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 피츠제랄드의 재즈를 들으며 가을 속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밤새 무엇을 갖고 갈 것인가 잠을 설치며 고민한 k씨는 김치찌개를
해먹을까, 된장찌개를 끓일까로 고민하다 멸치와 고추장을 챙기자..
하며 만리장성을 쌓다가 결국 빈 손으로 그것도 30분이나 늦게 나왔다.
뭘갖고 올까 밤새 고민했다는 말에 한번만 더 그 말하면 때린다..하며
내가 면박을 주자 전부 웃고 말았다. 우리3인방이 목적한 곳은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는 어느 교수의 시골집으로 그는 올해 안식년을 맞아 시골
서 연구하고 논문을 쓰며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거의 반 도사가 다
된 남자다. 아산시 마곡면으로 달린 우리 눈에 거의 익어가는 벼들과
빨갛게 말리는 고추들, 허리가 굽은 할머니와 마을마다 수호신격으로
있는 나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나무들이 시선을 붙잡았다. 성묘철이라
경부고속도로는 짜증나게 막혔지만 피츠제랄드의 부드럽고 매력적인
음성과 루이 암스트롱의 저음에는 살아 온 인생이 다 녹아든 듯 했다.
마을회관을 겨우 찾아 마중나온 임교수를 보는 순간, 교통체증이 주는
짜증일랑 언제 우리가 그랬찌? 하며 주변의 자연을 호흡했다.
마순이와 광덕이가 지키고 있는 집에 수닭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5-6마리 암탉들이
한가로이 풀 속을 헤치고 있고 초란이라며 달랑 두 개를 주기에 나와 李가 간장 한 방울을
살짝 흘려넣어 생걸로 후루룩~~어딜가나 몸에 좋다면 무조건 흡입하는 나. 한 마리 개 이름이
광덕인데 다른 집 개 이름도 광덕이라 근데 문제는 이장이름이 광덕이란다. 왜그리 광덕이가
개 이름이 되었냐고 하자 그 동네 산 이름이 광덕산이라 그렇단다.(믿거나 말거나) 내가 갈 때
와인이나 두어병 사가자고 하자 술이라고는 입에도 못대는 k씨가 "와인은 무슨….백세주!"
해서 넘어갔다. 백세주를 4병 사서 들고 가다 차 안에서 입이 궁금해 육포를 뜯다가 李왈, 육포
를 먹는데 술이 없어서야 하는 통에 차 안에서 운전하며 병나발을 불고 말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자연 시원한 바람에 고기를 구워먹고 거나한 기분에 감따는 기구를 들고 산으로 올랐다.
처음 따보는 감은 정말이지 쉽지가 않았고 몇 번의 실패 끝에 터득한 나는 계속 감을 따 한 박스나
되는 감을 땄고 익은 감이 잘 따지는 진리를 알았다. 감과 더불어 산밤을 주웠는데 작은 것은
동물들 먹거리로 좀 큰 것만 골라서 주웠다. 계곡물 속에 담겨있는 밤들은 어쩌면 보물같던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줍다보니 무거워서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수확의 기쁨을 맛보며 오는 길엔
일부러 차를 돌려서 천안 학화호두과자를 한 박스씩 사서 푸짐하게 돌아왔다.
우울한 여자와 우울한 남자를 데리고 여기를 한 번 더 갈까하는데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가을은 그랬다….많이 안기고 많이 보듬어 달라고, 또 쓰다듬어 달라고.
"그려~~너는 말이여~~내가 숨쉬는 공기랑께~~"
아메리카노
2012년 9월 26일 at 1:41 오전
가을가득한 사진이네요. 근데 광덕이 밥좀 많이 주라 하세요.
많이 야윈것 같아요.
Lisa♡
2012년 9월 26일 at 1:50 오전
광덕이요?
그렇게 야위었다는 생각은 하지않았는데.ㅎㅎ
어제도 닭고기에 이것저것 넣어서 끓여주니까
좀 뜨겁다고 엎어버리고는 땅에서 훑어 먹어요.
그 자식이 국물이 좋다는 걸 모르고 말입니다.
아무튼 전해드릴께요~~
Hansa
2012년 9월 26일 at 1:56 오전
"익은 감이 잘 따진다.." 오, 그렇군요!
"많이 안기고 많이 보듬어 달라고.". 가을이 그랬다고요. 하하
리사님 명언 새겨 듣습니다.
케이
2012년 9월 26일 at 2:52 오전
내가 전혀 경험해보지못한…
그리고 막상 해보려고 하면 겁나서 할수없을것 같은 …
그런 생활이군요,
그냥, 그림입니다
내게는…
ㅎㅎㅎ
추억
2012년 9월 26일 at 6:48 오전
우울한 남자 여기요,,,ㅋㅋ
Lisa♡
2012년 9월 26일 at 7:54 오전
한사님.
익은 감은 수월하게 따지는데
덜익은 건 아무리 힘줘도 안 따지더라구요.
감따는 기구가 아주 특이한데
거기에 쏙 들어가게 따야해요.
처음 해보면 힘들답니다.
Lisa♡
2012년 9월 26일 at 7:54 오전
케이님.
그림같다구요..맞습니다.
막상 살아보면 할 일 천지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을 해서 밤까지
하는데 밤이 빨리 오더군요.
농촌에는 할 일이 쎄고 쎘답니다.
Lisa♡
2012년 9월 26일 at 7:55 오전
추억님,
우울하시군요.
네—서울오시면 연락주세요~~ㅎㅎ
말그미
2012년 9월 27일 at 11:58 오전
멋진 가을여행입니다.
광덕이…사람 이름이라 우습습니다.
리사 님 가을여행 이야길 상상하니
생각만 해도 훌쩍 떠나고 싶어요.
소리울
2012년 9월 27일 at 12:56 오후
흠흠 이렇 수가 있다니 신기해. 그대 성실함
Lisa♡
2012년 9월 27일 at 3:06 오후
말그미님.
광덕이 웃기죠?
이장님 이름요~~
이장님이랑 마을 주민들 모임있는데
가려다 말았답니다.
Lisa♡
2012년 9월 27일 at 3:07 오후
소리울님.
흠흠…그렇군요.
나의 성실함이라니 공연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성실, 야무짐, 여우 뭐 이런 말 들으면
즐겁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