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이반 알렉세에비치 부닌은 7년 만에 이 소설을 완성하고
그 해 러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조국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소설로 그 당시 러시아의 시골풍경이
탁월하게 묘사되어 있고 귀족들의 생활상이 잘 나타난다.
본래 시를 쓴 작가답게 아주 세세한 묘사와 특히 자연에의 표현은
감히 그 누구도 흉내내기 어렵다.
번역한 이희원도 6년이 걸려 완성했다고 하니 노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1917년 볼세비키 혁명 후 그는 프랑스로 망명하였고, 그 후 조국 땅을
밟지 못하고 그리워하다가 파리에서 일생을 마친다.
우리에겐 별로 알려진 작가가 아니지만 러시아에선 상당히 추앙받는 작가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확고부동한 의지가 있었다. 자신들의 사명, 이해관계, 집회, 자신들의 우수성, 도덕성, 자신들의 연인,가족, 친구와의 의례, 그리고 조국 러시아에 대해서도 그들만의 독특한 태도가 있었다.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부정하고 미래에 대한 꿈과 믿음 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서는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단체에는 물론, 혁명성의 수준과 민중에 대한 ‘사랑’ 그리고 ‘적’에 대한 증오심의 정도에 따라서뿐만 아니라 외형적이고 내면적인 모든 면모에 따라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전반적으로 도량이 좁았고 직선적이며 참을성이 없었고,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을 선전하고 있었다. 단지 자신들과 ‘핍박받고 멸시받는’ 이들만을 사람으로 취급했고, 모든 악은 오른쪽이고 모든 선은 왼쪽이라고 보았다. 또한 밝은 미래는 모두 민중 속에, 민중의 ‘기반과 희망’ 속에 있으며, 아예 다른 종류의 인간으로 취급하던 악독한 통치자에 있다고도 했다…무슨 일에서든 조금이라도 미심 쩍은 데가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들의 논리대로 정당하게 ‘배신자’로 낙인찍었으며, 누구든 ‘중용과 신중함’을 말하면 끊임없이 비난했다…..나는 이 ‘거센 폭풍’에 대한 위선을 평생에 걸쳐 날조된 감정과 사상의 허구만을 느낄 뿐이었다…. 부닌이 조국 러시아를 떠나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한다.
부단지
– 병에서 회복될 때면 언제나 뭔가 특별한 아침을, 눈을 떴을 때 마침내
완전한 평온함과 일상을, 보통 상태로 돌아와서 느낄 수있는 바로 그 건
강함을 느끼게 된다. 비록 병이 나기 전에 비해 어떤 새로운 경험과 지혜로
달라져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 인생에서 무언가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어떤 결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사람이란 생각을 하기보다는
비밀스런 영혼의 소리에 더 기꺼이 마음을 내맡기게 마련이다.
– 아주 상냥하고 친근하게 나를 포옹했으며 부드럽고도 겸연쩍게 미소를 지으면서
재미있고 가볍게 대화를 이끌었다! 사람들을 대하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단순함 속에는
가문과 교육, 이름다운 마음에서 나오는 섬세함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또한 그 속에는
수줍어하고 여성스러우면서도 놀랍도록 자유로운 매력이, 행동의 유연함과 정확함, 가슴
에서 울려오는 노래하듯 조화롭고 세련된 음성, 깨끗하고 맑으면서도 조금은 서글프게
웃음짓는 회색 눈동자와 검은 속눈썹, 설명할 수 없는 많은 매력이 있었다.
– 그 나라는 내 상상 속에서 태곳적 모습과 현대적인 모습으로 점점 더 매혹적이 되었다.
현대적인 모습으로는 거대하고 풍요로운 변방, 그 나라의 밭과 추원, 농가와 마을, 드네프르
강과 키예프, 강하고 부드러운 사람들의 아름다움이 그려졌고, 아름답고 말쑥한 사람의 아주 작은
부분에도 깃들어 있는 순수한 슬라브의 유산, 도나우 강과 카르파티아 산맥이 있었다. 그리고 태고
속에는 그 나라의 요람이 있었고, 그 말만으로도 나를 매혹시키는, 스뱌타폴크 사람들과 이고리,
페체네그 족, 폴로베츠 사람들이 있었다. 또한 터키인과 폴란드인과의 카자크 전쟁 시기, 드네프르
강 하류의 모래섬과 그 지류인 포로기와 호르티차도 있었다….<이고르원정기>는 나를 열광케 했다.
..소년의 행복하고도 무의미한 생각을, 어머니로서의 아빌로바의 행복을, 유모의
노년의 평온을, 이른바 글을 쓴다고 하는 그 가장 두려운 인간적 작업을 위해 무언가를
고안해내고 기다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예정된 일과 배려로 삶이 가득 차 있는
사람을 나는 이제 부러워하게 되었다. 또한 사람에서 단순하고 정확하며 정해진 일들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그래서 오늘 그것을 다 수행하면 내일까지는 완전히 평화롭고 자유로울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졸린듯한 커다란 눈송이들이 온 도시에 펑펑 쏟아지고
있었고..어딘가에서 급히 술을 한잔 걸친 게 분명하고, 무언가 기분 좋고 선한 것에는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태평스러운 마부가 나를 지나쳐 눈 속을 소리없이 날 듯이 달려갔다..
무엇이 더 평범하다고 생각했겠는가? 이제는 모든 것이, 스쳐 지나가는 거의 모든 인상들이 내게
깊게 새겨지곤 했다. 그리고 인상을 받고는, 그것이, 그 인상이 무의미하게 내버려지고 흔적없이
지워지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는 열망이 순식간에생겨나곤했다. 그 즉시 그 인상을 내 자신의
것으로 포착하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탐욕적인 노력이 번개처럼 순식간에 일어났다..
평범한 이들이 부러운 글 쓰는 이의 고뇌와 글에 대한 욕심이 보이는 부분이다.
아로운
2012년 8월 18일 at 12:04 오후
러시안 문학과 음악, 그리고 보드카…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의 정수인데요 내 러시안 친구들도 배꼽을 잡아요. 자기네 자존심과 일치한다고.
러시아는 우리 서민들에게도 예전부터 많이 알려져 있었죠 –
시내버스 기사 옆 액자안에 있는 소녀의 기도 사진 (그림?) – "삶이 너를 속일지라도" 로 시작되는 푸시킨의 시를 통해.
러시아 음식 여기는 많이 비싸요. 친구들과 가끔 먹고 또 밤새 얘기하고 해요. 우리 한국 교육시스템이 어쩌니 저쩌니 해도 워낙 우리세대는 문화사 쪽을 잘 가르쳐놔서 유럽애들 만나서 얘기하면 얘들이 다들 놀래 뒤로 자빠지죠.
보로딘, 차이콥스키, 톨스토이, 림스키 콜사코프, 뭐 줄줄이 사탕이죠. 이런게 다 고딩때 배운거 맞죠?
ЕСЛИ ЖИЗНЬ ТЕБЯ ОБМАНЕТ
Lisa♡
2012년 8월 18일 at 1:42 오후
아로운님.
이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 작가가
푸시킨이지요.
……러시아 음식은 많이 다른가요?
갑자기 스미노프 마시고 싶어지네요.
말그미
2012년 8월 19일 at 2:03 오전
시인이며 소설가이군요?
대강 인용한 글을 보아도 투쟁, 혁명, 악독, 배신 이런 것과는 먼
순수하고도 예리한 작가로 보입니다.
그러니 ‘모든 악은 오른쪽, 모든 선은 왼쪽’이란 사고의 틀을 어찌 그는
견딜 수 있었을까요?
소설을 인용한 그의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국, 러시아를 떠날 수밖에 없었으나 누구보다
조국을 사랑했고요…
Lisa♡
2012년 8월 19일 at 2:13 오전
안녕하세요~~말그미님.
이 책은 작가 그 자신의 생 그 자체입니다.
소설 속에서 그는 조국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아르세니예프에 자신을 투영시키지요.
참 많이도 떠나더군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러시아의 이 곳 저 곳을요.
작가의 심정이 보여 서글프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