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은 1952년 생이다.
2006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니
그의 나이 55세로 젊은 나이에 상을 받은 셈이다.
그는 터어키 이스탄불 출신이다.
당신은 글을 왜 씁니까? 라는 질문에 그는
“저는 쓰고 싶어서 씁니다. 제가 쓴 것 같은 책들을 읽고 싶어 씁니다. 저 자신,
다른 사람들, 그리고 우리들이 이스탄불에서, 터키에서 어떤 삶을 살았고, 살고
있는지를 전 세계가 알았으면 해서 씁니다. 행복하기 위해 씁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가 세계에 알리고 싶어한 이야기가 성공적으로 알려졌으니 그는 목적을 달성한
행복한 남자이기도 하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아주 앙증맞고 귀엽게 느껴졌다.
그러나내용은 제목과는 달리 음모와 배신과 종교와 사랑에얽힌
결코 가벼운 내용의 귀여운 글이 아니었다.
오스만 제국의 세밀화를 그리는 세밀화가들의 지난한 이야기다.
읽으면서 조선시대의 화가들과 많이 오버랩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오르한파묵 특유의 서술방식이 전해져 오기도 했고, 그당시의
이스탄불 시내 모습이 나름 그려지기도 했다.
이스탄불 골목의 시장모습이라든가 술탄이 지배하는 나라는 어땠을까를
상상하면서 언젠가 가보았던 이슬람성전의 예배모습과 그 화려한 무늬와
현란한 색깔들, 그리고 신께 향한 그 갈구하는 이들의 눈빛이 떠올랐다.
..화가가 그린 소재와 화가 자신이 비슷할 거라는 생각은 나를 포함한 장인들을 전혀
모르는 자들의 생각이네. 우리를 드러내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그리도록
요구한소재가 아닐쎄. 그리고 사실 그들은 늘 같은 것을 원하지. 화가의 개성은 소재
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그림에 반영된 화가의 숨겨진 감수성을 통해서 드러나네. 그림
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빛, 인물과 말과 나무들의 구성에서 느껴지는, 손에 잡힐 듯
생생한 머뭇거림 또는 분노,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사이프러스 나무로 표현되는 바람과
슬픔, 결국은 스스로를 장님으로 만들 열정으로 벽의 타일에 그림 장식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화가의 운명과 인고의 자세…이런 것들이 우리를 말해 주는 숨겨진 표식들이
라네. 어떤 말의 분노와 질주를 그릴 때 세밀화가는 자신의 분노와 질주를 그리지 않는
다네. 가장 완벽한 말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하면서 세상의 풍성함과 그것을 창조한 이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의 빛깔들을 보여줄 뿐이지.
엘리프. 기름은 정신이 보는 것을 눈의 즐거움을 위해 재현하는 것이다.
람. 눈이 세상에서 보는 것은 정신이 허락하는 만큼 그림에 반영된다.
밈. 따라서 아름다움이란 정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눈을 통해 세상에서
다시 발견하는 것이다.
*코란 제 2장에 나오는 구절로 ‘에릴프’는 ‘알라’, ‘람’은 ‘자비’, ‘밈’은
‘영광’을 가리키는 아랍어의 머리글자.
..심장이 이상하리만치 뛰기 시작했다. 타브리지에서 그려진 묵화풍의 그림에
나오는 대리석 피부를 가진 미녀, 소년들, 가슴이 작은 가날픈 소녀들이 그려
진, 반쯤은 외설적인그림을 볼 때는 도제 시정 초창기, 그러니까 60년 전에
그런 그림을 보았을 때처럼 이마에 땀이 송송 맺혔다. 장인 대열에 낀 후, 결
혼을 하고서 몇 년이 지났을 때 화원에 도제 후보로 온 소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천사 같은 얼굴에 아몬드 같은 눈, 장미꽃 같은 피부를 지닌 그 소년을
보면서 깊은 상념과 그림에 대한 사랑을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다. 순간,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부끄러움과 슬픔이 아니라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바람과 관계가 있
음을, 그리고 장인 세밀화가의 기예는 신에 대한 사랑으로, 신에 대한 사랑은 그
가 본 세계에 대한 사랑으로 변하는 것을 너무나 강렬하게 느꼈다. 그래서 나는
품에 작업대를 안고 등이 굽도록 보낸 모든 세월과, 예술을 배우기 위해 맞았던
모든 매, 그림을 그리며 눈이 멀기로 했던 결심, 그림 때문에 겪었던 모든 고통
이 행복한 희열의 승리로 바뀌는 듯 했다. 금지된 것을 보는 것처럼 그 멋진 그
림을 조용히,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희열로 바라보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에도 여전히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볼을 타고 흘러내
려 수염 속에 파묻혔다…
주인공들인 ‘카라’ ‘세큐레’ ‘오르한’ ‘에니시테’ ‘에스테르’
‘나비’ ‘황새’ ‘올리브’..들 뿐 아니라 그림 속에 등장하는 각
‘개’ ‘말’ ‘빨강색’ ‘죽음”살인자’ 를 저마다의 목소리로 등
장시켜 새로운 특징을 부여한 작품이다.
역사소설이면서 추리소설이고 애정소설로 작가의 조국 역사에
대한 깊은 애정이 충분히 나타난다.
처음부터 살인자의 모습이 드러나지만 누군지 막판에야 알게 되
는데 나 또한 엉뚱한 이를 살인자로 착각했다.
상당히 독특하다는 걸 계속 느끼면서 읽게 된다.
신기하게도 이 책을 다 읽은 날, 아들에게서 문자가 왔다.
‘터키 어때? 열기구 타봤어?’
‘좋아, 타봤어, 왜?’
‘터키 가봐야겠어’
‘가봐’
‘터키가 너무 가고싶어’
나의정원
2013년 2월 22일 at 9:58 오전
아~
저도 이 책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터~키 한 번 가보세요.
그 무궁한 문화유산이며, 그들나름대로의 독특한 풍물에 흠뻑 젖으실겁니다.
더불어서 열기구타고 휭~
Lisa♡
2013년 2월 22일 at 10:04 오전
저야 터키 3번 다녀왔지요.
열기구도 타고 ..터키 일주만
2번,,,,,ㅋㅋ
그리스 랑 같이 한 번.
그땐 샅샅이 못봤구요.
10년 후 다시 가서 ….좀 자세히..후후
아들이 안 가봐서 가고파하네요.
안영일
2013년 2월 22일 at 1:09 오후
좋은책 이야기해주셨읍니다,
읽으며 *저희 서 편재*의 한과 장님을 생각했던
아랍 이슬람의 세밀화 많은 생각을 했던 책입니다,
Lisa♡
2013년 2월 22일 at 1:34 오후
그렇쵸?
저도 오래 전에 갖다놓고 이제야 읽었네요.
뭐하느라 바쁜지..
벤조
2013년 2월 22일 at 3:06 오후
저도 가고싶어!
갈거야!
이 책을 읽고가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그런데,
터이키 색은 블루인데…
Lisa♡
2013년 2월 22일 at 11:32 오후
이 책은 터어키가는데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세밀화를 알고 터어키 오스만 제국의 화가들
이야기라…오히려 파묵의 이스탄불?
터어키는 블루 모스크라는 이미지로
블루로 언뜻 떠오르는 건 아닌가 싶어요.
터어키는 정말 한 달 정도 일주를 하면 최상일듯.
아저씨랑 두 분이 개인적으로 가신다면 쵝오!
아..성 소피아 다시 가고프네요.
강정애
2013년 2월 27일 at 3:57 오전
리사님!
오랫만에 들어오니깐
인상적이었던 책
독후감이 올라있네요
처음부터 누가 살인자일까?
하는 추리를 한시도
놓지않고 읽게하는 책
다 읽고난 후의 마지막에 가서야
범인이 드러나는 구도
주인공 파묵의
시선과 생각들을
파파라치처럼 따라다니게 하는 책
그의 조국애와 그림에 대한 조예가
남다르기도 하지만
화가들이 그림에 대한 아집에
놀래게도 되는 책
독후감쓰기가 쉽지않았을 텐데
어려운 일 하셨네요
박수를 보냅니다
Lisa♡
2013년 2월 27일 at 4:23 오전
오랜만이네요.
정애님.
처음엔 황새가 범인으로 보였거든요.
나중에야 올리브라는 걸…ㅎㅎ
파묵도 그 스타일이 완전 있어요~~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