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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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 10시.

대부분의 도로가 널널한데 강남역 부근은

불야성을 이룬다.

불경기라고 하나 뭐 진짜인지 분간이 안간다.

하긴 언제 불경기 아닌 적이 있었던가.

아들을 밤 10시에 강남역 근처에 내려주고 대신

친구들과 만나고 있는 남편을 교대로 태웠다.

남편의 친구 둘을 오랜만에 만나 포옹을 하고

너무 좋아하다가 결국 한 친구는 얼굴을 꼬집어

주었다.

둘은 건강상의 문제로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고

남편만 들입다 마신 모양이다.

짜증내기도 뭣하고 그냥 말을 말자..혼자서도

마실 수 있긴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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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른 후 만나도 늘 변하지 않은 것 같은 건

우리들만의 기분일까.

ㅅㅎ씨가 얼굴이 좋지않다.

대학 때부터 우리들에게 상복을 준비하고 있으라더니

아직 잘 살아있긴 한데 곧 간이식을 준비 중이다.

이식도 문제이지만 이식을 위한 수술도 해야하고

이식을 해줄 간을 찾는 것도 문제이다.

수술 후 무균실에만 3개월을 있어야 하고 1년간을

병원서 지내야 한다니 보통 일 아니다.

그가 프랑스에서 박사를 따고 탈렌트보다 더 예쁜 여성과

결혼해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그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 여성은 지금 그의 곁을 떠나고 홀로 되신 어머니와

둘이 지내는 그는 수술을 앞두고 어머님께 뭐라 해야할지

여간 고민이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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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얼마있지않아 남편과 절친이던 h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울산서 치과를 하던 그는 결혼 전이었고 엄청 고생만

하다가 병원이 잘 되어 살만해지니 그런 일을 당했다.

당시 남편의 심정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얼마나 괴로워 하던지.

그런데 또 가장 절친인 또 한 친구가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 있으니 몹시 착찹한 모양이다.

무슨 말을 하겠냐며 내가 묻는 말에도 답변도 없다.

나도 친군데..

아이도 없는 그 앞에 아들을 데려다 준답시고 가서

인사를 시킨 게 못내 걸린다.

철이 없다보니 늘 깊은 생각이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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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ㅎ 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커피가게를 운영했다.

커피를 너무 좋아하는 이유와 학교 가까이 살면서

쉬거나 친구들을 만날 때 이용하라고 이층 상가 숨은

곳에 부모가 얻어준 것이다.

당시 우리들에 비해 그의 집은 아주 경기가 좋았다.

그는 사이폰으로 커피를 만들고 마시면서 행복해했다.

멋쟁이였던 그가 처음부터 늘 좋았다.

훌쩍 프랑스로 유학길에 오를 때 많이 섭섭했다.

남편은 유학가라는 부모의 말을 무시하고 그냥 놀았다.

그가 박사를 따고 공부 중에 나는 혼자 파리로 갔다.

그의 아내와 함께 파리의 밤을 쏘다니기도 했다.

텁텁한 목소리의 소유자인 그가 하던 불어가 멋있기도 했다.

인생은 늘 그대로 놔두질 않고 어느 새 그를 중대한

수술대 앞에 세운다니 마음이 착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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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나를 찾으며...

    2012년 7월 1일 at 2:29 오후

    나빠도 아주 나쁘란 법 없고
    좋은 일도 마지막까지 좋으란 법 없으니..ㅎ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 생각나게하는 글이군요.

    그래도 그 분 하루빨리 건강회복되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또 다시 환하게 웃으실 날 있으시겠죠!!!^^   

  2. Lisa♡

    2012년 7월 1일 at 11:40 오후

    아마 골골 100년이라고..

    제발 그렇게 되길 바랄 뿐입니다.
    이식이나 모든 것에 제발 좋은 결과만.

    친하게 지내는 이들이 건강을 잃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이네요~~마음이 무거워요.   

  3. 무무

    2012년 7월 2일 at 6:24 오전

    환자에게 가장힘든건 자괴감일거예요
    통증보다 더 견디기 힘든것이죠
    무균실에서 삼개월은 상상 못할 만큼 외롭고 힘든
    시간이겠죠 그분이 잘 버텨주셨으면, 싶네요
    친구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큰힘이 될겁니다   

  4. Lisa♡

    2012년 7월 2일 at 12:35 오후

    무무님.

    자괴감 맞습니다.
    그게 가장 문제가 되겠네요.
    저라도..누구나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이들을 떠올리며 그래도 악물고
    힘을 내야지요.
    우리가 앞으로 볼 게 꼭 있잖아요.
    손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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