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시.
요즘 연세대로거의 매일 출근한다.
둘째를 데리고 바로 병원도 가야하고
할 일이 많아서이다.
연세대 연희관.
언제봐도 아름답다.
여름방학동안 열리는 국제대학썸머스쿨은
이 연희관과 새천년관에서 주로 수업이다.
아들을 기다리며 사진 몇 방.
연희관 앞의 베르사이유 정원이다.
바람은 뜨겁지만 그런대로 그늘에서
여름을 피해본다.
이런 기다림도 곧 사라지고말 시간들이다.
너무 더워 작은 움직임도 싫은 날들이지만
그래도해야할 것은 해야하고 지나갈 것은
지나간다.
아침에 난데없이 온 전화가 아직도뭔 일인지
종일 아리송하다.
갑자기 집으로 걸려 온 전화에서 어느 아줌마가
자기 이름 석자를 반듯하게 말하는데 누구신지?
잘못걸린 것 같다고 하자 아니란다.
맞다.
잘못 걸린 전화아니었다.
오래 전에 동네에 같이 살았는데 나에게
풀지 못한 일이 있어 용서를 구하고 싶단다.
자기는 이 동네에서 나를 제일 좋아했는데
본의 아니게 내가 앞장서서 일하던 법적인
문제가 있을 때 내가 하라는대로 하지않고
반대로 끝까지 나를 애먹인 장본인이라며 자긴
사실 내가 옳다는 걸 다 알고 있었는데 누군가의
농간에 그냥 그리됐다며 용서하란다.
오 마이 갓…
"기억도 나지않아요"
정말 기억할 수 없는 일이며 지나간 일이고 다
끝난 일이고 내 말 듣지않은 이들은 다 큰 손해를
보고 이사가거나 끝이 별로 좋지않았던 기억이..
그런데 그걸 말하려고 난데없이 지금 전화를?
아들이 투블럭을 한다고 해서 그런 스타일은
잘못 자르면 촌스럽거나 산티나게 보이기에
큰맘먹고 청담동의 유명헤어디자이너를 찾아갔다.
아들의 경우 투블럭을 심하게 하면 한 쪽이 허연
머릿속이 드러나기에 보기싫다며 이 정도만..
다른 반대쪽은 약간 더 짧게…그래서 투 블럭이란다.
양 옆 머리가 길이나 높이가 다른 머리.
38000원.
좀 과했나?
암튼 아까 그 아침에 걸려 온 전화 아줌마 이야기로.
참, 울 아들 얼굴이 초딩같으네요.
정면을 못찍게 하는 통에 저 정도만.
(하긴 왼쪽 눈알이 상태가 아주 안좋음)
그 아줌마가 어찌나 열심히 사과를 하던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 죽을 때가 되었나…..
그러잖아도 이야기 중에 자기가 죽기 전에
꼭 한 번 내게 사과를 하고싶단다.
전화를 빨리 끊고싶어서 그냥 대충 알았다고 하고
끊었지만 그 애절한 목소리가 오후내내까지
떠나질 않는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뭔가 달라진다더니.
가만 생각하니 그 아줌마 말이 좀 안통하던
분이긴 했단 기억이 나긴난다.
변호사가 안된다던 일을 끝까지 된다고 밀어
붙이던 아줌마였던 기억이….
벤조
2012년 8월 4일 at 3:22 오전
초보가 머리 자르면 왼쪽 오른쪽 길이 다르고
머리카락도 삐죽삐죽, 층층이던데,
그걸 380000이나 줬다구요?
그럼, three블럭은 얼마?ㅎㅎ
Lisa♡
2012년 8월 4일 at 5:04 오전
벤조님.
뭘그리 놀라시나요?
미국서도 보통 40불로 알고 있는데…
미시간에서는 35불 정도.
우리나라는 보통 5000원에서 6000원하는 곳과
약간 더 비싼 곳은 15000원 정도?
청담동 제일 비싼 곳은 5-6만원 정도해요.
남자머리라서 좀 싼가 했어요…(사실은)
투블럭 쎄게 칠 줄 알고 갔는데 아니었어요~~흑흑..
김진아
2012년 8월 4일 at 5:04 오전
아이 둘 ,머리카락 정리 해야 하는데…음..투블럭이라구요.^^
고등학생이니 안되니 다행이고 ㅎ
귀 옆으로 말끔하게 정리하는 스타일로 찰칵! 사진 전체 안 담았어요.^^
옆 모습이..리사님 분위기 많이 닮았어요.
Lisa♡
2012년 8월 4일 at 5:11 오전
옆모습이 나랑 닮았죠?
갈수록 닮았다는 말 들어요.
내가 살을 좀 빼면 많이 닮았을 거란 생각듭니다.
나를 찾으며...
2012년 8월 4일 at 10:13 오전
사진도 끝내주고
아드님도 끝내주고
동네 아줌마는 더 끝내주는데요.ㅎㅎㅎ
투블럭 커트한 사진을 좀 올려주시쟎구선…ㅎㅎㅎ
오공
2012년 8월 4일 at 10:31 오전
저 멋진 분위기의 둘째가 리사님 닮앗다고라?
리사님은 저렇게 멋진분위기는 없슴ㅋㅋ
종우 투블럭^^..갸름한 애들은 괜찬은 거 가타요
Lisa♡
2012년 8월 4일 at 1:16 오후
나찾님.
동네 아줌마….아무래도….그런 거 같아요.
생뚱맞게 10년이 지난 용서를.
Lisa♡
2012년 8월 4일 at 1:17 오후
오공.
쳇—-
하긴—-
이 아니에~~으흐흑~~그래, 그렇다구~~~
멋진 분위긴 엄슴.
사랑詩
2012년 8월 5일 at 12:40 오전
생각만 하여도 얼굴 가득
미소가 어리는
당신과 나의 만남이면 좋겠습니다
장미꽃처럼 정열적인 사랑이 아니더라도
안개처럼 은은히 풍기는 은근한 사랑처럼
언제나 지치지 않는
은은한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돌아보아도 언제나 그자리에 서있는
변함없는 소나무처럼 그자리에 당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누군가 필요할때에
나를 위로해줄수 있는 사람
당신이 쓸쓸해 할때 당신의 마음안에
가득히 남겨지는 모습으로 그대옆에 있겠습니다
세월이 변해도 우리의 모습이 변해도
영혼의 마음으로 머무를수 있는
그대와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배려하는 마음으로
누가 되지 않는 만남으로
뒤돌아서도 언제나 여운이 남는
미소가 어리는
그대와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친구처럼 때론 연인처럼
그리움으로 남겨지는 우리의 만남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겠습니다
우리의 만남엔 상처가 남지 않고
아름답기만을 기원합니다
-좋은글 中에서-
Lisa♡
2012년 8월 5일 at 2:22 오전
왠지 설레는 좋은 글입니다.
시 고맙습니다.
무무
2012년 8월 5일 at 5:14 오전
그 아줌마, 용기가 대단하신 분이네요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말이죠
용서를 빈 그분, 전화 한 통화로 마음의 평화를
찾았을까요? 그랬기를 기원합니다
말그미
2012년 8월 6일 at 2:06 오후
연세대학교 캠퍼스가 외국 어느 대학보다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푸른하늘과 구름까지?…
아고~~
아드님들이 어찌나 이쁜지요?
가끔 살다보면 이상한 사람들도 만납니다.
그래도 사과의 통화라 욕 듣는 거 보단 한결 값집니다. ㅎㅎ
Lisa♡
2012년 8월 6일 at 2:16 오후
무무님.
기분이 이상했어요,
난데없이 기억에도 없는 일을..
그래도 기분나쁘진 않아요.
마음에 평화를 찾았겠죠?
Lisa♡
2012년 8월 6일 at 2:17 오후
말그미님.
반갑습니다….ㅎㅎ
연대 연희관 아름다워요.
아드님들요? 한 명입니다.
같은 아이죠.
다 다르게 생겼어요.^^*
이상한 사람들 천지입니다.
저도 남들 눈에 그리 비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