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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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아이들 시다바리역할만 하다가 억울해서

그리고 매실을 망치나 돌로 찍으면 씨를 분리하기

쉽다는 걸 그제 이미 다 깐 후 늦게 알았다는 사실도

억울해 뭔가 내가 하나라도 내 일을 하고파 매실을

다시 왕왕이 순천산 大자로 10 키로를 사고 집으로

와 무장을 한 뒤 뒷산으로 가서 내 매실나무에 달린

매실을 좀 땄다.

누군가 다 따간 후라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5 키로 정도를 땄다.

온갖 벌레와 진드기같은 잡 것들이 나를 공격하는 가운데

태연하게 긴 작대기로 열매부분을 건드리며 떨어지면 주웠다.

중요한 건 떨어뜨린 매실은 교묘하게도 풀 숲으로 숨는다.

억울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 줍고 나머진 벌레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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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이나 농삿일을 하다가 잠시잠깐 불어오는 바람,

그게 그렇게 시원하고 반가운지 어제야 느꼈다.

땀 흘리며 등산을 하다가 시원한 바람이 불 때 느끼는

그런 비슷한 기분을 느끼며 즐거웠다.

조그만 바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민감해진다.

많은 매실이 노랗게 변해 땅에 떨어지고 나무에 병이

들기도 해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게 견뎌내야지 싶기도

한 게 농사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실감이 난다.

나무를 심어도 좀 비싸고 좋은 걸로 심으면 병이 나거나

죽으면 실패가 더 커지고 그렇다고 싸고 씨알이 작은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심으며 그만큼 수확이나 판매에서

가치가 떨어지고 늘 인간은 모험을 하고 살아야 한다.

나는 손해볼 때 보더라도 일단은 좋고 비싼 걸 하는

스타일이라 농사를 지어도 아마 시행착오를 무지 겪어야

하리라는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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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허름하고 쓰러져가는 빈 집이 시골에

있으면 나중에 저런 집 하나사서 살면 되겠네..

하거나 뭐하다가 할 거 없으면 농사나 지으며 살까

이런 잡념을 가진 적이 가끔 있다.

아마 그런 상상은 사치스러운 상상에 속할 것이다.

정작 그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찮게 보이던 모든

것들이 얼마나 가지기 어렵고 지키기 어렵고 대단한

것들이었는지 그때야 느낄 것이다.

남편에게 미리 경작이나 귀농이나 블루베리에 대한

공부라도 하라면 들은 시늉도 않는다.

나 또한 그런 건 남자들이 하는 일이라며 말만하고

내가 직접 배울 생각은 없다.

그러니 마음만 간혹 있지 농사 일이라는 게 선뜻 할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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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어느 분이 제일 좋은 과일을 생산하겠다는

마음으로 일체의 농약을 사양하고 과일농사를 시작해

계속 벌레나 잡다한 침입으로 늘 망하고 또 망하고

하자 결국 이젠 길이 없다 싶어 죽음을 결심하고 숲으로

들어가 나무에 목을 매려다가 숲에 잘 자라는 나무들을

보며 저 나무들은 아무 것도 안해도 자연 그대로 저렇게

잘 자라는 데..하며 탁 깨우친 바가 있어 그 길로 내려와

숲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주며 결국 성공을 해서 그 분의

과일은 시기만 되면 주문이 밀려 나오자마자 바로 다

판매가 되어버리는 최고의 농사꾼이 되었다.

아무리 비싸도 그 과일은 사람들이 믿고 사간다.

노력하면 누군가 알아주게 되어있다.

처음부터 잘 하는 건 없으니 나도 저 병들고 나약한

매실나무를 그냥 그대로 둘까 한다.

한 그루는 벌레들이 다 갉아먹어 나무 아래 톱밥처럼 가루가

그득하다. 그래도 그냥 자연스레 놔두려 한다.

내 매실나무는 토종이라 씨알은 작아도 엑기스가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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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Hansa

    2012년 6월 16일 at 2:04 오전

    농사는 노동+기술이고 쉬운 일이 아닙니다.
    평생 농사짓던 분들의 몸은 기계 닳듯 닳아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주로 진료히며 마음이 아프답니다.

    농사는 취미로 한두 평 정원 가꾸 듯하면 좋습니다.. 하하
    농촌의 폐가는 폐가될만한 조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살기에 뭔가 불편한 곳이라는 얘기이지요.
    농촌이라도 살기가 괜찮은 곳은 폐가가 거의 없답니다..

       

  2. 소리울

    2012년 6월 16일 at 4:26 오전

    절대로 할 수 없는 걸 사람들은 꿈을 꾸기도 하지요.
    농사나 짓을까?
    그 농사나 지을가가 얼마나 준엄한지…
    국화꽃 오백 화분을 어쩌나 지금 너무나 고민이 많아서…   

  3. Lisa♡

    2012년 6월 16일 at 11:03 오전

    한사님.

    농사를 오래 하신 분들
    정말 자연의 이치와 겸허한 마음을
    갖고 계신 줄 알아요.
    가끔은 블루베리나 혹은 매실이나
    농사로 지어볼까~~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솟을 때면 부끄럽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는 제가 미안하지요.   

  4. Lisa♡

    2012년 6월 16일 at 11:04 오전

    소리울님.

    국화꽃 오백화분이라.
    힘드시겠지만 가꿔놓으면
    근사하겠네요.
    향기도…..   

  5. 나를 찾으며...

    2012년 6월 16일 at 3:04 오후

    리사님~매실나무 심으셨나봐요?^   

  6. Lisa♡

    2012년 6월 17일 at 12:17 오전

    심은 건 감나무와 배나무인데

    얻은 건 매실나무 10그루 이상이지요.

    동네 산에 오늘 아침 키 큰 산딸기 나무도
    발견해서 산딸기도 땄어요.   

  7. 말그미

    2012년 6월 17일 at 10:36 오전

    왕창 매실을 10kg이나 더 사셔군요, 리사님?
    게다가 5kg을 더 수확하시고 또 5kg 담아 놓으신거…
    손이 크시군요?
    나도 손이 큰 편이라 동지를 만나 반갑습니다.ㅎㅎ
    많이 해 이웃에 인심도 좀 쓰시고…
    속이 시원합니다.
       

  8. Lisa♡

    2012년 6월 17일 at 10:59 오전

    말그미님.

    우리는 아이들이 여름에 매실과 오미자를 엄청
    마시고…3년동안 놔두었다가 먹습니다.
    15키로에 제가 딴 토종매실요.
    15키로는 장아찌로….씨를 함께 담았어요.
    나중에 엑그스 대강 빼고 분리하려구요.
       

  9. 말그미

    2012년 6월 17일 at 11:10 오전

    제가 쓴 덧글에 받침이 빠져 지우고 다시 쓰려니
    지우려면 컴이 스톱을 하고…
    씨름을 하다 그냥 둡니다. 에고 찝찝해~~^^   

  10. Lisa♡

    2012년 6월 17일 at 12:23 오후

    대충 알아듣습니다.

    전혀 몰랐네요. ㅎㅎ   

  11. 푸나무

    2012년 6월 17일 at 1:00 오후

    내 매실????

    야아, 갑자기 리사님 더 멋져 보입니다.    

  12. Lisa♡

    2012년 6월 17일 at 2:35 오후

    제가 매실나무 약 열그루 정도와 앵두나무
    (오늘 수확했음..앵두..엄청)
    그리고 배나무, 감나무 서너그루 있습니다.
    매실나무는 뒷집이 이사가면서 제게 주고 갔고
    나머진 식목일마다 심었거든요.
    내년 식목일엔 매실을 심을까해요.
    댓그루 더…좋은 걸로요.
    매실이 아주 버릴 때가 없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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