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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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 소설.

그의 대표작은 ‘순이 삼촌’과 ‘지상에 숟가락 하나’ 이다.

일반적으로 작가의 유년시절은 여자의 경우엔 쓴 이들이

많지만 남자들의 성장기를 적어 온 경우는 드물어 보편적

남자의 성장기를 읽을 수 있고, 한편으로는 질곡의 역사 속을

지내 온 한 어린 남자의 삶에 그 역사적 충격이 준 결과랄까,

삶 내내 비껴갈 수 없는고뇌와 사상을 지니고 자란한 남자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1941년 제주 생이다.

4.3 사건은 그가 8살 때 일어나 6년간 계속된다.

사건을 통해 사상, 죽음 등 커다란 운명을 겪으며 그는

말더듬이 버릇과 눈물조차 많아지고 그의 삶 내내 진보적인

성향이 자리잡은 건 아닌가 하며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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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이 헤밍웨이라고 한다.

수염을 늘 기르고 다녀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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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과거를 떠올리는 일은 이성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내

나이 또래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연대기적 사건들이나 습관.관행.제

도적인 것들은 증언과 자료들이 더러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생이

가능하겠지만, 나 자신에 고유한 사적 경험들을 되살리는 일은 그렇게

호락호락 쉬운 게 아니다. 이성보다는 오히려 오관의 감수성에 의하며,

그것들이 망각 밖으로 드러나는 수가 더 많은 것 같다. 시각을 통한 연

상 작용은 흔한 일이지만, 냄새.소리.맛.피부 감각도 잊혀진 과거를

일깨우는 단서가 된다…

이름이라든가, 작은 개인사 같은 걸 기억해 글로 옮기는 작업이 엄청나게

신기해 보인다.

그는 요즘 이름으로 옮기는 오름들을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랐는데

‘남조선 오름”야간인민 오름’ 등의 이름을 그때 썼다고 적었다.

풀 이름에도 ‘개자리떼’ ‘지칭개’ 등 아주 정감어린 이름들이 나온다.

..비 오는 날의 따뜻한 아궁이, 고소한 콩 볶는 냄새..어머니로부터 옛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도 비 오는 날이었다. 일 나가지 않은 어머니와 하루 종일 집 안

에서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뻤던가. 비 오는 날의 평화와 안식, 그

러한 날에 어머니는 헌 옷을 깁거나 맷돌로 보리쌀을 갈았다. 구릉구릉 맷돌이 돌

아가는 소리, 그렇지, 그 소리는 한라산의 비구름 속을 굴러다니는 먼 천둥 소리와

흡사햇다. 한내에 냇물이 터지려면 한라산에 비가 많이 와야 했다. 비가 억수로 쏟

아지는 밤, 하늘의 가마솥에 구워지는 천둥 벼락 튀는 소리가 점점 커질 때, 한라

산을 떠난 번갯불은 나무뿌리 같은 촉수를 뻗으며 초원지대를 성큼성큼 걸어오고..

바로 그런 밤에 한라산에 터진 냇물이 빈 하상을 덮으며 해변으로 흘러내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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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없는 곳이었기에 두렵고, 더욱 멀게 느껴지던 변경, 그 한라산

에 나무를 하러 다니면서, 아무래도 나는 이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해변에 국환되어 있던 나의 좁은 시야가 한라산 기슭

에 와서 거의 무한대로 넓어졌을 때, 대초원과 바다와 하늘이 어울려

펼쳐놓은 그 광활한 공간은 어린 나에게 얼마나 경이로운 세계였을까?

그러나 그것은 또한 어쩔 수 없이 세계의 변경, 닫힌 공간이기도 했다.

해변에서 보면 늘 일직선이고 이마에 닿을 듯 가깝게 보이던 수평선이

한라산 기슭에서는 반원의 아름다운 곡선을 그으며 아득히 멀리 물러나

있었는데, 그러나 그 드넓은 해역 어느 구석에도 본토의 끝자락이 나타나

있지 않다는 것, 물에 막히고 물에 갇힌 섬이라는 사실을 실감으로 느꼈

을 테고, 그래서 언젠가는 저 수평선을 뚫고 섬을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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