lisa♡
2012년 5월 28일 at 4:18 오후
구슬이 어딨어요?
나무 그릇입니다.
강정애
2012년 5월 29일 at 5:54 오전
리사님!
일찌감치 깨우치셨네요
자식도 어렸을 때나
엄마 입김이 작용하지
더 크면 어림도 없어요
아직은 대학생이니깐
그만큼이래도 돼지요
누굴 바꿔보려고 든다는 것은
그 상대가 비록 자식일지라도
가히 선전포고나 디름없지요
사랑한다는 것은
생긴 그대로를
마음에 안 드는 부분까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야 하는 걸거예요
Lisa♡
2012년 5월 29일 at 6:20 오전
바꾸려고 하지 않으려구요.
그러다가 괜히 사이만 나빠지고
지 팔자 자기가 해도 안되는 걸
누가 뭐라겟습니까?
보는 관점을 바꾸기로 했답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시킨다고 그게
뭐 잘 될리 만무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