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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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뒤로 정말 보기에도 아까운 하야디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중이다.

마치 팝콘이 툭툭 삐져나오듯이 조용히 퍼진다.

하예도 너무 하예~~

그 위로 올라가 풍덩 빠져보거나 손으로 만져 그

존재감을 확인하고파지는 동심마저 생긴다.

열어 둔 창으로 건너편 누군가의 손녀가 할아버지를

애타게 부르다가 깨질듯이 운다.

그 소리에 남편과 내가 피식 웃고만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어쩌면 저리도 윤기가 있을까.

정말 투명하고 맑게 울린다.

친구조카가 공무원 시험준비로 이제 두 돌 지난 아이를

부산의 친정에 맡겼다는 소리에 그 친구조카 나중에

엄청 후회하겠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그 이쁜 시기에 보지도 못하고 다시는 그런 시절이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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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떠나도 잠깐 정리하면 끝나는데 이상하게도

딸은 정리할 게 지나치게 많을 뿐 아니라 애써 사준

잡동사니들이 그대로 방에 쳐박혀 있기 일쑤다.

대부분 정리도 여자가 더 못하고 더 더럽게 쓴다.

어젯밤 짐무게로 고민을 하더니 결국은 무사통과를 했다.

1-2키로 넘는 거야 사람만 잘 만나면 그냥 통과시켜준다.

보통 2-3키로 오버도 봐주더니 요즘은 얄짤없다.

특히 미국서 나올 때는 거의 오버차지를 하게 된다.

거긴 더욱 더 얄짤없기 때문이다.

여자들 경우는무슨 챙길 짐들이 그리도 많은지.

나도 여자이지만 딸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프다.

아빠는 걱정스런 눈길로 계속 더 심각한 표정이다.

그런 남편을 보자니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떠난 후 방도 쓰레기가 한더미다.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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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딸이 결혼을 하려한다며 말을 아끼는데

은근 사위될 남자에게서 뭔가 많은 선물을 받고픈

눈치다.

누구는 중국인과 하는데 장모선물을 엄청 사왔다는 둥

그 소리만 계속 하고 있다.

"너는 뭐 해줬는데?"

내가 말하지 슬쩍 웃으며 나야 뭐..딸 주잖아 한다.

그럼 아들은?

남자가 집까지 자기 명의로 강남에 있다는데 그 이상

무얼 바라냐고 내가 야단치자 그건 그래도..한다.

바라는 사람이 이상하다.

다른 친구도 딸이 적령기가 되어간다며 누구는 성형외과

의사랑 하고 누구는 변리사랑 하고..하며 주워담는다.

난 그런 거 항개도 안바라는데 진짜 대단들하다.

그 친구의 경우 지독하게 가난하다.

그래도 그런 상대를 바란다니 속되지만 더욱 더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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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을 다 끌고 오랜만에 언니집에 다녀 온 친구가

언니가 아이들에게 용돈 한 푼 안주더라며 섭해한다.

주던 사람이 안 주면 그건 섭섭하긴 하다.

그 언니가 친구보다 사는 형편이 더 낫기에 친구로선

섭섭함이 당연하고 아이들의 경우 오랜만에 이모네

가서 그냥 빈 손으로 온다는 게 여간 서운하지 않았을 터.

그런데 사람이 아무리 형편이 나아도 그 집도 쪼들릴 때

분명히 있고, 사정이 지금 줄만하지 못할 경우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20대에 대학생인데 만원을 주기도 그렇고

한 명만 주자니 그것도 손이 부끄럽고 마음이 불편하다.

나도 그런 경우 섭섭해 하고도 남겠지만 그때는 상대방이

뭔가 사정이 여의치 않나보다 하고 치워야지 그걸 꽁하게

생각하면 못쓴다.

타이르고 좋게 언니의 입장이 되어 말해줘도 친구는 여전히

섭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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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1. 무무

    2012년 9월 2일 at 7:06 오전

    섭섭증에 걸리면 누구만 손해? ㅎㅎ
       

  2. Lisa♡

    2012년 9월 2일 at 9:24 오전

    그니까~~

    하지만 저도 한 때 경험해 본 일이고
    나 또한 상대방에게 그런 경험을 안겨
    줬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요.
    아예 첨부터 주지않는 이는 욕도 안듣는다는…ㅎㅎ   

  3. 벤조

    2012년 9월 2일 at 1:47 오후

    리사님 블로그는 읽다보면 댓글 할 거리가 너무 많은데
    그러다 끝에 오면 뭘하지? 다시 처음으로 가서…
    우선,
    아이들 떠나니 시원섭섭하지요?
    여자애들 방이 더 지저분하다는 거 공감합니다.
    짐 무게 달때마다 역시 내 조국 공항! 합니다.ㅎㅎ
    그리고
    조카들에게 용돈 주는거 그거 쉽지않은 일이지요.
    아예 처음부터 짜다는 소릴 들으면 편할텐데…
       

  4. Lisa♡

    2012년 9월 2일 at 1:55 오후

    처음부터 짜다고 하는 소리 듣는 편이
    나중에 보니 훨씬 낫긴 하더라구요.
    하지만 또 너무 그렇게 살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 언니도 형편이 별로 좋지않았다고 봅니다.
    받는 입장에서는 늘 더 이상을 바라게 되어 있고
    돈도 빌려주는 이가 착한 사람인데 그런 마음으로
    줬다가 돈 잃고 사람잃고 그러나봐요.   

  5. Hansa

    2012년 9월 3일 at 12:43 오전

    요즈음, 특히 올여름 뭉게 구름이 장난이 아니게 아름답습니다.

    고온다습한 한국날씨 탓이겠습니다만 때때로 하늘을 보면 행복하답니다. 하하

       

  6. Lisa♡

    2012년 9월 3일 at 12:46 오전

    많이 행복하게 해주네요.
    그리고 잠시나마 동심을 주구요~~
    어제도 정말 장난아니었습니다.
    때가 탈까 걱정까지.   

  7. 김진아

    2012년 9월 3일 at 3:15 오전

    상대방 입장이 되어 볼 수 있는 어떤 체험 장치 같은게 있으면 어떨까?
    하는…저 역시도 그리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기에..더더욱이요.

    어제 날씨가 너무 좋았다고 다른 분들도 그러셔서요. ㅠㅠ
    하늘 바라보기가 참 힘들었네요. 요즈음은요..^^   

  8. Lisa♡

    2012년 9월 3일 at 3:26 오전

    상대방 입장 잘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면 이미 성인입니당~~   

  9. 소리울

    2012년 9월 4일 at 11:26 오후

    한창 바쁘다가 한가해지겠네. 한가할 틈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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