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둘이 아침에 전철역으로 나가는데
라디오에서 아름다운 클래식 곡이 흘러나왔다.
우린 둘다 따라 흥얼거리며 너무 좋다며
아들도 나도 "무슨 곡이더라?" 하며 갸우뚱거리며
곡을 기억해내려고 애썼다.
아들은 손가락으로 피아노치는 시늉을 하고
곡을 따라 피아노 건반을 치듯 막 움직였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연이어 익숙한 곡이 나왔다.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이 나오자 우린
서로 안다는 듯이 또 좋다며 흥얼거렸다.
첫 곡이 무엇일까? 드뷔시가 떠오르긴 했지만 곡조가
단조롭고 난해하지 않으며 드뷔시보다는 쉬운 작곡가다.
호수 위 물의 움직임을 그린 작품같기도 하고..
슈베르트의 즉흥곡 4번이었다.
아—익숙한 곡인데도 ..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문제는 얼른 말할 때 까발레리아가 먼저 나오질 않고
루스티카나가 먼저 나오면서 앞 뒤 순서가 틀려지면서
이젠 그 순서에 대한 자신감마저 잃는다는 점이다.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들 이름 부를 때도 조카 이름까지 나오고서야 제대로
부르는 일이 여러 번, 어려운 클래식 제목이야 당연지사다.
29일에 서울시향 연주회를 가려는데 아들과 갈 걸 하는
후회가 인다.
아무 생각없이 클래식도 모르는 이와 약속을 덥석 한 것.
피아노를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였다면 얼마나 느낌이
풍성했을까 싶은 게 한번 파트너 체인지를 고민해야겠다.
아들과 둘이 클래식에 대해 조예가 깊은 건 아니더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좋은 아침시간을 선물한다.
돈이 없으면서도 선뜻 거금을 주고 산 책이 있다.
오래 전이지만 영원한 명서이다.
안동림씨가 펴낸 책으로 아주 두껍고 가격도 비싸다.
오페라와 클래식으로 나뉘어져 두 권으로 되어있다.
클래식을 사랑하는 애호가이신 안선생님이 낸 책 중에도
아마 최고로 치지않나 싶다.
10만원을 넘게 주고 샀지 싶은데 기억이 정확하진 않다.
자주 보진 않지만 음반에 대해서도 궁금하면 펴본다.
거긴 다소 내겐 어렵고 모르는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정확하다.
앞으로 클래식을 들을 기회가 많아지리라고 본다.
갈수록 약속도 잡지않게 되고 사람 만나는 일이 줄어드는
추세이다보니 아무래도 클래식에 시간을 두지싶다.
클래식은 한 참 들을 때는 곡을 외운다해도 그만두고
한동안 듣지않으면 음률은 아는데 제목이 잘 떠오르질 않는다.
머리가 맑아지는 클래식은 자주 듣고 볼 일인데 말이야.
유명 클래식의 명장들 중에는 동성연애자들이 많았다.
캐나다의 레이크 루이즈 주인공인 루이즈 공주도 남편이
동성애자라는 걸 모르고 결혼해 둘 다 불행한 시간들을
보냈다고 하는데 지휘자나 피아니스트들 중에는 결혼하지않고
그냥 음악을 하며 동성애적 삶을 산 사람들이 더러 있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경우는 자기 스승인 디미트리나 자신이나
다 동성애적 기질을 타고 났다.번스타인의 경우는 결혼은 했지만
사실은 동성애적 기질이 다분했다.
남성들에게 친밀했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하게 에이즈 병명시대를 앞서 죽은 차이코프스키의 경우도
동성애에서 얻은 병이 아닌가 한다.
디자인이나 음악도 결국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이다보니
동성애적인 사랑도 자연적으로 생겨나는건지 모르겠다.
며칠 전 본 매튜본의 백조의 호수에서도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에
남성 백조를 등장시켜 왕자와의 애틋함을 표현한 부분이 오히려
어색하지않았던게 작곡가의 성 정체성 때문은 아니었는지.
김술
2012년 8월 24일 at 9:12 오전
전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트로트가 좋아지더군요.
무탈하시지요?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혹시 시비(?)거리가 없나하고..ㅎㅎ
김진아
2012년 8월 24일 at 1:41 오후
요즈음은 글렌 굴드의 연주에 푹 빠져 살아요.
아이들 모두 학교 보낸 후, 거실 한 가운데 조용히 앉아선 혼자 듣는 순간이 행복하구나..느껴지구요. 클래식에 조예가 깊거나 하는 그런거와는 거리가 멀지만..
들어서 좋은 음악에 가끔은 몇 날 몇 일 몇 달은 빠져드는 것이 클래식의 매력인가 해요.
^^
Lisa♡
2012년 8월 24일 at 2:38 오후
술님.
시비거리가 있으면 언제든지 시비 걸어주시길..
트로토 좋치요..늘 편하고 가사가 쉽고
정서에 맞고.
Lisa♡
2012년 8월 24일 at 2:39 오후
진아님.
상상을 해도 행복해 보입니다.
굳이 클래식에 조에가 깊지 않아도 들어서 좋으면 되는 거지요.
클래식은 그냥 제목을 몰라도 해설이 없어도 감동을 주거든요.
김삿갓
2012년 8월 24일 at 6:20 오후
전 클래식 음악은 무척 싫어 하는 편인데… 태아떄 너무 많이 들어 그랬지 않나
싶습니다. 꽈과가강… 꽈가가강….따라라란… (베토벤…) 여린 귀가 얼마나 놀랐
겠습니 까??? ㅋ 그래서 세상에 나오자 마자 엄마 이제 우리 동백아가씨 좀 듣자 응?
그랬다나 어쨌다나 하는 설이…ㅋ 그래서 지가 음악이라 카먄 아직도 뽕짝을 최고로
쳐주지요..넵. 좋은 시간 되세유!! ^_________^
Lisa♡
2012년 8월 25일 at 12:48 오전
동백아가씨도 너무 좋아합니다.
이미자가 보통 고운 목소리가 아니잖습니까?
섬마을선생님?도 듣고 싶어집니다.
벤조
2012년 8월 26일 at 5:37 오전
여긴 뽕짝 스탈 오빠들이 많네요.
Lisa♡
2012년 8월 26일 at 5:45 오전
그러네요~~
조심해야할 옵빠스탈일런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