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를 뜯어놓고깜빡한 채 차에 둔 그런
썩은 풀에서 나는 냄새가 차에서 났다.
나만 맡은 게 아니다. 오랜만에 집에 온 딸도
아침에 차를 같이 타며 난다고 했다.
잠시 후 에어컨 바람이 나오자 이번엔 향긋한
참외향이 나왔다.
몰까?
어제 남편은 정성드려 차를 닦고 또 닦고..
세차 후 집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비가
쏴악 내렸다고 짜증 지대로라고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을 쓰면서 땀을 흘리더니..
처음 맡는 향이었다.
딸을 잠실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
장일범의 목소리가 말하길 누군가 갔던 길이나
가지 않았던 길이나 처음 가는 길이나 그 길은
늘 아름답다고 한다.
그가 그런 생의 느낌을 벌써 아는 나이일까..를
혼자 은근 생각하면서 운전하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맥주향이 온통 나를 감싼다.
밖의 공기가 차 안으로 들어오게 해둔 게 틀림없다.
그럼 아침의 그 냄새도 차가 아니라 밖에서?
향긋하게 나를 감싸는맥주향은 어느 새 온통 주변을
적시고 술통에 빠진 기분을 들게 했다.
아뿔사…밖엔 CASS 맥주 배달차가 쏟은 맥주 박스들과
깨어진 맥주병들이 산발적으로 그넓은 사거리를 온통
뒤덮고 있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취한 기분으로..음주운전?
새벽부터 둘째는 친구들과 한국방학이 끝난 그래서
좀 조용할지 모를 그래서 줄을 오래서지 않아도 되는
오션월드로 내뺐다.
재밌겠다.
큰애도 가고싶어했지만 할 일이 남은 것이다.
어젯밤 강남에서 절친인여자선배를 만나고 들어 온
큰놈이 갑자기 그렇게 말해도 귓등으로 듣던 명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그누나가 말하길왜 명작을
읽어야 하는가를 어색하게 말하며 엄마가 언젠가
했던 말이라며 씨익 웃는다.
그리고는 무라미후루데?하루미? 하며 상실의 시대를
아느냐고 묻는다.(ㅋㅋ)
그래 이 놈아 엄마가 그리왕왕거릴 때는 못들은 척 하다가
그 선배 말에는 엉터리라도 작가 이름을 외고오냐? 하자
막 껴안는다. 하루끼도 모르는 녀석가트니…
나이가 그런 또래라서인지 아이들 친구가 많이도
군대입대를 하는 중이다.
지난 월요일도, 오늘도..다들 입대하는 애들이
있다보니 아이들 만남도 많아지고 술도 자주 마신다.
요즘 주전자에는 헛꺠차가 끊이질 않는데 주로 아이들
마시라고끓여두고는 상할까봐 내가 다 마신다.
내 간은싱싱해질 지경이다.
곧 둘째가 군입대라 그 녀석도 연일 약속이다.
그 아이는 만나는 절친이 딱 정해져 있고 괜히 여기저기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아이가 철이 든 것일지도.
우리나라 아이들의 문화는 이상해 군대가기 전엔
왜 술들을 그리 마시는지 모를 일이다.
다행한 건 내 아이들이 그걸 그리 즐기지 않는다는 건데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자리는 있다.
술이라는 게 없어도 안 되고, 있어도 골치다.
김술
2012년 8월 20일 at 2:51 오전
아…아까분 맥주들…
길바닥에 버려저 얼마나 힘들었을까…
따스한 위장 속으로 가야 할 녀석들이
차가운,아니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목숨을 끊다니…
이미 아들은 엄마 품을 떠나
자신의 여자를 찿을 나이이니
미련 접으시길…
연우
2012년 8월 20일 at 2:53 오전
외부흡기,, 내부순환,, 선택하는 기능이 있잖아요..
초보운전도 아니시니 그걸 모르시진 않을거구..
Lisa♡
2012년 8월 20일 at 3:07 오전
술님.
아랐어요.
이미 접은지 오래지만 술문화가
쫌 바뀐다면..좋겠다구요.
하긴 술없으면 무슨 재미로…후후
맥주 아깝져?
카스맥주던데…
Lisa♡
2012년 8월 20일 at 3:07 오전
연우님.
알죠.
당근..
오토로 해두거든요.
Hansa
2012년 8월 20일 at 3:25 오전
맥주 이야기, 아들 여자선배 이야기..
재미있었어요. 미소짓게 됩니다. 하하
지해범
2012년 8월 20일 at 4:12 오전
아들 군대 보낼 때 엄마들 다 운다는데,
씩씩한 리사님도 그러실꺼죠??
김진아
2012년 8월 20일 at 4:14 오전
소주 냄새 보다는 나아요. 맥주 냄새가요. ㅎㅎㅎ
몇 해전에 길에서 소주병이 쏟아져서 온통 그 진한 알콜 냄새로 말이 많았거든요.
‘아깝다’,’어지럽다’ 등등 ^^
딸만 둘인 친구가 아들 키우기 힘들지 않느냐고 말해요.
그래서 곰탕 끓이듯 키운다고 했죠.
오랜시간 끓여서 우러내야 하는 곰탕 처럼요. ㅋ
리사님 글 읽으면서 곤지암에서 일도 즐겁게 시작합니다. ^^
Lisa♡
2012년 8월 20일 at 4:23 오전
한사님.
시원하고 크리미한
맥주 한 잔 마시고픈 후텁지근한
날씨입니다.
Lisa♡
2012년 8월 20일 at 4:23 오전
지기자님.
아들 말이 저는 울지 않을거라고 해요.
제 생각에도 그럴 거라고..전 좋거든요.
애가 군대가서 피터지게 훈련받는 게..
Lisa♡
2012년 8월 20일 at 4:24 오전
진아님.
소주 냄새는 별로 일 거 같죠?
진한 알코올냄새.
곰탕 끓이듯….ㅎㅎ
우리집이나 그 집이나 애들이
조용한 편 아니던가요?
벤조
2012년 8월 20일 at 5:12 오전
술맛 모르는 사람처럼 얘기하네…
학실이 달라졌어…
Lisa♡
2012년 8월 20일 at 11:48 오후
벤조님.
술맛 아는데 클났네..
학실히 달라져야 할텐데..
어제도 아들과 맥주 잔을 앞에 두고
아들이 좀 마셔주길 기대했는데
한 잔 마시더니 그닥 땡기지 않나봐요.
그래서 저도…그냥…맛이 없더라구요.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 마시느냐에 따라
맛이 좌우되거든요.
그런데 갈수록 그런 일이 줄어드는 게
나이들어간다는 거지요.
6BQ5
2012년 8월 21일 at 2:11 오전
이번 아들아이와 두주반 여행 하며 느낀것
여러가지 이지만 그중 가장 절실 했던것이
얘가 제대로 사람구실 하려면 한국군대를
한번 갔다와 주어야겠는데 였읍니다.
하지만 그건 신분상 좀 번거롭고 간부후보대상으로
미해군 장교로 복무 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어
몇번 얘기를 해봐도 먹혀들진 않더군요…
지금 이대로 라면 나중에 마누라 맘고생 좀 시키겠던데….
둘째가 군 입대를 하는군요… 어른되어서 나오겠네요…
Lisa♡
2012년 8월 21일 at 3:35 오후
그래요~~’
저도 영주권을 이용해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냥 고생 좀 시키고 싶고 인간 만들고 싶어서요.
지들도 좋아합니다.
큰 애도 내 년에 보내려구요.
장교도 있고 하지만 그냥 공군보낼까봐요.
본인도 원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