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밤 늦게 란이 뭘주러 왔다가 포장마차의 국수가
먹고싶다는 것이다.
포장마차 안은 손님이 제법 있었고 우리가 자리잡은
건너편엔 40대 후반의 여자 둘과 50대 초반과 50대 후반의
남자가 좀 취한 채 우리보다 약간 먼저 들어와 앉은 것
같았다. 국수만 시키기 뭣해 국수 하나와 닭똥집을 시켰더니
같은 안주를 시키면서 허부적 거렸다.
우리는 그냥 국수와 닭똥집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데 우리더러
"바그다드 카페"를 아느냐는 질문을 했다.
웬 이렇게 멋진 질문을? 싶어 쳐다보니 한 여자가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아…그 거영환데….모르실거예요" 한다.
그냥 가만있는데 또 남자가 우리더러 바그다드 카페를 아냔다.
"네—Calling You 말인가요?" 하고 아는 척을 하고 마는 나.
"어…아네..아네…."하면서 자기 스마트 폰을 마구
조작하며 우리더러 들려준단다.
한 남자는 엉터리 음으로 계속 콜링유를 부르는데 완전
다른 음악과 가사로 불러댄다.
그래도 동네 포차에서 바그다드 카페를 아냐고 물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기분 나쁘진 않다.
그 남자도 한 때 젊음을 갖고 있었을테고 또 불타는 사랑을
했을테고 빛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찾다가 안되는지 "그 마술사 여자요~~" 한다.
가만있자니 무안할 거 같아 눈은 마주치지 않고 "독일여자"
그랬더니 "맞아요~~~ 그 독일여자..뚱뚱하고"
세 명의 일행들이 하나씩 빠져 나가고 나이 든 아저씨만
남았다.
추억도 있을 것이고, 감상적 기분도 그날 밤 있었을 것인데
거기에 맞춰줄 친구가 사라진 것이다.
우리도 마침 란이 국수를 다 먹었고 해서 나와버렸다.
결국 바그다드 카페는 그냥 사라진 셈이다.
아—-아—-아——♬
예전에 카페 ‘까르페 디엠’을 할 때 였다.
한 의사가 갑자기 휙 하고 들어오더니 커피를
한 잔달라더니 날더러 이름을 누가 정했냐고
물었다.
"제가요" 어떻게 까르페디엠을 아느냐고 물었다.
마치 그 질문 속에는 이렇게 대단한 단어를 아는 게
이상하고지적이라는 뜻을 약간 내비친다.
‘죽은 시인의 사회’와 라틴어 등등 몇 가지를 아는 척
하며 말하자 ‘앗-어떻게 알았지~~~~?’ 하는 표정과
함께 이 여자 제법인데…하는 눈빛이었다.
그리곤 자주 그와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갈수록
그가 자신에 대해 엄청난 오만함과 건방진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
겉으로 표나진 않지만 두어번의 대화로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처음 그 2초 안에 파악했을 일이었을텐데 말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미혹된 것이나 사랑하는 것, 반한 것
또는 지적으로 인식된 그 어떤 것에 대해 상대가 알아
주거나 알고 있다는 게 발견되면 공연한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건 사실이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했으니까..까닭없이 상대가
좋아지고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냥 편해지는 기분..그런 거.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기를 알아봐주면 좋아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소설 속 어떤 뉘앙스를 알아차리고 말하거나
어쩌다 부르거나 신청하는 음악이 나와 같은 특별한 곡을
표현한다면 어찌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소냐.
요즘 유행하는 개그 한마디를 해도 어..센스!! 하는 판에
감동을 받고 가슴을 울렸던 그 어떤 감성을 건드리는 상대가
있다면 그 시간만은 흐뭇한 건 사실이다.
김술
2012년 6월 27일 at 3:39 오전
‘까르페 디엠’
추억속의 단어.
‘사후판단편향에 의한 자기합리화’
Hansa
2012년 6월 27일 at 3:40 오전
책속의 어떤 문장에, 노래속의 어떤 멜러디에, 영화속의 어떤 장면에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까닭없이 많이 친해진 느낌이 들지요.
리사님 오늘 글에 공감합니다! 하하
Lisa♡
2012년 6월 27일 at 8:20 오전
술님.
그런가?
그럴 수도…
Lisa♡
2012년 6월 27일 at 8:20 오전
한사님.
괜히 그런 사람 만나면
친해지는 기분이고 인정하는 부분을
두게 되지요?
푸나무
2012년 6월 27일 at 12:21 오후
알베르토 망구엘도
읽고 있는 책으로 그사람을 봤어요.
어떤 책을 읽으면 어쩔거라는 생각까지 하구요.
지하철 타고
책보는 사람 있으면 난 언제나 그 책이 궁금해.
읽고 있는 책이
그사람을 나타내주거든요. 상당히…. ^^
공감가는 글
Lisa♡
2012년 6월 27일 at 12:55 오후
푸나무님.
블로거들이 친해질 수 있는 이유가
다 그런 점인 것 같습니다.
다른 이유없이, 조건없이도 그냥 같은
책이나 음악, 그림을 좋아한다는 건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건 행운이라고
보기도 하니까요.
일종의……그래서…..푸나무님과도
친할 수 있구요~~ㅎㅎ
김삿갓
2012년 6월 27일 at 4:18 오후
포장 마차…비록 짧은 시간 이였지만 즐거운 시간 있겠네요. 아 가고 싶은 포장 마차.
ㅋ.. 얼마전 제가 몰던 트럭 연료 인젝토(분사기) 하나 가 나가 수리 센터에 맞겼는데
수리비가 2400 불. 수리후 그집 주인 마누라가 와서 저를 픽업 하여 수리 센터로 가던중
이런 야그 저런 야그 하던중 와 정말 우연의 일치가… 마누라는 저와 중학교 1년 차이
동창이였고 남편인 주인은 저와 고등학교 동기 동창…게다가 그집도 두 딸래미가
각각 우리 집 딸래미들과 대학 동기동창… 와 하하 하며 서로 학교 시절 옛날 야그
특히 ROTC 선상 야그를… 그냉 그자리서 150 불 꺽아 주 더군요. 모어 제가
이익 본건 아니고 주인집이 떙 뜬 거 였었죠. 이게 다 리사님이 말씀 하신 몬가 서로
통하는게 있어 그런거 아니 겠습니까?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_^
Lisa♡
2012년 6월 27일 at 11:36 오후
그 통함은 고향이 같고
이국타향에서 같은 이웃을 만난 그러니까
가족적인 정서가 통한 거네요.
그런 인연도 만나기 힘든데 정말 반가웠겠습니다.
아이들도 서로 이야기하면 알겠네요.
150불..에그 좀 더 깍아주지~~
김삿갓
2012년 6월 27일 at 11:58 오후
글쎄 말임니다. 제 트럭이였으면 더 깍아 주지 않았을까 도 생각 해 봅니다만…
고용주의 트럭이라 그랬지 않나 싶군요. 부속품이 워낙 (대형트럭 부품들 무쟈게
비쌈니다. 30 센티 짜리 고무 호수 하나도 258 불씩 하니까 요…) 비싸니…
그리고 하얀 아이들 친한 친구들 끼리도 밥먹고 따로 내는데 150불 깍아 주는건
그나마 많이 깍아 준거지요. ㅋ
아 오늘은 한가해서 이젠 집에 갈 시간 인데… 교통… 막막 하네요. 2시간 반 쯤
걸리려나??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__^
나무와 달
2012년 6월 28일 at 12:43 오전
‘바그다드 카페’나, ‘까르페 디엠’ 이 사람 사는데 뭐가 그리 필요하나요…이렇게 이야길 하면, 저도 무식한 인간이 되겠지요…?? ㅎㅎㅎ
저희 동네는 그런 사람들 없어서 너무 좋아요.
기름쟁이들(정비/공구…등, 쇠를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만 가득하니까요…ㅋㅋ
저는, 희노애락..을 고스란히 다 표현하는 그런 사람들이 좋더라구요…^^*
Lisa♡
2012년 6월 28일 at 3:07 오전
삿갓님.
수고많으십니다.
완전 노다가 뒤늦게 뛰시네요.
아무튼 그래도 그런 점을 존경합니다.
Lisa♡
2012년 6월 28일 at 3:08 오전
나달님.
그 말은…………..
조금이라도 통하는 사람들을
사람들이 좋아하나봐요~~
자기가 알고 좋아하는 부분을
상대도 알고 좋아해주는 그런 점요.
아..오늘은 어제와 달리 구름이 잔뜩.
비나 와야하는데 말이죠.
벤조
2012년 8월 26일 at 5:09 오전
첫줄, 밤늦게 란이가…부터 아..아..아..까지
이것만 따로 떼어 샘터에 보내세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제목은 ‘바그다드 카페’.
수명이 길어지니까 나이 50까지 게걸거리는 아저씨도 많아지나봐.ㅎㅎ
그리고 참,
란이가 그 늦은 밤에 국수가 먹고싶다는 것도
바그다드 카페에 아주 잘 어울리는 설정.
Lisa♡
2012년 8월 26일 at 5:25 오전
후후후…벤조님도…크크
전 첫 줄 하고 댓글이 시작되었길래
첫 칸 띄지 않고 썼다고 지적하시는 줄
알았지 뭡니까?
제가 그런 맞춤법 무시하고 쓰는 사람이라~~
벤조님이 재미있으시다면 그걸로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