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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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여행에 있어 모든 게 편리한 세상이 없다.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가고픈 곳을 일단 검색한 후

거기에 맞게 떠나되꼭 그 곳으로만 한정을 두지 않고

근처의 모든 장소를 목적지로 하면서 더땡기는 곳이

있다면그리로 선뜻 가보는 재미가 그런대로 쏠쏠하다.

11월초에는 순천만의 갈대축제가 있어서 많은 이들이

순천만 갈대를 찾는다. 여직 순천만을 가보지 못한터라

늘 그리고 있던 장소였다.

일단 메인은 순천만으로 하되 근처의정보를 수집하고

떠났다. 발길이 닿은대로라는 말이 맞다.

그대신 버스를 이용하지않고 그냥 차를 갖고 갔다.

버스나 KTX를 타고 함평이나 광주로 가거나 하는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일장일단이 있다는 점은 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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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은 실망을 주지않는 곳이었다.

소란스럽던 사람을 제외한다면 그 곳은 배울 점이

많은 곳이었다.

거기서 일단 우리는 선암사와 송광사가 가깝다는 걸

알고는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굴곡재길을 다음날

걷기로 합의했다.

첫날은 아침에 내려가 순천만을 보고 순천시내를 돌다가

백반을 먹고 푹 쉰 다음 일찍 일어나 선암사 쪽으로 갔다.

선암사에서 송광사에이르는 길은 천천히 걸어도 4시간 정도의

코스인데 아랫쪽 전남지방은 지금 단풍이 한창이다.

선암사에서 송광사에 이르는 길은 단풍으로 인해 빨갛게

물들었고 이끼낀 돌들하며 설레게 만들었다.

선암사 큰굴곡재를 넘어서자마자 그 유명한 보리밥집도 있다.

보리밥도 보리밥이려니와 동동주의 맛은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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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의 발길을 붙잡아 이틀을 내리 쉬게 한 모평헌.

파평 윤씨 9대손 종가집인 모평헌은 함평 모평한옥마을에

있는 아주 예쁜 집으로 우연히 알게되어 갔는데 진짜 내가

쉴 곳으로 정하고 여행을 하게 해준 마음에 쏙 드는 집이었다.

주인장은 물론 완전 마음에 들고 그 집의 강아지들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모평헌에 숙소를 정해두고 근처 1시간 반경안에 갈 수 있는

영광이나 용천사, 증도, 광주, 축령산, 순천..등등 이게여행의 맛이

아닐까 할 정도로 새로운 패턴을 제시해주는 집이었다.

게다가 주인이권하는 맛집과 여행지는센스있는 자만이 알 수

있다는 그런 느낌을 팍팍 주는 알뜰함이 있었다.

모평헌….잊을 수 없는 그래서 다시 가야 할…그런 곳이다.

서울서 좀 멀긴 하지만 가서 3~4일을 머문다면 못 갈 것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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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을 것 같은 소외된 도시의 빈듯한

거리를 걷는 기분도 색다른 추억을 안겨 준다.

그 곳에도 사람은 살고 구멍 난 양말을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에 몰두한 아낙과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들의 왁자함이 있다.

모평헌에서 잠을 잔 다음 날 함평 용천사와 영광 불갑사를 잇는

산책로(등산로)를 걷다보니 9월엔 꽃무릇으로 장관이라는 말이

완전 실감이 나는 곳이었다.

정말정말 아름다운 모악산이었고 그 산책로는 악~~~~너무 예뻤다.

발걸음을 계속 멈추게 하던 아름다운 산길에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아저씨들이 길을 물어도 뭔 말인지 몰라 되묻고 하던..암튼 아..

그 길..단풍과 상사화 군락지인 그 길…취하게 만들던 길.

사실 불갑산의 연실봉은 안개낀 아침이 장관이라 사진을 찍으러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그 길을 따라 6시간 코스의 등산로가

있으나 나는 일행과 떨어져 혼자 용천사와 불갑사 길을 왕복 2시간

동안 단풍에 흠뻑 취해서 걸으며 행복해마지 않았다.

서울에선 조선일보에 이타미 준의 기사가 났다고 알려왔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고 세상을 잊고 있었다.

그 산길을 헤맨 후 먹는 법성포 굴비정식..그리고이상한 체험을

한..제일 기억에 남는 재래식 해수찜.

기억에 남는 여행을 원하시는 분들..강력히 추천하고픈 재래식 해수찜.

그리고 또 이상한 고집쟁이 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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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물회를 한다는 식당은 함평 세발낙지가 아니면

손님을 받지않을 뿐 아니라 작은 식당에 손님이 한 둘

있으면 단체도 받지 않고, 1시간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아무리 사정을 해도 낙지물회는 먹을 수 없다는 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두 번이나 일부러 찾았다는 낙지물회.

아…못먹었다.

그리고 6000원 이상 값을 받지않는다는 특별한 백반집.

6000원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가격이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백수식당하며 너무나 퉁명스런 속에 정이 가득 든

해월식당 언니, 또그 한우암소 사시미…크……..죽인다.

아..할 말이 많다…진짜 많다…..무엇보다 모평헌 사장님

보고싶다. 탱자 하나 따 온다는 게 그냥 오고 말았네.

10 Comments

  1. 오공

    2012년 11월 10일 at 1:39 오전

    군데군데 환상적인 걷기 코스가 있군요
    리사님~자세한 여행담 부탁해요..저도 꼭 가보게요ㅡ   

  2. Lisa♡

    2012년 11월 10일 at 1:53 오전

    자세히 서술 따로 할테니

    참고하시압…모평헌 꼭 가….   

  3. 나의정원

    2012년 11월 10일 at 2:14 오전

    모평헌 정말 꼭 한 번 가보고 싶네요.

       

  4. 무무

    2012년 11월 10일 at 2:22 오전

    보리밥집 가셨군요 ㅎㅎ
    가마솥에 누룽지랑 숭늉도 드셨어요?   

  5. Lisa♡

    2012년 11월 10일 at 5:28 오전

    나의 정원님.

    꼭 가보셔요.
    제가 자세히 올릴께요.
    주인 아줌마가 너무 괜찮아요.
    그리고 잠도 잘 오는 집에 새소리에 잠을
    깨구요…편안합니다.   

  6. Lisa♡

    2012년 11월 10일 at 5:28 오전

    무무님.

    네—-그 가마솥 누룽지 숭늉이 추운데
    정말 뜨끈하니 좋더라구요.
    거기 너무 유명해서 돈도 벌고 건강도 얻고
    사장님은 좋으시겠더라구요.   

  7. 나를 찾으며...

    2012년 11월 11일 at 2:27 오전

    저 첫번째 군산 사거리 사진요!!!
    어나덜 포토님댁에서 흑백처리된 그 곳 같군여~

    정감 철철 넘쳐흐르는 사진
    일필휘지하시는 리사님의 글솜씨!!
    모든게 살아 꿈틀꿈틀거리는 것 같아 넘 좋아요.
    실화를 바탕으로하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우~아~~~~~
    넘 부러비^^

    사진보라고 저 부르신 고

    맞.지.요!!!ㅎㅎㅎ   

  8. Lisa♡

    2012년 11월 11일 at 2:42 오전

    저 첫번째 사진 군산 아니고

    함평에 있는 해월식당 앞 입니다.
    월야로 빠지는 작은 사거리지요.
    군산은 지나는 길에 잠깐 식사만 하고
    서울로 고고……사진이 은근 뭔가 묻어나죠?   

  9. 벤조

    2012년 11월 11일 at 4:23 오전

    송광사 40년 전에 갔었는데,
    망가지지 않았나보네?
    아이구, 그림의 떡!
       

  10. Lisa♡

    2012년 11월 11일 at 4:30 오전

    송광사야…아직도 여전히 아름답지요.

    절은 대부분 다 좋은 곳에 있지만
    송광사, 화엄사, 선운사, 범어사같은
    큰 절이 역시 위엄이 있지요.

    영주 부석서같은 절도 너무 아름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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