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황금오줌이 떠났다.
처음으로 도심공항터미널에 내려주었다.
공교롭게도 한 달에 한 번 있는 약속이 오늘로
잡힌 까닭이다.
황금오줌은 좀 섭섭해 하면서 군지렁거렸지만
그나마 너무 일찍 내려주는 통에 좋아하는 PC방에
가서 놀다가 간다는 이유로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는 한 때 황금오줌 붉은 똥이었는데 요새 약간
줄여진 아이디로 불린다.
황금오줌은 그의 게임아이디로 겜을 잘 하진 못한다.
어제 대한항공에 접속한 아이디를 보니 빅두사이다
였는데 아주 오래된 아이디로 어릴 때 머리통이
너무커서 빅두라고 불렀고 사이다를 좋아해서 자신이
붙인 아이디인데 한 때 자주썼던 기억이 났다.
황금오줌은 이번겨울방학동안 번 돈 중에 엄마에게
145만원을 주고 떠났는데 가면서 남은 10만원을 주면서
축구화를 하나 사달라고 했다.
축구화를 128000원 주고 사고 연달아 광팬 맨유의
츄리닝 상의를 하나 더 사고는 만족해했다.
학교로 돌아가면 축구팀에 들거라며 아무래도 자기의
축구실력이 좋아 다들 팀을 만들거나 팀에 들어오라한다며
넌즈시 자랑질을했다.
새벽에 맨유가 다이긴 경기를 92분에 한 골 먹혔다며
아침내내 화를 뭐같이 내더니 그래도 츄리닝에 풀렸다.
황금오줌은 미국에서 들어올 때의 차림 그대로 나갔다.
다들 실내화로 알고 있는 신을 맨발로 밖에서 신고다닌다.
황금오줌이 며칠 전 벼개가 하도 더러워껍질을 벗겨
이불과 함께 빨았더니 너무나 섭섭해하며 자기가 가면
그때 빨면될 걸 미리 빨았냐고 했다.
엄마 냄새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황금오줌은 늘 내
침대에서 킁킁거리는 걸 취미로 하고 있는데 여전하다.
그 버릇 언제 고쳐질지 ..
내 침대 시트 아랫부분에 그가 어릴 때 싼 황금오줌 자국이
여전히 지도처럼 자리잡고 있는데 영역표시라며 사방에
다니며 초등학교 3학년까지 오줌을 싸곤 했다.
점점 황금오줌에서도
빅두사이다에서도 그가 멀어지고 있음을 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뭐라 섭해하긴 그렇다.
아직도 내 곁에서 킁킁거리는게 더러는 걱정도
되지만 일부러 그러는 것도 같아 보인다.
엄마에게 일종의 효도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내가 그러는 걸 워낙 좋아해서 그렇거니 한다.
나는 그 애가 치대거나 등을 훌떡까며 눈짓으로
긁어달라는 표시를 하면 마지못해 하는 시늉을
내지만 속으로는 엄청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커다란 장딴지나 발을 내게 턱 올려도 그저
웃어주고, 다리를 긁다가 털보인 그가 털 한 올을
찾아 내 손바닥 위에 가만 올려놓아도 그저 웃는다.
나는 아무래도 황금오줌의 바보인가보다.
八月花
2013년 1월 21일 at 4:07 오후
아드님이 돌아갔군요.
떠난 날, 제일 짠하지요?
웨슬리
2013년 1월 21일 at 5:40 오후
오 맨유 게임, 저는 토튼햄의 미국 선수 클린트 뎀시의 루스 타임 동점골에 열광했는데… 하하
Lisa♡
2013년 1월 22일 at 12:10 오전
팔월화님.
ㅎㅎㅎ….저는 그 정도는 아니고
반반입니다.
짠반
후련반.
ㅋㅋㅋ
그동안 녀석이 늦게 들어와 정말 수면부족으로
밤낮을..보냈거든요.
그런데 어제 푹 자려나 했더니 없으니 또 잠을 설쳤지요.
Lisa♡
2013년 1월 22일 at 12:10 오전
웨슬리님
경훈이에게 비밀로 할께요.
주먹을 쥐고 흥분하던 걸요.
92분에…..다 이긴 게임을…
Hansa
2013년 1월 22일 at 1:17 오전
아들하고 노는 리사님 보며 웃습니다.. 하하
Lisa♡
2013년 1월 22일 at 5:02 오전
이해하고도 남으시죠?
벤조
2013년 1월 22일 at 4:07 오후
황금오줌이 자기의 반쪽 붉은똥을 데려오면 어떨까?
음…까르페 디엠!
황금오줌과 붉은똥, 정말 환상의 궁합이겠다! ㅎㅎ
Lisa♡
2013년 1월 23일 at 11:30 오전
한때는 초록오줌도 있었어요.
둘째는 골드.
딸은 엔젤인데
첫째만 유독 더러운 걸 좋아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