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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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 집을 비운 사이 창을 통해보이는

나무들이 모두 색을 바꾸었다.

심지어는 노란 은행잎이 거의 다 떨어진

은행나무도 있다.

가을은 이렇게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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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샘은 하루에 3번 꼭 졸리운다고 했다.

아침 식사 후

점심 식사 후

저녁 식사 후

식곤증 아니예요?

우린 웃고만다.

와인을 마시며 李가 자꾸 집에 가잔다.

시계를 보니 10시다.

아니 이제 시작하려는데왜 자꾸 가자는 거야?

알고보니 졸리운 것이다.

아직 조직의 쓴 맛을 못봤군…

본인이 대화의 주인공이 되어야만 잠이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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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가 말하길

나를 처음보고 판단하길

하고싶은 거 다하면서 그냥 돈이나 쓰면서

미국이나 왔다갔다 하는 여자 정도로만…

감수성이나 기호같은 건 알 수가 없었다나.

누구나 다 그렇치.

알고보니 어디서 이런 … 귀연 것이 있나? 이거다.

내가옐리네크의’피아노치는 여자’를 읽었다고 하자

깜짝 놀랬다고 한다.

뭘 그까이꺼 갖고 놀래고 그려?

그건 독문학 하는 사람들도 어려워 잘 읽지 않는데

살짝읽었나 안읽었나 시험까지 해봤다나.

그녀가 이런 말을 하게 된 건…내가 운전 중에

느닷없이 피아졸라의 obilivion을 흠흠 거리며 부르다가

‘망각’이란 너무 슬픈 거라고 하자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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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간도로를 돌다가 이제 제주로 가자고 한 후

지나게 된 곳이 관음사 쪽이었다.

어머.. 관음사 ~~네 하며 李가 관음사 쪽으로 한라산 등산을

한 추억을 되씹자 갑자기 뒷좌석에서 꼰덕꼰덕 졸던 K샘이

"관음사는 몰래 보는 절이야~~" 하고 느리게 말한다.

우리는 엄청 웃었다.

그러자 우리 둘더러 힘도 좋다며 뭘그리 할 말이 많냐고 한다.

이때를 놓치지않고 李가 하는 말이 "왜 말을 안해야해요? 우리가

뭐 부부예요?" 크크크크…..마저마저.

그러다 한참을 웃으며 부부과 연인에 관한 에피소드를 적은 책을

빌려주겠다며 부부와 연인의 차이가 엄청 재미있게 써있다고 하며

몇 가지를 얘기해주어 우린 또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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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누구나

    2012년 10월 21일 at 10:39 오전

    관음사가 몰래 보는 절?
    말을 안해야 부부인 줄 알겠네요.ㅋㅋㅋ
    이런 유익한 지식을 …

    하늘에 수놓은 무늬들도 멋집니다.
    저 밑에 제주의 비자나무숲도요.
    옛날에 얼핏 지나가며 본 곳인가 싶기도…   

  2. Lisa♡

    2012년 10월 21일 at 11:00 오전

    누구나님.

    재밌죠?

    그런 게 통하는 이들끼리
    여행이 얼마나 즐거운지 잘 아시죠?
    그래서 부럽구요?
    저는 또 떠나고 싶구요.
    비자림 강추입니다.   

  3. Angella

    2012년 10월 21일 at 1:56 오후

    비자림..정말 강추지요.산책하기에 정말 그만인 길 이었어요.
    그곳에 가면 절로 그이와 손을 잡고 걷게 되더라는…ㅎ
    혼자 기분을 다 내는 듯한 글을 보니….ㅎㅎㅎ
    좋것어요..ㅎ
       

  4. Lisa♡

    2012년 10월 21일 at 2:10 오후

    안젤라님.

    그렇쵸?
    아직 취해있답니다.
    좀 오래가는 편이지요.

    ㅋㅋ   

  5. 오드리

    2012년 10월 21일 at 2:23 오후

    사진이 투명해서……..   

  6. Lisa♡

    2012년 10월 21일 at 2:40 오후

    그래서…………….심란하다고?

    후후후…..기다리는 전화가 오지않네.
    자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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