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바지를 양말 안으로 밀어넣은 차림의
그 남자는 안경을 꼈고, 60이 넘었을까 하는
나이에 전형적인 또래 티셔츠(가령 베이지색
PAT느낌에 주머니가 크게 달려있는)를 입었다.
분명 다른 좌석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에 늦게
들어와 주춤거리며 입구에서 가까운 내 옆으로
앉았다.
그 옆엔 촌각시같은 차림의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단발머리의 여자랑 부시럭거리는
누런 종이봉투를 든 채였다.
심상치 않았다.
예술영화를 즐길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제목에
창녀라는 단어가 있어 낚인 게 틀림없다.
안자마자 부시럭부시럭 종이봉투에서 어디서 샀는지
모를 얼굴보다 더 큰 빵을 둘이서 열나게 먹었다.
너무 기가 차고 쩝쩝거려 내가 자꾸, 일부러라도
쳐다보자 개의치 않음을 보여주듯 그 부시럭거리는
봉투에 버금가는 부시럭거리는 휴지를 꺼내 손을 닦고
또 닦고 하는 뽄새가동시상영하는 영화관이 있다면
돈줘서 보내고팠다.
휴지줘봐라~~과자 뜯어봐라~~소풍왔냐?
드뎌 오징어땅콩 같은 과자를 바자작~~~소리나게 먹기
시작했는데 거짓말 하나 보태지않고 영화 끝날 때까지
먹었고 하나 먹고 그 부시럭 휴지에 손을 엄청 닦고
또 하나 바자작~~먹고 또 부시럭 작작하며 닦았다.
드뎌 내 입에서 "에이~~~" 무반응.
자리를 바꾸려고 내가 엉거주춤하고 앞자리를 봐도
작은 영화관이라서인지 자리가 거의 없다.
어쩌다돌아본 뒷자리는 두 연인이 엄청 밀착상태였다.
그들도 제목에 낚인 게 틀림없다고 판단하는 나.
게다가 옆의 능글맞은 주책바가지 아저씨는 양쪽 팔걸이에
내노라는듯 양팔을 척 올린 상태였고 특히 내쪽 왼팔은
먹을 때 불필요한 관계로 늘 그 자리에 척 버티고 있어
오히려 내가 왼쪽으로 기울이고 봐야했다.
앞자리의 키 큰 남자의 불쑥 올라온 머리통보다 옆자리의
그 공해같은 인간들이 너무나 걸렸다.
집중이 안돼~~ 몰입 좀 하자 인간아~~
속으로 엄청 외쳐댔지만 들릴리 없떠요.
영화의 엔딩자막이 올라가자 그 남자왈 "뭐야?"
옆의 여자는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먹는 것 외에
휴지 건네주는 것 외에…무감동, 무감각, 왜 왔니?
남자가 나가자하니 식모처럼 서둘러 나간다.
마르께스에 빠져보려고 했던 나의 감동은 물건너
갔고 나름 엄청 몰입하느라 했지만 그 PAT때문에
어쨌든 망친 날이다.
제목 낚이게 좀 정하지 말아주면 안되나?
후후후….세상은 모든 게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보니.
근데 그 커다란 빵 어디서 파는거야?
그옛날 삼미크림빵을 두 배로 불려놓은 듯하던 빵.
누구나
2012년 7월 21일 at 6:29 오전
다 끝나고 ‘뭐야’ 싶은 영화를 보고나면 기분이 좋아요.
그런 영화는 대체로 강한 메세지가 숨어있잖아요.
우리나라 책이든 영화든
시류에 편승한 제목 다는 거 좀 심할 정도지요?
PAT 덕에 고생하셨네요.
Lisa♡
2012년 7월 21일 at 9:13 오전
오랜만입니다.
누구나 님.
그러게요.
그 PAT땜에 영화내내 짜증을 달고 봤죠.
정말 몰입하고픈 영화였거든요.
우리나라도 섹슈얼리티에 확실히 몰아주는 편이죠?
ㅎㅎㅎ
으아~~덥네요.
김삿갓
2012년 7월 21일 at 6:08 오후
시방 PAT 라 햐셨는데 고게 무슨 뜻 인가베요 잉? 으따 참말로 몽르겠고먼 이라!!
몽가 줄인 말인가벼?
리사님!! 우리나라 섹슈얼리티…. 세꼐 최고 수준임다. ㅎㅎ 까놓고 야그를
안해 그렇치 대한민국 남자들 세계에선 다 그런게 있어요.
좋은 시간 되세유!!! ^___________^ 구버억!!!
Lisa♡
2012년 7월 22일 at 1:18 오전
삿갓님.
PAT는 티셔츠 전문 브랜드네임입니다.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에를 들면 라코스테
뭐 이런 겁니다.
오래 전에 많이들 입었지요.
그 PAT를 도용해서 미안해서 쏘리~~ 한 겁니다.
6BQ5
2012년 7월 22일 at 6:52 오후
코뿔소 인지 하마 인지 비슷한 문양에 버버리 흉내내는 체크가라…원단은 레이온 내지는 비스코스 비슷한 흐물거리는 천으로 된 옷으로 기억 합니다. ㅎㅎㅎ
Lisa♡
2012년 7월 22일 at 10:39 오후
6BQ5님.
지금쯤은 어디?
독일 북부의 어느 한적한 호텔?
혹은 미국귀환?
흐물거리는 천하니까 예전에
몽탁”’이 생각키우는데요~~ㅋㅋ
몽탁티셔츠
빨간색 저도 있었는데.
찰랑거리는 천요~~요즘이라면 여름에 에어컨
쐬면 바로 냉장고 얼음티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