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에 들어와?"
왜요?
"들어올 때 콜 해~~커피 갓 로스팅 한 거 구했어"
^^* 그럴께요.
당황스러운 친절이 주는 궁금증이 불현듯 피어오른다.
어제 그녀의 땅콩 껍질 때문일까?
나는 땅콩을 맥주 안주로 먹을 때 휴지를 깔고 껍질을
모으거나, 혹은 그릇에 까놓거나 아니면 재떨이 같은
빈그릇을 요청해서 거기에 까거나 아니면 껍질 채 먹는다.
그녀의 버릇은 껍질을 고스란히 바닥에 까서 너저분하게
바닥에 죄 깔아놓고 하등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점이었다.
그래서 한마디한 게 거슬린 듯한
표정이더니 그게 못내 걸렸었나? ㅎㅎ
들어오면서 진짜 콜을 했다.
차창을 열고 뛰어 온 그녀에게서 커피봉지를 받았다.
"빨리 먹어! 향이 달아나"
내가 어린 소년의 막돼먹은 인상을 기꺼이 쓰면서
"내일 하루종일 다~~~먹을꺼야!!!!" 하자 흘낏 장난기에
보답하는 웃음을 웃는다.
그제야 마음이 편하다.
친한 사이에서도 잠깐씩 느껴지는 이 불편한 진실.
동네 d 한의원이 있다.
한의원 원장이 섞어서 구워서 준 커피였다.
원장의 취미가 커피, 인라인 스케이트, 고전음악이다.
내가 빌려 준 DVD ‘라벤더의 연인’을 보고는
이제 바이얼린을 배우겠다고까지 하는 양반이다.
수요일엔 꼭 한의원을 쉰다.
그날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거나 타러 가고 유기농
농장에 가서 키우는 약재들을 보살핀다.
한의원에 들어서면 늘 모짜르트나 슈베르트가 흐르고
그는 우리 삼인방이 즐기는 영화와 책에 대한 관심이
지극히 많아 우리 팀에 끼고파 한다.
어떤 날은 한의원을 늘 지키는 부인과 둘이 정말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런 남자들이 많은 세상에 살고싶다.
그녀가 준, 아니 그가 준 커피를 아침에 핸드드립으로
향긋한 향을 놓칠세라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
두 잔.
남편 것과 내 것.
내가물의 분량이나 혹은 커피 분량을 잘못 계산했나
커피가 진하고 좀 텁텁하다.
물을 좀 타봤다. 그래도 마찬가지.
진한 커피였고 아주 잘게 갈린 분말이다.
잘게 갈린 커피일수록 조금만 내려도 되는 걸 너무 많이
내린게야. 내가 약간은 진한 커피를 즐기는 탓이다.
그래도 아까워서 물을 조금 섞어 마시는 중이다.
다시 내릴 때는 분량을 적게 써야겠다.
내 개인적으로는 너무 잘게 갈은 커피보다는 약간 굵은
가루를 좋아한다. 커피이야기를 하다보니 최변과 쭈니가
떠오른다. 은근 커피마니아들이 주변에 많다.
벤조
2013년 1월 20일 at 3:57 오전
커피는 남이 끓여주는게 제일 맛있더라.
Lisa♡
2013년 1월 20일 at 4:23 오전
그랬던가?
뭐든 남이 해주는 게 맛있고
특히 공짜는 더 맛있고….헤헤
김술
2013년 1월 21일 at 7:45 오전
제 주변에는 땅꽁 껍질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 없는데…
그냥 당연히 그러는 걸로 알고 있는데…
3박 5일 놀다 왔더니, 믹스 커피가 젤로 그립더군요.
입 맛이 너무 촌스러운건가?
Lisa♡
2013년 1월 21일 at 9:27 오전
3박5일요?
하루는 새웠다는 말씀이네요.
그럼 외국이라는 건데…
좋았겠다요~~~~믹스 커피요?
아 가끔 그리울 때 있는 맛이지요.
Lisa♡
2013년 1월 21일 at 9:28 오전
갈수록 촌스러운 것에
반가운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