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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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드리언니를 만났다.

밤 7시에 우리는 만나 감자튀김과 언니가 극찬한

맥주를 마셨다.

극찬한 그 맥주가 우리동네에 내가 극찬한 맥주집의

맥주와 동일한 맥주임을 알고 내가 웃었다.

작고 미어터지는 그 바글바글하고 귀여운 맥주집은

감자튀김만 파는데 그 감자튀김이 아주 맛있었다.

줄서서 그것만 사가는 학생들이 많았고 작은 실내는

꾸역꾸역 비집고 앉은 학생들로 만원인데 딱 두 명의

아줌마가 엄청 시끄럽게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상기된 채 즐거운 시간을 구석에서 보내고 있었다는 거..

알랑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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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차에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있으니 볼래?

했다.

유하감독이 처음으로 영화메가폰을 잡은 소설이다.

그리고 내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설이다.

(읽지는 않아서 언니가 그 책을 주길래 가져왔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영화로 만들 때 우리집에

촬영 제의가 들어왔다.

주인공 여자가 빌라에 살고 거의 미니멀한 빌라에서

살았던가, 아님 밀회를 하던가 하는 영화였는데

우리집에 가구가 워낙 없다보니 안성맞춤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때 새로 집을 꾸민 상태라 거의 깔끔하고 가구라곤

없이 텅빈 상태라고 해도 맞는 말이었다.

장소로케를 하러 조감독과 촬영기사가 왔다.

집을 둘러보더니 딱 좋다며 얼마를 주면 되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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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고 뭘 잘 몰라 그냥 주고픈대로 주는데 혹시

돈 안받을테니 내가 영화에 출연하면 어떤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는 것이다.

집에서 일하는 파출부 아줌마가 걸레질을 한다던가

주인공 여자에게 커피를 갖다준다거나 그런 거라도

좋다고 했더니 그런역이 하나도 없단다.

그러면 지나가는 행인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어떡해서도

그 영화에 내가 까메오 출연을 하고 싶다고 하니 난감

한 표정을 지으며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을 좀 많이 주겠다고 했던 것 같다.

짐작했던 금액보다 큰 금액이라 솔직히 땡겼다.

아쉽지만 알았다고 승락을 하고 조감독은 집의 구석구석을

일단 다 촬영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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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친구에게 자랑삼아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 왈,

그거 하고나면 집을 다 버린다는 거였다.

바퀴달린 나무판에 카메라를 실어 왔다갔다하는 레일을

깔고 조명기구랑 그 선들이 엄청나고 복잡하다며

너 집에 흠집이라도 나면 새로 고쳤는데 어쩔거냐고 했다.

감전이 되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아뿔사!

조감독에게 다음날 아침 당장 전화로 못하겠고 촐영협조만

하겠다고 하자 화를 내며 그럴 수 있냐고 소리를 질렀다.

너무나 미안했다.

하지만 집 밖의 주변촬영은 관리실에 협조를 구해 촬영했고

그 시간들 속에 의상을 갈아입는다던가 할 때는 우리집을

그냥 이용했다.

그래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영화, 소설이 바로 ‘결혼은

미친 짓이다’ 인데 언니가 그 책을 주니 기억이 새로웠다.

그런데 아직도 영화에 까메오나 조연으로 출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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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omments

  1. 나의정원

    2012년 8월 25일 at 7:01 오전

    ㅋㅋㅋㅋ,,,,,

    리사님 ! 아주 끼가 많으신 분인가봐요.

    보통은 그저 옆에서 구경하면서 신기해 할텐데, 카메오로 출연해달라고 부탁하셨으니 말입니다.

    좋은 경험과 잊지 못할 영화란 생각이 드네요.

    혹 알바로 방송 방청객 박수부대를 해 보실 의향은 있으신지?
    아니 아침마당처럼 주부들 객석에 않아 방송을 지켜보는 일도 괜찮을것 같은데요?

    좋은 주말 되세요~   

  2. 오드리

    2012년 8월 25일 at 8:35 오전

    만약 영화 출연했어어봐, 그 잘난척을 또 어케봐줬겠어. 다행이다 다행이야.ㅋㅋ   

  3. Lisa♡

    2012년 8월 25일 at 9:49 오전

    나의 정원님.

    제가 박수부대 일당 5만원이라는 말도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건 못하겠더라구요.
    그건 좀 다르잖아요..시간 맞춰 가서 지루하더라도
    꼭 앉아 있어야 하잖아요..헤헤   

  4. Lisa♡

    2012년 8월 25일 at 9:50 오전

    오드리언니.

    일단 좀 웃고~~~~~크크크크..아고 배야.
    내 잘난 척은 순진한 잘난 척이라니까
    본래 잘난 척은 겸손하게 보이는 이들 중에
    있다고 그렇게 말해싸도 말야~~
    크크크크……나도 자제해야지.   

  5. 오드리

    2012년 8월 25일 at 11:00 오전

    리사는 조영남의 겸손은 힘들어를 꼭 들어보도록………참 좋은 곡이야. 겸손은 힘들어…   

  6. Lisa♡

    2012년 8월 25일 at 11:46 오전

    근데 난 겸손한 척도 못하니..

    문제지….노래라도~~

    근데 겸손할 게 없을만치 잘난 게 없다니꽈~~   

  7. 김술

    2012년 8월 25일 at 1:06 오후

    까메오는 아무나 하남요?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이동: 둘러보기, 찾기
    카메오는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에 원래 캐스팅된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특별출연하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친한 배우끼리나 특별한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8. Lisa♡

    2012년 8월 25일 at 2:18 오후

    술님.

    그냥 쉽게 표현하다보니…지송해요~~

    저도 그런 축에 끼는 건지도 모르잖아요~~헤헤.

    그런데 어캐서 우리집으로 선택이 됐는지는
    기억에 확실히 없긴 한데 ..뭔가 연관이 있었나?   

  9. 벤조

    2012년 8월 26일 at 5:26 오전

    그때 영화에 나갔으면 지금쯤은
    10명의 ‘도둑놈들’에 끼었을지도 몰라…
       

  10. Lisa♡

    2012년 8월 26일 at 5:45 오전

    벤————-조님.

    흑흑흑….(감동의 눈물이~~철철)   

  11. 봉쥬르

    2012년 8월 26일 at 8:54 오전

    리와 오의 우정

    보기 넘 조와요~

    언제나 늘 그렇게……   

  12. 유머와 여행

    2012년 8월 26일 at 1:04 오후

    아하~ 그랬군요.
    영화 정말 괜찮았지요~   

  13. Lisa♡

    2012년 8월 26일 at 1:42 오후

    봉쥬르님.

    간만…..오와 리가 삼찬포에 함 떠야 하는데…

    가고 싶어요…넘 맛있어어요~~   

  14. Lisa♡

    2012년 8월 26일 at 1:42 오후

    유머와여행님.

    영화 봤는데 그 당시에 괜찮았던 것 같네요.

    ^^*
       

  15. 봉쥬르

    2012년 8월 27일 at 4:39 오전

    리사님.
    그렇게 성원해주셧는데도 불구하고…
    저…오월 사일부로 접었답니다
    여러가지 아픔이 많앗지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리사님.   

  16. Lisa♡

    2012년 8월 27일 at 11:31 오후

    봉쥬르님.

    그런 아픔이…

    아고 아까비~~~
    그 맛있던 안주들 다 어쩌나.
    암튼 수고하셨고 좋은 경험이었네요,
    유스티노씨께도 안부를.   

  17. Hansa

    2012년 8월 28일 at 12:19 오후

    리사님 그런데, 그 맥주 브랜드가 뭐지요?
    꼭 마셔보고 싶어요.

       

  18. Lisa♡

    2012년 8월 28일 at 1:27 오후

    맥스 생맥주입니다.

    좀 크리미하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크림맥주라고 하더라구요.
    부드럽고..맥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내가 요즘 그 맛에 반했답니다.
       

  19. Hansa

    2012년 8월 28일 at 1:53 오후

    앗, 그렇군요.

    저역시 캔, 생맥주 모두 맥스만 마신답니다.. 오!

       

  20. Lisa♡

    2012년 8월 28일 at 2:18 오후

    맥스 생 정말 괜찮은 맥주죠?
    저도 맥스 좋아합니다.
    캔도….처음부터.
    그런데 맥스를 마셔보니 제주도에서
    만들어서 파는 생맥주집 맛이랑
    아주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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