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여자배우 아버지는 노랗게 머리를 물들이고작고 하얀
낮은 자전거를 자주 타고 동네를 돈다.
나의 오라버니는 하얗게 얼굴에 썬크림을 바르고 썬글라스를 쓰다
못해 이제는 고글을 자외선 차단용으로 낮에 쓰고 다닌다.
아들이 어제부터 다니는 스쿨반에 남자 아이가 뒷통수엔 꽁지머리를
하고 앞머리는 반듯하게 일자로 자른 머리인데 영어이름을 ‘바이올렛’
으로 불러 달라고 했단다.
자기 하고픈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고 보니 재밌는 사람 여럿있다.
비오는데 장갑을 끼고 우산을 들고 얼굴엔 그 스타워즈 마스크를
쓰고 가는 여자를 봤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우리동네 변호사 부인은 낮이나 밤이나 봄여름가을겨울 내내
긴 윗도리에 장갑에 앞이 안 보이는 모자에 스타워즈 마스크에 어디 하나
피부라곤 보이지 않게 하고 다닌다.
내가 며칠 전 숲에서 열매를 따느라 긴 남방에 커다란 모자에 장갑을
끼고 일하다 들어오는 길에 그 집 사돈처녀와 손주들을 만났다.
날더러 마구 뛰어오는 아이들과 인사를 깍듯이 하는 아가씨를 보고
잠시 의아했으나 이내 자기네 사돈이거나 할머니 차림으로 오해를 했구나
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젊었을 때나 나이들었을 때나 늘 커다란 까만 모자를
쓰고 다니는 여자도 우리동네 살고 있다.
별명이 ‘모자 쓴 여자’ 이다.
둘째가 어릴 때 늘 배낭을 매고 잤다.
벗기면 바로 깨어나 우는 것이다.
게다가 모자까지 쓰고 자야하고 더러는
공사장 화이바같은 모자를 쓰고 자기도 했다.
더운 여름날에 아이들은 화이바 모자에 마스크에
고글을 끼고 온갖 총칼이나 악기류를 들고 매고
그러고 아주 대단한 차림인양 의기양양했다.
그런 사진들을 보면서 지금은 참을 수 없게 웃는다.
어제 본 영화에서 주인공여자의 대사 중에
나이가 들수록싫어지는 게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옷도 심플한 게 갈수록 좋고 이것저것 사둔 걸 보니 끔찍하다.
그래도 그런 내 것이라도 있으니 마음으로라도 만족은 온다.
나이가 들수록 그 이상한차림새를 한 이들도 재밌고 나름 개성이
있어보여 어디서나신선한 요소라고 치게 된다.
아까는 산길을 따라 올라오는데 런닝차림의 한 남자가 하얀 고무신을
신고 나무 뒤에서 자기 강아지랑 열심히 운동 중이다.
웃는 얼굴이라 쳐다보니 나름 유명한 M교수다.
하얀 런닝, 하얀 반바지, 갈색 푸들은 빨간 캉캉 치마를 입고 있었다.
김진아
2012년 7월 4일 at 2:20 오후
빨간 원피스에 빨간 리본을 커다랗게 머리에 달은 ..서른이나 넘은 아가씨도 봤어요.ㅋ
그 옆의 엄마는 ..리사님이 말씀하시는 커다란 모자에 보기 흉한 마스크에 ^^
잘 어울리는 개성파 모녀를 보았답니다.ㅎㅎ
오를리
2012년 7월 4일 at 9:44 오후
ㅎㅎㅎ 세상은 저 잘난 멋에 산다는 말이 있는데,,
선조님들이 작금의 세상을 예견하시고들 한 말씀 같아
선조들의 앞을 내다보는 혜안에 절로 머리가 숙여 집니다 ㅎㅎㅎㅎㅎ
요즘 서을애는 단비가 와서 다행입니다…
Lisa♡
2012년 7월 4일 at 11:10 오후
진아님.
며칠 전 영화관에 어느 20대 후반 여성이
연인과 들어왔는데 삐삐인 줄 알았어요.
머리엔 온갖 핀으로 치장을 하고 옷도
일본 잡지에서 톡 튀어 나온 스타일의 요란한
옷을 입었더라구요.
그런데 그 아가씨는 아주 귀엽고 발랄하더군요.
Lisa♡
2012년 7월 4일 at 11:12 오후
오를리님.
제 잘난 멋에 살지 않으면 클 납니다.
다들 우울병에 걸릴테니까요.
주변에 정말 잘나고 이쁜 사람 자세히
보면 거의 없거든요.
외적으로보면요.
오늘 아침에 제가 아들에게 그랬어요.
어른들 말 하나도 틀린 거 없다구~~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