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관.
현대문학신인상 수상작.
어떻게 보면 가까운 지인과의 관계 땜에 읽게 된 책.
오랜만에 만난 남성다운 소설이다.
김훈이 끊임없이 떠오르던 건 문장일까?
일주문.
문없는 문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뜻하는 바는
더 깊은 것이었으나 일단 시대는 세조가 왕위를 차지하고
오대산으로 행차를 하는 시기이다.
배경이 자연 오대산과 월정사, 상원사이다.
절에 가면 먼저 만나서 통과하게 되는 문없는 문.
문없는 문으로 들어간 이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읽는데 애 먹었다.
돌고 도는 역사 속에서 돌고 도는 죄를 지으며 사는 게
사람의 본모습이라고 한다.
역사의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 하지않는다면, 석가 공맹들
처럼 성인의 말씀을 어기지 않고 그대로 행한다면, 그것은진정한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없다며 만약 다들 그리 산다면
모두가 성인이나 부처가 되었을 것이고, 또 모두가 성인이고 부처인
세상은 그 얼마나 재미없을 것인지를 말한다.
그렇게 잘못하고 용서하고 돌고도는 것이 세상이다.
정치나보편적인 삶이나 할 것 없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어느 누구에게
옳은 길이 다른 이에겐 그릇된 길이거나평생마음의 감옥에 살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누가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겠는가.
이 책에서는 조카를 죽인 세조의 괴로움과 거기에 동조한 신하와
옳은 길이라고 판단한 신하, 그리고 더러운 세상을 떠나 산으로 와
숨어 언젠가 자기 손으로 그 자를 죽이리라고 벼르는 자들이 있다.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닌 세차게만 살아온 사람들. 같은 뿌리에서 태어나도
세차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사람. 죄를 지었다고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인간 또한 언제나 그 삶은 고달프고 두렵기 마련이다.
같은 사건을 놓고 제각기 다른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난 누구의 생각이 옳고 그른지 모르겠구나. 저들 각자가 알고 있는 지식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지식에 비해
얼마나될까. 나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 무수한 나무 스치는 바람 밤하늘의
별들 개미들 다람쥐들 오소리들 빈대들 구더기들 돌멩이 바위 물고기 진딧물 등 존재하는 것들은 저리 많은데
나는 저들 중 한 가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겠구나. 부처님도 다만 연기, 즉 모든 현상은 원인인 인과 조건인 연
의 상호 관계에서만 존재할 뿐이라고 했는데, 저들은 똑같은 원인에 저리 맞이하는 결과가 다르니 그것도 의심
이 되는구나. 그러나 나는 세상은 그냥 존재만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너도 그냥 세상에 존재한 것 뿐이었다.
저 숲 속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같이 마음을 비우고, 안분지족하며 욕심없이 사는 삶
이야말로 옳은 삶이라 하지만 …..
작가가 무엇을 터득했나..
글에서잊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에 씌운 겸손의 가식을 지우거라. 자연은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지도, 흐르는 대로
그냥 있지도않는단다. 다만, 할 수 없어서그렇게 있을 뿐이지.할 수 없기에 치열한 생존만 있을 뿐이란다.
존재만이 진실이다…이 문장에 콱 박혀 버렸다.
작가는 그런 걸 터득하느라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냈을까?
새롭고 신기한 단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신선하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읽는데 애 먹었고 오래 걸려 읽었다.
작가 허관은 글을 쓰기 위해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듯 하다.
그런 그의 열정 또한 부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