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다는 남자와 우울하다는 여자를 만났다.
다른 약속이 있었다.
친구는 나에게 왜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느냐며
이유를 물었다.
"내가 우울한 남녀를 좀 건져줘야할 필요가 있으니
너네들은나 하나없어도 되잖니? 그러니 니들끼리 봐"
그러자 친구는 아무래도 자기도 이 쪽으로 끼어야 할 것
같다고 자기도 건짐을 당한지 오래되어 약발이 떨어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비가 왔다.
우울함에 극을 더하기 위해 한영애의 비하인드CD를 선물로
들고 나갔다. 우울한 남자에게 주기 위함이다.
처량한 영애씨 목소리를 듣고 우울함의 바닥까지 떨어지라고.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기쁨을 알라고~~
첫 코스는 ‘리움’이었다.
우울한 남자는 정신병이 만연한 현대미술보다는
미세한 금들이 가 있는 도자기 쪽에 더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는 말이 없었다.
예상시간보다 빨리 관람을 끝내는두 남녀가 편했다.
혼자가 아닌 미술관람에 자기만 아는 체 오래도록 그림 앞에
서 있지 않음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자코메티는 언제나 좋다고 그녀가 말했다.
우울에 빠지기 쉬운 형 맞다.
우리는 골목길에 나란히 우산을 쓰고 깡통만두로 갔다.
서너명의 느끼한 남자들이 우리 앞에 줄을 서 있고
우리가 둘째 순번이다.
어딜가나 가격을 올랐고음식량은 줄어들었다.
비가 계속 추적거렸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로 했다.
거리로창이 세로로 끝까지 나있는 예쁜 디저트
카페로 갔다.
아무도 없는 하얀 실내에서 후텁지근함을 느낀 우리는
우리를 위해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했다.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습기는 척척 몸에 감긴다.
생초코렛과 크램뷜레, 쿠키, 두유로 만든푸딩과 두유
아이스크림과라스베리크림을 먹으며 우린 느긋한 수다를
즐긴다.
역시 다 아는 수다로 새로운 뉴스는 없었다.
"리사~~다음 코스는 뭐야?"
골라봐…피에타로 할까? 광해로 할까?
"한사님 포스팅에 보니 광해가 짱이겠더라, 보고싶따"
고뤠~~~광해 낙점.
"병헌이가 별로이긴 해…그래도"
‘광해’가 괜찮았다면 완벽할 수 있었을텐데..
꽝해.
진짜 이리도 지루할 줄은….뒤에 좀 세이브했다.
참은 보람이라기보다는 그나마 약간은 현실의 정치와
견주어지는 마음에 혹은 현인을 바라는 마음에.
우울하다는 남자가 말했다.
"허균은 재조명되어야 할 인물이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은 본인이 아니지..참.
소설 속 주인공이지.
그리고 꽝해의 허탈함을 느낄 땐 그 허탈함을 채우기 위해
좀 매운 캡사이신을 보충해야하는 걸…
그래서 아구찜을 아구아구먹고 (백세주 한 병으로 1/3)
부른 배를 달래기 위해 우린 우리동네 허브공원으로 갔다.
두 남녀가 다 너무 좋아했기에 소임을 다한 듯했다.
허브향을 맡으며 걷는 밤은 그친 비로 인한 습기가 공기 중에
터질 듯 가득했다.
총경비.
리움-36000(초대권:공짜).
깡통만두-23000
디저트바-38000
광해-19000(5000원 할인)
아구찜-55000
소요시간: 오전 11:00~ 오후 7:30
올킬한다던 그녀를 위해
디저트바는 그가
나머지 문화비는 내가.
Hansa
2012년 9월 14일 at 12:04 오전
아이구, 꽝해때문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도 글쟁이 기자들에게 낚였어요.. 하하
Lisa♡
2012년 9월 14일 at 12:12 오전
그러니까요~~
호호호…..그런데 한효주가 중전역인데
그녀가 약간의 품격을 더해주긴 했습니다.
김명곤의 연기와….이해하지 못할 것은
네티즌 평점이 9점이 넘고 전문가 평점이
7점이 넘는다는 겁니다.
영화관의 세남녀가 영화보다는 수다가 더
즐거워 반감이 되었는지도..하지만 꽝해는
맞습니다.^^*
순이
2012년 9월 14일 at 1:06 오전
나도 우울하다면 건져 주실건가요?^^
친구들의 우울 치료사가 되셨군요.
즐겁게 사는 리사님은
에너지 보충은 어디서 하는 걸까?
자가 생성?
건강하고 즐거운 에너지 만땅을 무지 부러워합니다.
실타래(leedaum)
2012년 9월 14일 at 1:32 오전
꽝해… 재미 있습니다.
별로 웃을일이 많지 않은 저는 일부러 오락 프로를 보고 웃습니다.
오래 살고 싶어서요~~~~ ㅎㅎㅎ
그렇게 웃고 나면 속이 후련해 질때도 있고, 내가 뭐하는 건가 할대도 있고~~~
아무튼 우울친구들은 좋은 친구를 두셨습니다. 부럽군요.
Lisa♡
2012년 9월 14일 at 1:39 오전
순이님.
같이 건져지는 거지요.
누구나 다 그럴 때 잖습니까?
덕분에 나도 같이 우울에서 하루
건짐을 당하는 거지요.
ㅎㅎㅎ…제목을 우울탈출로 바꿔야겠습니다.
Lisa♡
2012년 9월 14일 at 1:40 오전
실타래님.
이름이 예쁘네요.
웃을 일 만들어서라도 웃으면
좀 더 엔돌핀이 돌아 건강해질 겁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웃어야지요.
후후후….
웃겨드려야 할텐데…조금 더….헤헤.
케이
2012년 9월 14일 at 2:29 오전
이 글,,,재밋다고 밖에 달리, 무슨 다른 표현을 할수있을까요…
마지막 경비 리스트까지 아주 ..세밀하군요,
글고 딱 떨어지고…후.후
영화에서 대단한 인내심이 잇군요,
난 ..아니다 싶으면 일어나야 합니다.
견디질 못하겠으며 이후엔 짜증이 마구마구 나서….
시간 아까운게 그담이고요,ㅎㅎㅎ
글 잘봤습니당!!
Lisa♡
2012년 9월 14일 at 2:34 오전
케이님.
워낙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이들이라
제가 어떻게 하자고해도 마냥 좋아하지요.
덕분에 제도 좋구요….ㅎㅎㅎ
그냥 암말하지않아도 편한 걸요.
영화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해서 그런가봅니다.
관객들이 웃는 싯점을 보자면 늘 그렇듯이
주인공이 욕찌거리를 하면 웃고 좋아하고
어떤 아줌마는 박수까지…ㅎㅎ
사랑詩
2012년 9월 14일 at 3:46 오전
쌀쌀한 가을 비에 울고 싶었는데
리사님 께서 저를 건지네요 ㅎㅎㅎ
잠 깨우는 작은 새들의
문안 인사가 사랑스럽습니다.
희망을 그린 하루가
소박한 행복으로 채워질 것들을 예감하면서
리사님의 하루를 축복합니다.
Lisa♡
2012년 9월 14일 at 4:02 오전
시님.
감사합니다.
저도 지금 창 밖에 새들의
노래소리가 가득합니다.
날씨도 어제와는 달리 아주
화창합니다.
글거운 일 있으세요~~
오드리
2012년 9월 14일 at 12:06 오후
착한여자 신드롬?
간식이 땡기는 밤, 맛있는거 먹고 싶다…………….
Lisa♡
2012년 9월 14일 at 12:40 오후
감자튀김!
나 본래 그 신드롬 쫌 있다는 거…
오드리
2012년 9월 14일 at 1:35 오후
아, 맞다. 그거나 사다 먹을걸… 진작 말해주지.ㅎㅎ
Lisa♡
2012년 9월 14일 at 1:51 오후
앗…………..홈자 먹으려구…..?
먹고싶당~~~따끈따끈한 뚱뚱한 감자.
decimare
2012년 9월 14일 at 10:30 오후
그 분들…"우물"에는 왜 빠졌데요?
Lisa♡
2012년 9월 14일 at 11:28 오후
괜히 빠지는 척 하는 거.. 일 수도 있고
아님 저를 우울에 빠지기 전에 건져주려고
꾀를 낸 것 일 수도 있고
우물에 빠지기 싫으니 우울에 빠진 걸 수도 있고.
그러고 보니 이유를 묻지 않았네요…참..나..
근데 마레님은 우울하지않으세요?
decimare
2012년 9월 15일 at 2:45 오전
저는… 수돗물을 정수해서 먹어요. ㅎㅎ
이건 농담이고요…
제가…우울하다고 하면…건져 주실 건가요? ㅎㅎ
decimare
2012년 9월 15일 at 2:47 오전
그 분들…이유를 물어봤으면…
우물…쭈물…우물…
답변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ㅎㅎ
답을…알 수 없죠.
괜시리…빠지는것이…우울…아닙니까? ㅎㅎ
Lisa♡
2012년 9월 15일 at 9:05 오전
이유있을 걸요.
저 같은 경우는 돈이 없으면 우울하고
누구 만날 사람없으면 우울하고
비오면 괜히 우울해지고 싶고 그래요.
그 분들요?
그냥 올 가을이 우울해지는 거지요.
그런 시기만.
마레님 우울해도 안 건져줄 겁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특이하고 복잡해요.
순종형이 아닐 것 같아서..저는 순종형만
건져 줄 겁니다.
decimare
2012년 9월 15일 at 12:37 오후
ㅎㅎㅎ
우울하다고… 말도 꺼내지 못하겠군요. ㅎㅎ
Lisa♡
2012년 9월 15일 at 12:52 오후
말 잘 듣던가~~~요.
후후후….우울하지 않죠?
decimare
2012년 9월 15일 at 1:01 오후
청력 검사에서…아주 우수한 것으로 나오던데요?
Lisa♡
2012년 9월 15일 at 3:27 오후
생각 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