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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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때 낙제생이었다가 중학교 직전

우등생이 되고, 말썽꾸러기였고, 대학때는 고교때

교복을 그대로 입고 다니며 엉덩이부분이 닳자 파란

하트무늬 천을 덧대어 입고 짚신을 신거나 고무신을

신고 서울법대를 다니다가 가야금 명인이 된 황병기

선생을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쿨함과 멋쟁이에 유머까지 모나지

않게 곁들인 마음에 쏙 드는 분이셨다.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도 예상을 뒤엎는 편안함과 재치와

부드러움까지 겸비한 남자였음을 밝힌다.

김기자가 질문을 하고 황병기 선생이 답변을 하는 인터뷰

형식의 만남자리에 가게되어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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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자신이 말하는 것에 도취되어 자칫하면 말이

장황해지고 자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니 절대 말이

길면 곤란하다고 하시던 분.

누가 국악하는 학생들이나 부모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자기도 누가 조언하는 게 싫은 사람이라 남에게 조언은

하지않는다며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할 수 없다고 했다.

법대를 다녔지만 중학교부터 배운 가야금에 빠져 사법고시는

아예 생각도 않았다고. 그 연세에 어려운 외국 예술가들

이름을 척척 외는 걸 보니 예사롭지 않음이 보인다.

같이 오랫동안 앉아 대화를 해도 전혀 지루하거나 불편하지

않을 분으로도 보이고 대장암을 앓았다는데도 건강해 보인다.

2시간이 넘는 인터뷰 시간이 재미있었고 시간가는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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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을 지나다가 우연히 만난 친구가 자기 집이 거기라며

들어가자고 해 들어 간 한옥에서 왠지 오래된 악기가 있지

않을까 하며 물어보니 친구왈, 없는데 장작으로 쓰려고둔

나무판대기가 있는데 그게 악기였나..하고 가서 보니 첫 눈에

바로 범상치않은 악기임을 알고팔라고 하니 친구가 뭘 그걸

파냐고 그냥 가져가라고 해 집으로 갖고 와 줄을 달고 가야금

으로 재현시켜놓으니 명기 중에 명기가 되어 법금이라고 하는

뛰어난 가야금으로 탄생시켰다고 한다. 그 길로 그 친구에게

달려가 당시 최고가의 가야금 값을 쳐주었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뒤에 그걸 안 친구가 달라고 하면 주어야 한다며 그때

법대나온공부가 헛되지 않았다고 하셨다.

오동나무가 오래되면 대추나무 색을 띄는데 무르익은 소리가

나게 되고 가장 아끼는 가야금은 다칠까봐 연주도 않고 연주

여행때도 절대로 갖고 가지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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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만 아니라면오래도록 그 분의 지나온 세월에

얽킨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백남준과의 인연도 재미난

해석과 더불어 하셨는데 "예술은 사기다"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 라고 한 백남준의 이야기와 특이한사고와

창의력을 말씀해 주셨다. 아무래도 백남준도 황병기도

다 천재가 아니련가 한다.

한 시대에 획을 그으시는 분이다.

요즘 학생들은 연주는 잘 하는데 작곡에는 마음에 드는

작곡이 없다며 걱정이었고, 가야금을 첼로 활로 연주하거나

장구채등 여러 다른 연주기법을 직접 행하였다고 하며 그게

가야금의 전통기법 자체에만 머물지 않은 실험적, 또는 전위적

기법을 함께 연주한 분이셨고 외국에도 가야금이라는

한국 악기의 위상을 더욱 부각시킨 분이다.

말씀도 조리있게 재미나게 잘 하셔서 일어서기가 아까운 시간이었다.

김성현 기자는 10가지 질문 판을 준비해 하나씩 종이를 뜯어가며

진행하는 즐거움을 선사했는데 영리하고 선하게 생긴 외모에

누가봐도 싫어할 이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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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김진아

    2012년 11월 30일 at 2:11 오후

    와우~! 부럽습니다. *^^*

    매우, 많음으로요.

       

  2. 푸나무

    2012년 11월 30일 at 2:39 오후

    좋은 분 만나면
    나도 좋아지는것 같아요.
    좋아보이신다요 리사님.    

  3. Lisa♡

    2012년 12월 1일 at 1:35 오전

    진아님.

    부럽죠?
    부러워해도 되요~~^^*
    아주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4. Lisa♡

    2012년 12월 1일 at 1:35 오전

    푸나무님.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늙어간다면
    참으로 후회될 것 없는 삶이겠죠.
    부러운 노인입디다.   

  5. 벤조

    2012년 12월 1일 at 5:28 오전

    칫–
    언제는 70 넘으면 깩소리도 말라고 하더니…
    이제 맘 돌렸어요?
       

  6. Lisa♡

    2012년 12월 1일 at 8:05 오전

    아뇨—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 많거든요.
    어디서 강의하거나 정치하면 안되는..
    척 하면 알아들으실 줄 아는 분이라고
    아는데 끝까지 물고 늘어지시는…켁!!   

  7. 소영

    2012년 12월 1일 at 3:58 오후

    한세상 내 하고 싶은대로 살았으되..
    남이 보면 지맘대로가 아닌 **매력있고 멋진 사람~!!
    드문 사람을 만났네요..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리사님 덕분에 뭔가 환해진 느낌
    감사~~!!   

  8. 리나아

    2012년 12월 1일 at 5:34 오후

    지난 목욜 하,콘에서의 강의였군요~~
    못가봤어도 그 홀의 느낌이 그대로 느껴지는듯…^^

       

  9. Lisa♡

    2012년 12월 2일 at 2:29 오전

    소영님.

    그 분 나이도 있고
    건강하게 뵐 수 있는 날들이
    적을 것 같아…이 기회에
    뵌 것인데 참 좋은 시간이었지요.
    멋진 분이더군요.
    나이와는 상관없이 쿨하신 분.   

  10. Lisa♡

    2012년 12월 2일 at 2:29 오전

    리나아님.

    하 콘 자주 가보려구요.
    예전에 좀 다니다가 절 가지않았는데
    앞으로 스케쥴 좀 보고 다니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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