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부산하게 서둘러 매실장아찌를
엑기스랑 분리해내고 따로 과육만 담아놨다.
맛이 어떤가 싶어 밥이랑 먹어보니 밥도둑이다.
가뜩이나 입맛이 좋은데 어쩌나~~
어떤 것은 꼬들꼬들하고 아삭아삭하기도 하고
약간 무른 것도 30%는 된다.
그래도 무르면 무른대로 맛있다.
내 스스로 신경써서 매실장아찌를 분리해서
만들어보긴 처음이라 은근 대견하기도 하지만
쉬운 일이라 자랑거리는 아니다.
나와 딸만 좋아하니 양이 푸짐하다.
딸이 갈 때 좀 싸서 보내고 깻잎도 함께
싸서 보내 엄마솜씨자랑이라도 하라할 판이다.
아니라고 해도 나이든다는 건 진짜 슬픈 일이다.
좋은 일도있다고 위로한다면 그건 절약이 된다는 일이다.
뭐냐고?
멋진 구두를 봐도, 멋진 옷을 봐도 사고싶지가 않다.
그냥 대충 걸쳐도 편한 옷이면 된다.
그조차 사고싶지 않다.
굽이 높은 구두들과도 안녕을 고하고 타이트한 의상과도
이별을 해야하는 나이다.
어느 날 어쩌면 확실하게 그런 시간이 찾아오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안될 현상이다.
에르메스 켈리백을 봐도 그냥…그런가보다.
초록색의 멋진 힐을 봐도 저걸 어떻게 신나?
이게 한순간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안다.
나쁜건지 좋은건지 슬픈건지 분간도 안가고 하고싶지도 않다.
어제 아들을 노원구에서 우리집까지 운전하게 했다.
고속도로도 잠깐 지나고 복잡한 간선도로를 지난다.
아이는 침착하게 잘 했고 차선에서 오른 쪽으로 치우
치는 일 외에는 그닥 나무랄 게 없다.
하이패스 통과할 때 양사이드 간격을 겁내했다.
그리고 주차를 전혀 할 줄 몰랐고 운전대를 원위치하는
방법에 서툴렀다.
남편은 내가 운전시킨 걸 알고 노발대발이다.
보험을 따로 들지도 않았는데 무리하게 운전을 시키고
제정신이냐고 아침까지 난리다.
난 그런 면에서 간이 참 큰 편이다.
겁을 상실했다고나 할까?
차도 새 차에서 기스라도 가면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뭐 그럴 일이 있을 리가 없었는데…
그녀가 나에게 책을 네 권을 갖고 왔다.
나는 그녀에게 두 권의 책을 주었다.
그녀가 갖고 온 책은 한 권은 폴 오스터의 것이지만
나머진 김영하의 책이다.
한 권은 읽었던 책인데 그래도 내용이 기억나질않던
차에 다시 읽어볼란다.
그녀는 연주곡CD를 들고와서 그녀의 친구에게 주었는데
그 친구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해서 억울해했다.
그래서 우린 연주곡을 다시 들어봤다.
트럼펫 연주가 훌륭하지만 깊은 감동이 오려면 비가 오는
늦은 밤이나 무료한 낮에 크게 틀어놓고 듣거나 차 안에서
늦은 밤혼자 운전하며 들으면 꽂힐 수 있겠다 싶다.
나마저 그러자 그녀는 뾰루퉁했다.
같이 다 좋다고 느끼기란 힘들다.
세 명만 되면 약속잡기도 힘든데 하물며 음악에의 취향을
동일하게 만들기란 더 어렵기만.
Hansa
2012년 8월 18일 at 3:28 오전
엇, 우리집과는 반대이군요.
아들아이에게 운전대를 자주 맡기는 편입니다..
좀 위태하긴 하지만 운전은 자주 해봐야 는다는 생각입니다.
운전대를 맡기면 전혀 간섭을 안합니다.
다만, 과속단속은 알려줍니다. 지갑이 가벼워집니다… 하하
6BQ5
2012년 8월 18일 at 5:10 오전
그래도 전 브레송 아저씨 사진에 감흥을 했답니다.
Lisa♡
2012년 8월 18일 at 6:04 오전
한사님.
보험을 든 다음 운전하라는 거지요.
현재로는 저와 남편만 보험이 되어있고
아이들은 안되어 있거든요.
오늘은 주말보험 따로 들고 아빠랑 둘이
하러갔어요.^^*
Lisa♡
2012년 8월 18일 at 6:04 오전
6BQ5님.
브레송 대단하죠?
아로운
2012년 8월 18일 at 12:21 오후
우리집 아들녀석 14살때, 둘이서만 국립공원 순례 여행 한달간 갔었는데 콜로라도 로키 넘어가는 길과 그랜드 캐년 사우스 림, 유타 모압 이런데서 4X4로 며칠간 몰고 다니게 했더니 나중 얘기가 그때 무섭긴 했지만 운전은 그때 다 배운거 같다고.
워낙 황량한 길들 이라서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그래서 해볼거 다 해봤죠.
No venture, No win. 적절한 말일랑가는 모르겠지만.
아로운
2012년 8월 18일 at 12:24 오후
사실 애들을 뭘 가르쳐 보면 어느 정도 하는지 곧 감이 오쟎아요. 그래서 나중에는 애 하이웨이 운전시키고 잠도 자게 되더라구요. 구불구불한 산길을 너머가는 데 건너편에서 오던 아줌마가 스쳐지나가면서 우리 애 얼굴을 보고 경악하던 그 표정…
근데 시골에 가면 애들이 어릴때부터 농기구 다루면서 운전도 하고 그래요. 미국 촌놈들도 다 그래요, 얘기 들어보면.
법대로 사는게 어떤땐 말이 전혀 안될때가 있어요.
Lisa♡
2012년 8월 18일 at 1:44 오후
아로운님.
오늘 운전연습하다가
초보 아줌마 차랑 맞부딪칠 뻔 했다네요.
ㅋㅋㅋ….너무 웃기죠?
K가 운동신경이 느리긴 하거든요.
후후후…..
미국서 운전하는 거 여기보다 쉬울 겁니다.
장거리이긴 하지만~~~
김삿갓
2012년 8월 18일 at 3:19 오후
아드님 운전…. 서울서 부산 아님 서울 목포 한번 뛰게 하면 자신감 직빵 인데…
저도 혼자 있는 엘레이의 막내딸 4년째 운전 인데도 매일 걱정 합니다. 큰딸과
는 달리 응그슬쩍 불법 쥬행에 스피드 초과 를 자주 하기때문에 몇번 주의를
주었더니… 아빠를 닮아서 그런다꼬….오잉…. 할말 없음. ㅋ
좋은 시간 되세유. 구~우벅!! ^__________^
Lisa♡
2012년 8월 19일 at 1:30 오전
그 정도면 둘째따님은 운전 잘 하는 스탈이네요.
울 아들은 이제 왕초보라..그런데 왕이라는 글자에
X표를….ㅋㅋㅋ
너무 귀엽죠?
아직 주차가 해결이 안되어요.
연수비용도 비싸고 그래서 그냥 아빠 엄마가…좀 늘었고
주차하는 것만 오늘 확실하게..미국서야 주차 크게 걱정없죠.
벤조
2012년 8월 20일 at 4:55 오전
에르메스 켈리그런거 없어도
내가 나를 좋게 본다는 것.
축하해요!
Lisa♡
2012년 8월 20일 at 11:46 오후
축하 콜!!
한때 작렬했던 물욕이 서서히
사라진다는 게 너무나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