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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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른 것 같고

나만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차가웠던 것같아.

다 알 것 같아.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요약.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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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가 태풍 전야라 흥분이 된단다.

태풍으로 인해 피해입는 이들이 나올까봐

말은 못하겠는데 자기는 태풍이란 소리만 들으면

흥분이 된단다.

내가 태풍이 치던 날 무슨 일이 네게 일어났던 거야?

하고 우스개로 묻자 그런 일이 없단다.

혹시 태풍 불던 날 짝사랑했던 이에게서 손목잡힌

경험이 있냐고 하자 막 웃는다.

사실 나도 태풍이라는 말을 무서워만 하지는 않는다.

뭔지 모를 흥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마구 휘몰아치는 바람이 남기고 간 그 어지러운

잔해나 피해들은 너무 싫지만 이상하게 태풍이나

바람이라는 말이 그리 나빠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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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나무를 제일 걱정하고 있다.

곤파스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어 쓰린데

그나마 심은 나무들에 피해를 줄까봐이다.

언뜻 창 밖을 보니커다란 나뭇잎들이 하늘로

어지러이 떠다니며 무서운 매들처럼 빙빙 세게

도는 풍경이 보인다.

거기엔 크게 꺽인 나뭇가지도 보인다.

마냥 흥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건 사실이다.

지붕들이며 가로수며 산의 가느다란 나무들이

엄청 걱정이 된다.

오늘 우리집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집에서

모두 침잠모드로 돌입했다.

정훈..제주에 바람 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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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의 ‘가고파’를 들으라고 당부한 말에 가고파를

듣다가 결국은 참지 못하고 ‘애인있어요’에 꽂혔다.

본래 좋아하는 곡이지만 차에서 크게 틀어놓고 혼자

들으니 마구마구 와 닿았다.

그 가사 중에 내 가슴을 아프게 하는 가사가 있었는데

아주 현실적이고 아프고 영리한 가사다.

~~나는 그 사람 갖고싶지 않아요.

욕심나지 않아요. 그냥 사랑하고 싶어요~~

이 부분인데 절절하게 다가온다.

처음엔 그러다가도 나중에 진짜 사랑하게 되면 갖고 싶다던가

뭐 그런 말 들은 것 같은데..갖고 싶지 않다는 말이

역설적으로 정말 필요한 사람으로 들린다.

아————마음 찡하다.(경험이 주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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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1. 벤조

    2012년 8월 28일 at 12:41 오전

    애인있어요, 이 가사 말예요,
    ‘소유’냐 ‘존재’냐의 팝 버젼 같은데요?
       

  2. 김술

    2012년 8월 28일 at 1:43 오전

    처자식 먹여살릴려고,
    이 날씨에 태풍속을 뚫고
    목숨걸고 출근했더니
    정전으로 컴컴한 사무실서
    멍하니 40분 정도 있었고…
    이 글 읽으니 나무걱정에
    사랑타령에…
    팔자좋은(?) 아줌마땜에 열받네요.
    오늘 출근해 일보러 다니는건
    전쟁입니다.
    하긴 전쟁같은 사랑도 있으니…
    지금 창 밖으로
    우산쓰기를 포기하고
    바람 속을
    안간힘으로 버티는 안쓰러운 이들이 많이 보이네요
    시비 좀 걸어봅니다.   

  3. 빈추

    2012년 8월 28일 at 2:36 오전

    애들은 휴교령까지 내렸고
    지방에서 세미나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태풍덕분에 취소되어서 회사로 나오니 나뭇잎들 공중부양.ㅋ
    사무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이나 읽고 있습니다.ㅎ
    문화심리학자의 B&G 를.   

  4. 뽈송

    2012년 8월 28일 at 3:13 오전

    나는 갑자기 Lisa님이 시인이 되셨나 해서 깜짝 놀랐지요.
    그런데 다행이(?) 아니시더군요.
    그런데 글 전체는 태풍전야에 홀로 텅빈 마음으로 서계신 것 같긴 합니다…    

  5. Lisa♡

    2012년 8월 28일 at 3:23 오전

    벤조님.

    소유는 아닌 것 같군요.

    소유한다는 거 어쩌면 피곤한 일일 것도 같죠?

    지금 밖에 무서워요.   

  6. Lisa♡

    2012년 8월 28일 at 3:24 오전

    술님.

    지금 일보러 다닌다구요?
    세상에…사람들이 보이긴 하나봐요?
    우린 애들 모두 알바 금지, 출입통제 중..
    어쩌냐,…술님 조심하세요.
    간판 아래…   

  7. Lisa♡

    2012년 8월 28일 at 3:25 오전

    빈추님.

    그래도 사무실 가셨나봐요?

    다니실 때 조심하시고
    혹시 그 책 머리 꼽슬거리는 파마한 남자?   

  8. Lisa♡

    2012년 8월 28일 at 3:26 오전

    뽈송님.

    다행히도 아닙니다.
    저런 가사도 한 줄도 못 쓰는 걸요~~

    뽈송님.
    삼성동 한 곳이 한 때 정전이었다네요.
    조심하시구요.   

  9. 김진아

    2012년 8월 28일 at 4:13 오전

    작은 아이가 태풍에 흥분해요. ㅎ
    바람 맞으러 나갔어요. 비바람 ..몰아 치는데도요.

    ^^   

  10. Lisa♡

    2012년 8월 28일 at 4:18 오전

    저 소개해주세요~~   

  11. 지해범

    2012년 8월 28일 at 8:17 오전

    저도 태풍 좋아합니다.
    도로를 삼킬듯 넘실대는 강물도 좋아하고요.
    자연의 힘에 대한 호기심 같은 거겠지요…   

  12. Lisa♡

    2012년 8월 28일 at 8:34 오전

    ㅎㅎㅎ

    아무래도 팬이 많은 듯 합니다.
    사람들이 은근 파격을 좋아하죠?
    게다가 자연의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멋지게 드러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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