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이이즈미 히카루 작.
작가가 슈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다.
입문단계에 늘 머물러서인지 슈만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해보거나 특별히 그의 곡만을 선별해 듣거나
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읽은 후 슈만의 ‘환상곡’을 당장 사서
곰곰히 즐겨봐야겠다는 하나의 계획이 생겼다.
클래식 음악을 약간은 이해한다고 하는 이들이 읽으면
그 맛을 더욱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슈만의 몇 곡 해설이 상세히 되어있어 감상하는 핵심을 짚어주기도 한다.
색색의 대지가 꾸는 꿈속에서
모든 소리를 꿰뚫고
하나의 고요한 선율이
은밀히 귀 기울이는 자에게 울려 퍼지노라
F. 슐레겔
아득한 태곳적, 대지에 태어난 음악은 어느 날 천공에 살고자 꿈을 꾸었고 그때
서양 음악은 고유한 음악으로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양 음악은 높이 날아올라
천체의 질서와 하나되기를 원했지만 한편으로는 대지에서 거름을 얻어야만 했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높이 날면 살을 잃고 힘을 잃어 결국 속력을 잃고 만다.
<환상곡>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음악은 천공과 대지의 꼭 중간에 있어 허공에 뜬
천체의 기하학을 가까이 느끼고, 비옥한 대지를 눈 밑에 조감하면서 기류를 타고 유유히
날아간다. 엄격한 이지의 에테르에 몸을 드러내며 대지의 은총은 잃지 않고, 끝없는
우주의 암흑 그 끝을 바라보면서 지상의 명랑한 빛으로부터는 결코 멀어지지 않는다.
실로 이 음악이야말로 ‘색색의 대지가 꾸는 꿈’속에서 태어난 은밀한 선율이며, 나는
슈만이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에 숨은 비밀을 여기에소 똑똑히 드러내고 있음을 느낀다.
결코 거창하거나 과장된 방법이 아니라, 산책하던 길에꺾은 꽃을 호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듯이.
..사람의 취향은 알 수 없다고들 한다. 마사토의 미의식은 다른 인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단적으로 마사트는 악취미이고, 그 미적 감성은
음악의 오아시스에 집중되어 그 밖에는 한없는 불모의 사막이 펼쳐져 있다. 이런 생각
도해보았는데 그럴 경우 스에마쓰 요시미는 황폐한 사막에서 서식하는, 흉측한 육식
도마뱀 같은 모습으로 머릿 속에 그려졌다..
..키가 크고, 몸집은 풍만하다고 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요컨대 퉁퉁했다. 특히 다리가
굵어 투구게처럼 커다란 무릎이 눈에 띄었고 전체적으로 무게가 나가 보였다. 피부는
확실히 하앴지만 온갖 단점을 가릴 정도는 아니었다. 다시 말해 단점의 힘이 너무 강했
다. 더군다나 그 하얀 피부색은 그늘에서 돋은 독버섯이 떠오르는 불쾌한 백색이었다.
눈은 컸지만 꽤 튀어나왔고 코는 소위 말하는 주먹코로, 넙데데한 얼굴 면적에 비해 이
마가 불쾌할 정도로 좁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입가였는데 재잘거릴 때마다 입
술이 네모지게 일그러지며 잇몸이 드러나는 모습이 천박해서 웃기라도 하면 똑바로 쳐다
보기 힘들 정도로 천한 인상이 얼굴 전체를 지배했다. 본인도 그걸 알고 신경을 쓰는지
자주 손으로 입가를 가리는 동작을 되풀이해서 더욱 보기 싫었다…
피아니스트 마사토 옆에 붙어 다니는 스에마쓰 요시미라는 여성에 대한 문장인데 재밌다.
말그미
2013년 2월 3일 at 3:44 오후
슈만이라면 ‘트로이메라이’가 생각나요.
맞죠, 슈만 곡?
그곡을 듣다가 사춘기 시절, 옆학교 남학생이
순간의 감정으로 멀리 갔었어요.
그때 소문이 여학교까지 파다했었습니다.
Lisa♡
2013년 2월 4일 at 12:06 오전
바로 위 악보…^^*
트로이메라니는 아이의 정경이라는
악보집 중에 제일 가운데 있던 7번이라던가..
뭐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