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좀…어때요?"
안 좋아, 밤새 헤맸어.
"겨우 그것 마시고?"
응. 기분좋게 마셨는데 그러네.
이틀 연달아 마셔서 그런가봐.
당신은 어때?
"난 멀쩡해요"
체력겨루기 대회나가면 일등 하겠다.
—멀쩡!
문자로 써서 보내고 나니 그 멀쩡 이라는
말이 어쩌면 그리도 좋은 말이던지.
이쁘기도 하여라.
성격도 좋아보이는 단어다.
뭐든 멀쩡하고 멀쩡하게만 산다면 정말 멀쩡할텐데.
"리사는 정말 단순해"
맞다, 나 단순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하다.
"내가 리사를 가만 겪어보니 정말 계산이라곤 없어
너무나 단순해서 진짜 속이 다보여"
그러다 뒷통수 맞을지 모르지.
—단순!
어쩌면 단어가 그리도 단순하게 느껴지냐?
좋은 것 같기도 하다가 바보같다고 느껴지기도 하다
도대체 수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그 단어의 묘함.
내숭떠는 도시 아가씨같다.
절대 시골 아가씨는 아닌.
근데 나 정말정말 단순하다, 곧 머리가 잘 안돌아간다.
아니 돌리는 거 싫어한다.
"안녕하세요? 안 계신동안 하수관이 얼어 하는 수 없이
뜯었는데 일이 번거롭게 되었죠?(머뭇머뭇)"
뭘 대수롭지도 않은 인간이 귀찮게 아는 척 하느냐는
식의 눈초리로 쳐다보는데 벌레보듯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겨울이라 .. 우린 베란다 물을 안 쓰는데 3층에 자연발생적으로
눈이 내려 쌓이고 얼었다가 녹은 물들이 지붕부터 내려와서..쩝!"
아..내일 공사할려고 사람 불렀어요.
"아~~네~~"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 철면피가 부럽다.
간혹 나는 잘못 아닌 일에도 지나치게 죄송해하는데.
그럼… 저런 인간종류는 무엇인고?
—–당당!
좀 좋게 봤던 말인데 갑자기 무식하게도 보인다.
앞으로 당당하려고만 노력하진 않겠다.
미안함이나 피해를 준 죄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는 눈빛, 아..싫다.
"지난 번 집에 오자마자 정이가 문자왔어, 리사언니
도대체 뭐냐고? 남의 심장뒤집어 놓고 간다고"
화들짝 ~~내가? 언제? 왜? 아무 기억도 없다.
알게 모르게 준 상처를 기억할 리가…으흐흑.
나를 때리고 꼬집고 하고싶어라. 우매한 인간!!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집으로 와서 잠을 청해도
그 상처받았을 사람에 대한 송구함에 또렷한 정신만이
맴돈다. 뭔진 모르지만 이유는 있었을 게다.
하지만 다른 이들처럼 그냥 좋게 말하거나 모른 척 하거나
지나갈 수 있는 일을 내가 또 못참고 콕! 짚었구나.
—-또렷!
나에 대한 단점을 누가 말하면 정말이지 또렷하게
남아 그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갑갑할 정도이다.
그런데 그 또렷이란 단어가 멀쩡만큼 좋다는것이다.
일이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않냐구.
또렷하게 살고 싶다. 멀쩡히도.단순하지만 당당하게.
벤조
2013년 1월 16일 at 7:02 오후
박수!
Hansa
2013년 1월 17일 at 1:36 오전
벤조님 박수에 한표!
같이 박수!
하하
김술
2013년 1월 17일 at 1:52 오전
자신에게 ‘당당’한 사람만이
‘또렷’하고 ‘멀쩡’한 정신 세계를 지닌다고 봅니다.
‘단순’하지만 어려운 일이고 진리가 아닐까…
뽈송
2013년 1월 17일 at 2:05 오전
단순한 사람 친다면 뽈송 만한 사람도 없을걸요..
그래서 당하기도 잘하고 상처도 많이 입지만 그게 그렇게
고쳐지는 것도 아닌 게 너무 속상타 아닙니까..?
나의정원
2013년 1월 17일 at 5:06 오전
복잡한 세상에서 리사님 처럼 단순하게 사는 것이 어쩌면 정신건강에도 좋을지 몰라요.
괜히 어떠한 문제에 봉착해 헤어나오지 못하고 결정을 못내리는 유유부단한 사람들보단 훨씬 낫답니다.
암~요“`
Lisa♡
2013년 1월 17일 at 7:30 오전
벤조님.
요즘 개봉한 국내영화 중에
‘박수건달’ 인가 하는 게 있어요.
보기 싫더라구요.
제목부터가 재미없는 향이 솔솔.
Lisa♡
2013년 1월 17일 at 7:31 오전
한사님.
박수부대가 동원된 느낌이랄까?
큭큭큭~~
저 지금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듣고 있답니다.
신이 사랑한 이라는 뜻이 아마데우스라네요.
박수 감솨합니다.
Lisa♡
2013년 1월 17일 at 7:32 오전
뽈송님.
저는 단순이 지나쳐서 상처도 잘 입지 않아요.
그러니 성찰할 기회가 줄어들겠죠?
뽈송님은 아마도 아주 좋은 착한 뜻의 단순이
틀림없습니다.
Lisa♡
2013년 1월 17일 at 7:33 오전
나의 정원님…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보다는
멋모르고..실수나 하고 말이죠.
저 좀 좋은 더 나은 인간이 되고파요.
성찰을 좀 자주해야겠어요.
Lisa♡
2013년 1월 17일 at 7:52 오전
술님.
당당할 게 없는데
당당하다보니 불상사가..
창피하네요.
늘 당당했거든요.
그런데 가만보니 무식하면서
당당한 나같은 인간들은…흑흑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거지요.
일명 무대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