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의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 중에 우연히
보게 된 남성에 대한 묘사다.
..적당한 키에 깡마른 체구, 수염없는 얼굴, 유난히
납작한 코를 가진 그 남자의 머리는 빨간색이고 피부는
주근깨가섞인 우윳빛이었다..
주인공은 이 남자를 본 후 이상하게 여행에의 욕구가
생기고 몸에 활기가 도는 기운을 느낀다.
해석에는 이 남자의 묘사가 나그네 신이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사후 세계의 안내자이기도 한 헤르메스의
전통적 모습과 일치하기도 한다고 했다.
보통 영화나 소설 속에 복선이나 암시가 있고 그걸 알아보고
느끼거나 나중에라도 스스로 알아챌 때 재미가 더한다.
하지만 이 남자 모습 묘사만으로 그 깊은 뜻을 알아챈다는 건
대부분 불가능하다.
영화나사진을 보면서 아~~ 이 건 그리스풍의 십자가이군.
14세기 양식이야, 비잔틴 문화에서 따온 거야~ 하고 선뜻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대단한 지적 교양을 갖고
있어야 할까?
물론 그 사람이 미학전공도 아니고 건축전공이나 미술사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는 한도 내에서 말이다.
소설을 읽다가 위에 말한 묘사를 보고 바로 알아채는 그 정도가
되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지식과 탐구력을 갖고 있을까 싶다.
문제는 머리가 얼마나 아플 것이며 그 용량의 한계가 어디까지?
간혹 나도 영화를 보다가 현관에 자코메티의 조각이 있다던가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이 걸려있던가 하면 알아채고는같이 간
동행이 모르는 걸 보고 왜 모르지? 할 때 있었다.
우리나라 영화에 비해 블록버스터 헐리웃 영화들을
보면 내용 중에 이름의 유래라던가, 의상이나 소품들
하며 등장인물들의 설정 같은 부분에서 얼마나 신화나
학문적 성과가 나타나는지 알아챌 때가 많아 놀래는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물론 무엇이든지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캐러비안의 해적에서 붉은 수염이 왜 나왔는지?아바타의
숲 속에 나비족이 사는 동네의 풍광이 어째서 그런 모양인지
그런 걸 알고 본다면 더욱 더 풍부한 체험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충 본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소설 속 등장하는 모든 것에
많이 무관심하게 봤구나 하는미안함이랄까? 아쉬움이랄까?
그런 것이 스쳐지나간다.
뭐 그런 부분까지 완벽해지려는 건 아니고
잠시 스치는 생각이지만 그렇다는 점도간혹
있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살면서 인지하고 인식하고 꼭 알아야 하고 그런 건
인간이라면 거의 삶에 필요한 기초적인 것은 절로
습득한다.
그 외의 것들은 그다지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잠시잠시 느껴보는 감정들로 우리의 삶은
이루어지기도 하고 잊혀져 가기도 하고 어쩌면 그런 몇 초
간의 내 머리 속 생각이 내 치매의 확률을 0.1% 라도
줄여줄지 모르겠다.
大家라는 게 그냥 와주는 건 아니라 여러가지 노력과 타고난
기질과 신이 주신 은총과 함께 할 것이다.
아침에 토마스 만의 글을 읽다가 마냥 그가 부러운 것이다.
Hansa
2012년 9월 3일 at 12:57 오전
고전 작품들에는 대가라 불리는 작가들의 인생관 및 세계관과 평생 축적한 인문학적 교양의 편린들이 담겨있지요.
리사님 말씀처럼 글 쓴이의 경지에 접근하면 보이는 만큼 이해할 터이고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대략 줄거리만 읽게 되는 것이겠지요..
독자의 관점과 이해력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책들, 소위 고전이겠지요.
Lisa♡
2012년 9월 3일 at 12:57 오전
네—-그리고 어느 나이가 되어서 봐도
늘 그 나이에 맞는 감동을 주는..ㅎㅎ
그런 대가들이 마냥 존경스럽습니다.
Hansa
2012년 9월 3일 at 1:00 오전
리사님, 조블은 댓글 수정 기능이 없어서
잘 못쓰면 다시 복사, 확인.. 헉헉, 댓글 고치기 힘들어요. 하하
Lisa♡
2012년 9월 3일 at 2:10 오전
다 알아서 보고
만약 정 고치고 싶다면 복사해서
다시 쓰셔야하는데 제가 너무 빨리
답글 달았죠?
김술
2012년 9월 3일 at 2:56 오전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 살아야하는지는 모르지만
요즘 확실하게 깨우친거 하나는 있답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Lisa♡
2012년 9월 3일 at 3:03 오전
인간은 절대 남의 입장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네요.
그래도 사랑하고 살아야 하는데 사랑은 인간이 신에게서
부여받은 최대의 축복이지요.
김성희
2012년 9월 3일 at 3:52 오전
제목이 혹시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아닌가요?
베니스의 상인은 세익스피어의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요!!!*^^*,,,,
Lisa♡
2012년 9월 3일 at 7:52 오전
아………….네…ㅎㅎ
제가 이래요.
바로 고칠께요.
손에 들고도…ㅋㅋ
고맙습니다.
조성호
2012년 9월 3일 at 11:26 오전
베니스의 죽음 ?
김성희님의 말씀대로
‘Der Tod in Venedig’
‘Death in Venice’
"베니스에서의 죽음"이지요
Lisa♡
2012년 9월 3일 at 2:09 오후
Lisa♡ 앗……………..바로 다시 정정.
원어 설명까지..제가 본래 이렇게 덜퉁해요.
많이 배웁니다.
지금 막 집에 들어오는 길입니다.
약속이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