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화가 번역한 ‘인간 발자크’를 읽었다.
1998년에 번역한 글이라 다소 딱딱한 어체에
글자가 작아 읽는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
같은 해 안인희 번역의 ‘발자크 평전’도 나왔다.
이 평전은 슈테판 츠바이크가 거의 마무리하면서
원고를 출판업자인 리하르트에게 보내었고, 그 후
자살하는 바람에 그의 친구인 리하르트 프리덴탈에
의해 책이 출간되었다.
발자크는 1799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1850년 까지 살았다.
[인간희곡]으로 너무나 유명한 발자크 인생은 그가 펴낸
책의 천재성에 비하면 지나치게 불합리하게 살았다.
늘 환상에 사로잡혀 자기가 하는 모든 일을 미리 최선의
방향으로 상상하고 거기에 맞춰 일을 진행하다보니 항상
반대방향으로 어긋나는 인생을 살았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까지 빚에 쪼들리면서도 화려하게 살기
원했고 늘 백만장자가 된다는 꿈을 꾸며 살아왔다.
그가 가장 원하는 삶은 돈많은 과부를 만나 편안하게 글이나
쓰며 안주하기를 바라는 삶이었고 그것을 위해 쓸데없는
시간과 돈을 많이 낭비했다.
수없이 이어지는 사업의 실패에도 기죽지 않고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고 빚을 내고, 도망다니고 숨어지내고
큰소리치고 다시 사업을 시작하고 엉터리 집을 짓고
말도 안되는 골동품들을 사모으고 속고, 늘 그런 식이었다.
그렇게 많은 훌륭한 작품들을엄청나게 쓰면서도 언제나
그는 가난했고 빚을 갚아야만 했다.
무질서한 삶에 뜬구름 잡는 식의 계획에 늘 무모했다.
하지만 그는 일중독이라 할만큼 열심히 원고를 쓰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자제하고 하루에 겨우 한 시간 이상은
사람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일찍 자서는 남들이 자는 시간에 일어나 펜에서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글을 썼으며 그 일은 아침에 남들이 일어나는 시간까지
계속되었다.
지칠 줄 모르고 그는 인간들의 성격을 창조해냈으며 주변의
인물들이 거의 다 그의 창작품 속의 주인공이었다.
2천명이 넘는 이들의 캐릭터를 만들었으며 스치고지나간 모든
것이 그의 창작품 소재가 되었다.
가히 천재적이던 그는 글과는 달리 모든 것에서는 실패하고
마는데행운의 여신은 한 해도 그에게 따스한 미소를주지않았다.
그가 초판 원고를 쓰고나면 반드시 6-7번을 고쳤다고 하는데
출판사들은 아주 성가셔 했다고 한다.
현재 발자크 집으로 소개되는 집.
그가 짓다가 만 집은 여러 채인데
그 중에 남아잇어 그의 집으로 소개되는
곳이다.(파리)
발자크는 정복자의 기질과 뭐든 관철하려는 의지가 강했는데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돈만 벌면 그것은 치욕이아니라
똑똑한 심리적 통찰력에 근거한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결국
그의 통찰력은 언제나 빗나가고 말았다.
프랑스뿐 아니라 전 유럽의 유명인사였던 그가 아카데미 회원에는
번번히 떨어지고 출판계에서도 그와의 싸움이 그치지 않았으니능력만
믿고 지나치게 자만한 까닭이기도 했다.
그는 뷔송에게 양복을 해입고는 했는데 언젠가 그가 낸 책에
‘뷔송이 만든 양복 한 벌이면 그 어떤 살롱에서도 왕의 역할을 해내기에
충분하다’고 책에 등장시키는 통에 뷔송에게 진 빚은 물론 그를 일류
양복 기술자로 만들어 주었다. 그런 펜의 힘이 있었음에도 그걸 잘
이용하지 못하고 과대망상만을 추구하다 늘 형편없는 생활을 했다.
"모든 것이 다 소재이다.
현실은 우리가 캘 줄만 안다면 닳지않는 광산이다.
우리는 그저 정확하게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필생의 역작인 [인간희곡]에서는
1 풍속연구 ‘개인별 유형’
2 철학적 연구 ‘유형들을 개체로 서술’
3 분석적 연구 ‘원리탐구’
현상-원인-원리
인간, 사회, 인류-묘사, 평가
이렇게 정해둔 규칙으로 글을 썼다.
엄청난 자신감에서 연유하는 무관심.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운명 내지는 운명의 시련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에
대한 무관심이다.
그것은 아마 그의 본질의 가장 내면적인 주체일지도 모른다.
슈테판 츠바이크도 발자크를 파헤치면서 아주 힘들었다고 한다.
너무나 광범위한 그의 세계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천재가 벌려논 그의 인생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