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앞에서 울어보지 않고 미술을 좋아한다구?
그럼 그림 앞에서 울 수 있는 사람은 왜 그러냐구?
그건 나도 몰라.
더러는 교양이 있어서라고도 하고 말야.
그런데 나 딱 두 번 울어봤다.
한 번은 이스탄불 성소피아 성당의 벽화를 보다가
그만 눈물이 뺨에서 주르르 흐르는 거야.
또 한 번은 불가리아 무슨 공원 꼭대기에 있는 교회 안,
돌에 그린 커다란 성모상이야.
공교롭게 두 번다 성모상이나 그리스도의 그림이네.
그렇다고 내가 종교적인 인간은 아니야.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뭔가 훅 끼치는 게 있었던 게야.
다들 날더러 아깝대. 울 줄도 아는데 말이야.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으로 유명해진 노래.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가사가 죽여준다.
어제 친구 모임이 있었다.
모두 6명인데 모두 온다고 해서 식사를 다 주문했는데
1명은 끝나갈 즈음 식사를 하고 왔고, 1명은 불참이고
나는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간 뒤라 별로 먹질 않았다.
물론 결과는 음식이 많이 남았다.
내가 식힌 후, 싸달라고 했더니 누가 집에 개가 있느냐
물었다. 다들 까르르~~웃었는데 시큰둥하게 내가 말했다.
개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있다고.
나는 어딜가나 음식이남으면 싸서 온다.갖고 와서 더러
못먹고 버릴 때도 있긴 하지만 거의 다 먹는다.
음식이 남으면 아깝기도 하고 한 끼 충분히 되는데 왜
그냥 버려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다들 내게 이상한
시선을 주곤한다.나는 그들이 이상하게 보인다.
조미료도 넣지않아 담백한 맛에 두 끼나 해결했다.
들어오는데 경비 아저씨가 나에게 뭔가를 가르킨다.
보니 시들시들해진 냉이다.
제법 크다.
"이 거 뭔 나물이라는데…"
"네““냉이잖아요"
갖고가서 먹으란다.
어쩐지 땡기지 않더라만 그래도 첫냉이라 갖고 왔다.
물에 뿔려 씻고 또 씻고 탱탱하게 살려놨다.
오늘 저녁 국거리로 안성맞춤인데 어느 새 저리
냉이가 자랗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하우스도 아니고 이젠 나도 슬슬 밖으로 나가 캐봐?
우리집 앞 산과 뜰엔 쑥, 냉이, 민들레, 돌미나리,
돌나물, 깨나물들이 바글거린다.
그 중에질 많은 게 돌미나리와 돌나물이다.
움찔움찔, 신나기 시작한다.
김술
2013년 3월 15일 at 1:34 오전
새파란 풀잎이 물에떠 흘러가듯
그렇게 청춘도 갑디다…
열아홉 시절이 황혼속에 슬프다지만
웬지 황혼의 경치가 좋아지는 나이가 됩디다.
봄이 되는 낌새가 보이니
더더욱 노랫말도, 노래도 땡깁니다.
그림 앞에서 운다…
전 생각도 못 할 일이군요.
리사님은 예술적 감성이 많으신 것 같아
가끔 부럽기도 하답니다.
글구 남은 음식 싸오는거 대찬성!
돈낭비도 안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뽈송
2013년 3월 15일 at 1:48 오전
모처럼 들려 Lisa님의 글을 읽어보는데 갈수록 글의 질감(?)이 좋다고 느껴지네요.
나도 글 쓰는 스타일을 바꿔보려고 하는데 지금 그 모델이 Lisa님의 글이지요.
아주 얄미울 정도로 글의 부드러운 감촉이 세월이 갈수록 진하게 다가옵니다.
언젠가 강의비를 지불하고서라도 한 수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기도 하답니다.
그런 그녀에게 초콜릿을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다니 말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Lisa♡
2013년 3월 15일 at 1:49 오전
술님.
맞쬬?
제가 그렇답니다.
음식물요..그런 의무라다가 싸오지요.
글고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 간다는 말이
인생이 비유되곤 한다네요. 멋없음.
근데 저는 저기 신작로, 청노새, 성황당
이런 단어가 재밌고 정이 가요.
가사가 씹을수록 맛이 우러나요.
그리고 박시춘 작곡가도 정말 대단한 분이구요.
Lisa♡
2013년 3월 15일 at 1:52 오전
뽈송님.
봄이네요.
칭찬일색의 댓글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고맙습니다.
언젠가 강의료를 제가 드리고 들어야지요.
나이가 들어도 글이 가볍고 수준이 있다면
금상첨회겠지요.
무거운 글은 정말 남지도 않고 읽히지도 않아요.
경쾌하되, 유머있고 풍자와 멋이 깃들기가 어렵죠?
벤조
2013년 3월 15일 at 3:19 오전
저 제설차 사진…좋네요!
Lisa♡
2013년 3월 15일 at 10:53 오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제살작업이라네요.
북해도 제설작업 배우러 많이들 온대요.
그래서인지 다니는데 불편함은 없더라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