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삶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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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고아라고 했다.

아니 상좌스님의 자식으로 절에서 자랐다고 한다.

내겐 뭔가 새로운 맛을 보는 호기심마저 생겼다.

보이지않는 눈에, 뭉툭한 모습에서 편안함도 있고.

지금은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사는 많이 착한 심성을

지닌 그녀를 오랜만에 만난 ‘진’이 불러냈다.

괜히 내가 미안해지는 얼굴.

그녀는 절에서 자라면서 책은 속독하는 법을 배웠고

대부분의 불교서적은 다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같이 앉아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보다 15살은 어린데.

내가 배울 점이 많이도 보여 기죽이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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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김밥을 여러 줄 해서 나왔다.

솔직히 맛은 없었다.

재료가 고만고만한 까닭이다.

그러나 누구의 김밥보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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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능한 남편에 대한 이야기도 그저 편하게 한다.

술에 취해 들어온 남편을 보다가 연민이 불쑥이는

장면에 대한 부분도 진정으로 이야기한다.

더 배운 사람보다, 더 잘 사는 사람보다 진정으로

연민을 아는 까닭에 고개가 수그러진다.

나는 과연 어떠했던가.

내가 추측했던 것보다 팍팍하게 살고 있는 그녀.

삶에 내가 동정을 하기보다는 내게 오히려 동정을

보내야 할 판이다.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드는 겨울밤이었다.

나보다 10살이나 어린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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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아프리카.

잉글리쉬 페이션트.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를 밤새 연달아보고 가슴이 먹먹하다는 사람이 있었다.

종일 문자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본지 꽤 되었지만 나는 머리감겨주는 장면이라 했다.

그 장면을 이야기하고팠단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선 비노쉬를 보며 나를 오버랩시켰단다.

고맙게도시리.

-금지된 사랑은 왜 아름다운거야?

아쉽게 끝나니까 더욱 그리 보이는 것 아닐까요?

절제하고 고독하게 참아내야하는 그런 부분요.

그대 카타르시스를 맛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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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무무

    2013년 2월 3일 at 4:39 오전

    나이나 학력이나 사는정도나 다 다르고
    성격이나 기본 품성이나 가정교육 등이 모두 다르더라도
    왠지 그냥 통하는 사람이 있고 너무 안맞는 사람도 있고
    나보다 어려도 배울게 있는 사람은 멋있게 보이고
    나보다 어른이어도 철딱서니 없으면 그저 그렇고
    이런사람 저런사람 어울리게 되면 그속에서 조화롭게
    처신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제일 나아보이긴 합니다   

  2. Lisa♡

    2013년 2월 3일 at 4:46 오전

    무무님.

    그렇치요?
    어젠 만난 여성 둘은 나이가
    저보다 훨씬 어리고 보기엔 그리
    괜찮아보이기 힘든 스타일인데
    얘기해보니 정말 착하고 삶을 저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더라구요.
    많이 배웠답니다.   

  3. 소리울

    2013년 2월 3일 at 5:03 오전

    사람이야기 제법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주변을 둘러보면 사실 그런 사람이 많은 세상인데 우리에게 눈에 뜨이지 않을 뿐…   

  4. Lisa♡

    2013년 2월 3일 at 7:10 오전

    며칠 전엔 어릴 때 성당 사택에 살았다는
    여자 이야기 들었는데 완전 소설감이더라구요.
    성당 종 치고, 그 앞 무우밭에서 무우 뽑아먹고
    딸기 밭에 딸기를 한가득 씻어서 성당사람들과
    먹은 얘기 등… 세상에 그리 아름답게 살아 온
    이들이 많더라구요.   

  5. 말그미

    2013년 2월 3일 at 2:38 오후

    참 흔하지 않은 얘기입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하도 본지가 오래 돼서 머리 감겨주는 장면이 있었던가
    기억도 안 나요.

    ‘매디슨 카운트의 다리’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못 해본 이야기라 더 짜릿하고
    안타까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
       

  6. Lisa♡

    2013년 2월 4일 at 12:04 오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가식적인 부분도 있다고 하네요.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가정과 사랑을 동시에 다 차지하냐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항상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있으니까 말이지요.
    한참을 그걸 놓고 토론했거든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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