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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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을 간 친구가 목 디스크 걸릴 뻔 했다고 엄살이다.

잠을 좀 청하려고 구석으로 가서 자려는 순간, 옆의 남녀

커플이 소곤거리기 시작한 것…잠이 달아나고 그들

대화의 모든 내용이 바로 쏙쏙 입력이 되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대화의 농도가 진해지면서 이젠

목이 아파 돌아누우려고 해도 움직이기 민망한 지경이..

참다참다 일부러 "에고고고오~~~" 하며 뒤척이는 척 해도

그 둘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둘만의 대화에 열중.

여자 다리는 남자 허리에 올라가 있고 얼굴을 거의 1cm정도로

맞대고 누워 새벽까지 계속 소곤거리더란다.

거기말고 다른 방으로 가기도 뭣하고 허리도 아프고 목도

아파 움직이기조차 귀찮은 판에 둘은 난리 굿도 아니었단다.

그런데 그 둘의 나이가 십대라고 생각했던 나는 놀랬다.

40대 초반이었다고 한다. 찜질방에 가서 그렇게 할 말이

많아 새벽까지 소곤거릴 힘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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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씨에게 신세를 진 란이 선물이랍시고 한우세트를

갖고 온다는 전화를 k 씨가 받았다.

나랑 같이 있는데 그리로 오겠다니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내 몫의 고기도 같이 갖고 오겠다는 것이다.

어부지리로 내 것까지…미안해라 하면서도 갖고 와

먹으니 기분은 좋았고 맛있었다.

그 며칠 후, k 씨와 함께 걷고 있는데 지나가는 길이라며

집에서 3년 묶인 매실액 독을 오늘 열어 매실엑기스를 따랐는데

맛이 좋다며 3병을(1.5리터)들고 오는 중이니 지나가다가

경비실에 맡기겠다면서 란이 또 전화다.

k 씨가 갖고 온 거니 받지만 자기는 매실을 많이 안먹는다며

나에게 2병을 주고 자기는 1병만을 가져갔다.

이런 어부지리가 있나…세상에 복도 많다.

근데 이 매실액이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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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오드리언니가 사돈이 준 매실이

많다면서 오래된 매실은 다 버리고 나 주려고

한 병을 챙겨왔다며 한 병과 간장 한 병을 주었다.

오래된 거 뭐..버렸는데?

"응..매실 엑기스가 3년은 되었어..그래서 버렸어"

나…그날 미치는 줄 알았다.

그리고 더 미치는 건 매실 이라고 꽁꽁 싸온 병에 든 건

그 귀한 오미자 엑기스였던 것.

그것도 너무나너무나 진하고 맛있고 색도 고운.

결론은 그 엑기스를 아끼고 아껴서 우리 새끼들 입으로

다 들여보냈는데 언니의 그 비현실적 시력을 어째야

했을까…참고로 언니네 사돈은 진정한 살림꾼이다.

그런 복을 지 발로 차는 바람에 나에게로…또 다시

이런 일이 생겨도 나는 좋치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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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한 생머리 단발에 차분한 눈빛, 조용한 목소리.

결단력있어뵈는 당참, 명철한 이성으로 집요하게

캐묻는 끈질김과 해박함. 그리고 먼저 절대 패를 보이지

않는 그 당당하고 소리소문없는 태도, 두 아이를 모두

외고에 보낸 왜소하지만 부러운 힘있는 어깨.

결코 언성을 높이지않는 우아함에 말을 함부로 섞지 않는

조심스러움까지…이런 여자 사돈 맺으면 엄청 피곤하다고

말들을 한다.

사실 친구로도 피곤하고 나올 구석이라곤 없는 스타일들이다.

그러나 남에게 손해나 피해는 절대 끼지 않을 것 같은..

회장부재로 내가 대신 어부지리로 동네회의를 주관했다.

끝나고 나서 다들 날더러 목소리나 뭐나 다 회장감이란다.

헉…내 목소리..크고 사투리에 무식하게 나오는 말투에..

아니아니아니되오~~뭔 말씀을 그렇게 지당하게…후후후.

난 말이지요~~ 요 위의 외고엄마 닮고 싶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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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아로운

    2012년 6월 23일 at 4:46 오전

    왜소하지만 부러운 힘있는 어깨…
    나는 왜 이게 ‘외고하지만” 으로 보였을까나…
    부러우면 진다고 하지만, 애들 공부는 그냥 공부일 뿐.
    다 부모 만족이지 않던가요?    

  2. Lisa♡

    2012년 6월 23일 at 5:28 오전

    아로운님.

    저도 가끔이지만 제가 읽고 싶은대로
    읽거나 읽힐 때가 많다는 겁니다.
    제가 여기서 말한 부러운 부분은 애들의
    공부에 관한 부분은 전혀 아니라는 거지요.
    그냥 그런 성격, 내가 닮고픈 성격의 한
    부분이거든요.
    애들의 공부 정도는 이제 부러운 부분으로
    간주하기엔 이미 지나쳐 버린 시간이고 제
    마음에서 멀어진 이야기지요…헤헤헤.   

  3. 나를 찾으며...

    2012년 6월 23일 at 6:22 오전

    복도 많으신 리사님~
    뭘 더 부러워하세요?ㅋㅋㅋ

    전 리사님이 훨 더 부러움^^* 헤헤헤~ 컥^   

  4. 말그미

    2012년 6월 23일 at 12:48 오후

    조신한 사돈감으로 표현한 분, 찔러도 피도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빈틈없는 그런 여자. 생각만해도 피곤해요, 리사 님…
       

  5. Lisa♡

    2012년 6월 23일 at 1:54 오후

    나찾님.

    좀 냉정하고
    우아하고
    조신하고
    차분하고 싶답니다.   

  6. Lisa♡

    2012년 6월 23일 at 1:55 오후

    말그미님.

    맞죠이~~~
    저도 아마 숨 막힐 겁니다.
    어벙한 내가 그런 사돈 만나면
    아마 가슴 떨릴 겁니다.   

  7. 김진아

    2012년 6월 23일 at 2:48 오후

    ㅎㅎㅎ

    어벙하시다니요. 리사님…

    상대방을 무장해제하고 속내를 들여다보이게 만드는..
    세상의 누구보다 확실하신걸요.ㅋ

    ^^   

  8. 김삿갓

    2012년 6월 23일 at 4:29 오후

    매실 이 몬지 전 모르는데… 느티나무 …. 미류나무 …. 노래나 책같은데서 많이
    나왔지만 한번도 본 적이 없어 (아니 본적은 있겠지만 몰랐어서) 무슨 식물인지
    아직 모르지만…. 귀한 물건 같은데 공짜로 얻었으니 암튼 추카추카…

    인터넷이 되나 안되나 들어 왔다 인사 드리고 갑니다. 좋은 시간 되세유!! ^________^   

  9. Lisa♡

    2012년 6월 24일 at 3:24 오전

    진아님.

    그러니 제 앞에서 속내를 보이지 않는 사람은
    정말 땐땐한 이죠?
    그런데 그런 사람 있더라구요.
    근데 어벙할 적도 많습니다.
    입도 헤—벌리고 있구요.
    예전엔 하도 어벙해서 엄마에게 늘 혼났지요.   

  10. Lisa♡

    2012년 6월 24일 at 3:24 오전

    삿갓님.

    매실을 모르다니…

    인터넷에 검색해보세요.
    대한민국 국민 열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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