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우연히
건너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이건
그다지 희망이나 우연은 없어 보인다.
같이 줄을 선 20대 아가씨와 나란히 비춰지는데
나의 푸석한 모습이 용기도, 재미도, 감각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세상이
재미있고 모든 걸 다 즐길 수 있는 자세니
세대교체가 묘하다. 이렇게 순환이 되는 세상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자 이치다.
나를 보니 그저 우습고 그 속에 많은 게 들어있긴
해도 갈수록 기억의 량은 좁아지고 그 의미는
퇴색해가고 남는 건 극도의 욕심이나 애쓰는
아름다운 추억만이 겨우 남아있다.
아들이 겁나는 목소리(긴장하게하는 부드러운)로
부탁할 게 있는데 하며 뜸을 들인다.
몬데~~? 겁난다..하자 슬쩍 웃으며 아침에 자고
있을 때 자기를 껴안거나 뽀뽀하거나 부비지 말란다.
자기가 알아서 일어날테니 그냥 둬달라란다.
섭섭하긴 하지만 알았다고 대답했다.
밤 12시에 자서 아침 12시에 일어났다.
내가 깨우는 방식이라면 9시 전에 일어난다.
하루의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 일어나서는 뭐가
좋다구~~그리고는 부엌에 있는 내게와서 킁킁거린다.
"너도 부탁할 게 있는데 엄마냄새 맡는 거…"
아들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빙그시 웃는다.
"그냥 계속 해줄래?~~~"
어쩔 수 없는 이 짝사랑의 한계를 어쩌면 좋아.
맨인블랙은 1,2 편을 다 봤으니까 당연히 3편을
봐줘야 했다.
토미 리 존스를 불 수 있을 때 봐야하고 그 예의
까만 선글라스를 봐줘야만 한다.
가기 전에 소문에 꽤 쟤미있다는 것이다. 아들 친구가.
시작하고 5분간 흥미가 땡겼는데 곧 시들해지고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해 콜라를 다 먹었을 때 졸았다.
이러면 돈이 아깝지..하며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앤디워홀과 파란 눈의 그리핀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는 황당함 쯤이야 워낙 보아온 터라 글코
시시하기까지 할 즈음 아폴로11호가 발사되는 장면이
나오고 그 후에 10분간은 아…..좋았다.
울었다, 찔끔~“시나리오 작가들 대단하다.
믿을지 모르겠는데 실은 핸펀으로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팔에 고장이 왔다.
어디 가서 말도 못하겠고 어깨까지 아프다.
누가 날더러 오십견도 안오고 대단하다 대단해
하고 악담 비스무리한 걸 하더니 게임으로
인한 고통이 찾아온 것이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아야 할까? 고민 중이다.
내가 하는 게임은 별 거 아니다.
누굴 죽이거나 처부수는 게임이 아닌 그저
얌전한 칸을 맞춰 비우는 게임인데 거기 빠졌다.
한 때 갤러그에
그리곤 보석게임,
지금은 갤럭시다.
게임만 죽어라 하던 아들도 이젠 하지않는데.
이것도 내가 즐기는 리추얼 중에 하나일까.
士雄
2012년 5월 29일 at 9:35 오전
모자간의 대화가 재미있습니다..ㅎㅎ
Lisa♡
2012년 5월 29일 at 9:57 오전
네—-사웅님.
아들과는 좀 찐덕거립니다.
오그라들기도 하구요.
첫 째하고만….둘째는 근처도
못가거든요.
조르바
2012년 5월 29일 at 10:13 오전
하하~
역시 읽는 재미 살짝 훔쳐보는 재미를 주십니다… ㅎ
감사드립니다.
저도 아들과 꽤 찐덕(?) 어미소처럼 그랜는데..ㅋㅋ
대학들어가며..점점 거리감이 얼굴볼새도 많이 줄어들고…
맛있는 저녁~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Lisa♡
2012년 5월 29일 at 11:00 오전
조르바님.
아들과의 관계 충분히 이해하시죠?
제 친구들도 모두 이렇게 짝사랑 꾼들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구요.
점점 거리가 멀어지겠지요.
당연한 거구요.
거리가 멀어진다기 보다는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이해해야지요.
후후후…저녁 다 먹고 치우고 빨래까지
다 해서 건조시켜 개고 이젠 나가려구요.
용산역을 향하여~~
말그미
2012년 5월 31일 at 7:20 오전
팔에 고장까지?
빨리 치료하셔요.
그러나 활력있는 리사 님이 좋습니다.
젊은 냄새도 폴폴 나고…^^
Lisa♡
2012년 5월 31일 at 11:30 오전
말그미님.
네—내일 가볼께요.
근데 지리산 다녀오느라
지금 양팔 다 뭉치고 난리도
아닙니다.
아고~~양팔, 양다리…안하던 운동을
한 까닭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