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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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숲에 들어가 밤을 좀 주웠다.

툭툭 밤이 익어 떨어지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곤 해 가보면 영락없이 밤이 굴러단니다.

가까운 듯 멀리 숲에서 작대기로 밤나무를 치는

소리와 밤을 줍는 아낙네들의 말소리가 섞인다.

숲 안에서 가만히 작대기가 어디로 어떻게 치나

본다. 나무를 지나치게 괴롭히면 나서려고 했다.

길다랗고 가느다란 나무로 위의 가지를 치는 정도다.

오케이..그 정도라면.

왜 그냥 떨어져 있는 밤에 만족을 못하는 걸까?

그냥 떨어진 밤 주워도 충분하고도 나눠먹을 정도인데.

운좋게도 알이 제법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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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어느 집 앞에 대봉 감나무의 대봉 몇 개가익어

땅 위로 떨어졌거나, 주차해둔 차 위로 떨어져 뭉개졌다.

까치가 몇 개를 건드려 먹다만익은 감에 눈이 간다.

경비아저씨와 사다리를 갖고 와 타고 올라가 땄다.

내가 먼저 3-4개를 사다리 위로 올라가 땄는데 대견했다.

철제 사다리는 한 쪽만 사람이 올라가도 흔들림이 없다.

특히 위의 걸쇠를 걸어두면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약 30개 정도의 대봉을 땄다.

따다가 땅에 떨어져 으깨진 것들은 아저씨들이 깍아 드신단다.

나눠먹자고 하니 다른 나무 것 딸테니 다 갖고 가란다.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

수확의 기쁨은 가을을 확실하게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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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읽은 문구.

자기 집 엘리베이터가 너무나 느리게 올라가는 걸 표현했다.

‘마치 바그너의 오페라처럼올라가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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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가 하는대로 다 따라하겠단다.

생활패턴을 바꾸겠다는 것인데

뜨거운 음식을 잘 먹는 나를 보고 따라

하다가 입을 데일 뻔 했다.

매운 청양고추를 추어탕에 잔뜩 넣어먹으니

자기도 그런다고 두어개 넣더니 맵다고 난리다.

적재적소에 맞는 유우머와 어울리는 말을 잘 한다며

자기도 그러기 위해 노력하겠단다.

그러자 정이가 옆에서 말한다.

애교는 어떡하려구요?

애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데요?

그러자 해본다고 텁텁한 목소리로 교태를 연습한다.

아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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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케이

    2012년 10월 7일 at 1:05 오후

    집 앞 숲에 밤나무가 다 있다니…
    퍼뜩 ….상상이 잘안되는군요,
    ㅠㅠㅠ
    밀레의 그림도 생각나고…ㅎㅎ
    암튼…부럽군요,휴,,,

    밤은 그냥, 생율로 드시길…피부미용에 좋다고 하죠,
    예전에 쌀뜨물에 담가두고 먹은 기억도 납니다만….   

  2. Lisa♡

    2012년 10월 7일 at 1:15 오후

    그러잖아도

    한참 깠습니다.

    생율로 먹다가 남으면
    밥에 넣어 먹으려구요.

    ㅎㅎ

    저희 집 앞이 바로 산이라서요.   

  3. 서니베일 체리

    2012년 10월 7일 at 5:04 오후

    이곳에 오면 배울 게 많아요 . 바그너처럼 올라가는 LA 일상 이에요 .   

  4. 말그미

    2012년 10월 8일 at 2:08 오후

    바그너의 오페라를 들어보고 싶어졌어요.
    얼마나 천천히 올라가는지…^^   

  5. Lisa♡

    2012년 10월 8일 at 2:36 오후

    서니베일님.

    LA가 좀 그렇죠?
    그게 인생에선 더 좋은 일상일 수도.   

  6. Lisa♡

    2012년 10월 8일 at 2:37 오후

    말그미님.

    며칠동안 연이어 하잖습니까.
    반지요~~ 나중엔 정말 지루하다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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