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는 것도 아닌데 목구멍이 계속 타고 쬐여온다.
목소리는 잠겨서 이젠 나오지도 않는다.
밤새 페리에를 4병이나 마셨다.
땀을 흠뻑 내고나면 주로 아픈 게 낫는다고 하는데 이번
감기는 계속 땀을 빼고 잠을 자도 낫질 않는다.
잠도 푹 잘 수 없는 게 목이 찢어지는 것 같아 계속 물로
축여 줘야해서 제대로 잠도 잘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침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콧물이 줄줄
흐르는 것도 아닌 마른 목감기라할까?
감기도 이젠 종류와 태도를 달리하고 있다.
어지간한 감기에는 끄덕도 않던 나 또한 변하고 있다.
쪼르르~~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내 창가에 빨간 머리와 빨간 꼬리를 가진 딱따구리가
자주 보인다. 나무를 계속 쪼다가 자리를 살짝 옮겨서
또 쪼금쪼다가 어디론가 날아가는데 아주 예쁘다.
원래 딱따구리는 나무를 쪼는 소리가 딱딱딱하고 나서
딱다구리이라고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 말이
그게 아니라 그 새 자체가 울 때딱딱딱딱한단다.
진짜 맞다는데 과연 맞을까?
그렇다고 잡아서 들어볼 수도 없고 남편 말이 맞겠지?
지난 번에 내게 덤벼들던 귀여운 새는 어치같다는데
어치가 본래 좀 대차고 아주 귀엽다고 한다.
갈수록 순둥이들 보다는 약간 별난 것들에 매력을?
인간이 인간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때론 실망 하기도 하고 사람이 싫어지기도 하지만
마음에 맞거나 매력적인 사람을 보면 다시금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랄까 분주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10명을 만나 한 명 건지면 잘 건지는 것이지만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인간형이 있길 마련이다.
아무리 멋져보여도 다른 이에게는 하품이날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게는 반짝이는 눈빛을주기도 한다.
나는 요즘 반짝이는 눈빛을 주는 이들을 몇 만났다.
아직은 알아가는 단계이지만 아주 신나고 재밌다.
끼리끼리 멋쟁이들이 주는 호기심은 상당하다.
사람도 옷도 먹는 것도 그 모든 것의 가장 추구하는
스타일이 편한 것으로 귀결되어지는 요즘…나의
가장 편한 얼굴을 거울로 보다보면 누군지 깜짝
놀라게 된다. 어느 새 변해버린 그러나 가만보면
그대로 나이가 들어버려서이지 여전히 나인 걸.
문득문득 세월이 주는 놀라움이 있긴 하다.
친구의 사진을 보다가 같이 손잡고 찍은 남자가 세
상에 다름 아닌 그 옛날 우리가 같이 놀고 깔깔거리던
그 남자? 어느 새 늙수그레 변해버린 남자의 모습에서
어디를 봐서 그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까? 변해도 저리
변하나 싶어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나를 보고 다른 이들도 저렇게 생각하겠지. 슬프다.
끔찍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이 삶이려니.
김진아
2013년 4월 7일 at 2:01 오후
가장 자연스럽게…
세월따라 얼굴에 새겨지는 모습이 평범해지고 평안해진다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은 없을거라 봅니다.
자연스럽게…결국은 자연의 한 축인 것을요. 사람 역시도..
리사님의 자연스러움 그 자체가 가장 아름다우세요.
상,중,하…층을 나누고 보고 층으로 사람을 대하는 무수한 사람들 속에서..
참으로 드물게 참된 사람들을 볼 수 있게 해주신 점.
전, 리사님께 그 부분에선 너무 큰 배움으로 감사드립니다.
Lisa♡
2013년 4월 8일 at 12:11 오전
진아님.
상중하 층이 어딨어요.
세상에 살다보면 그런 게 무의미하다는 걸 알게되더라구요.
그렇게 게층 간의 금을 긋고 사는 사람들 별로 행복하진 않아요.
다만 말이 통하는 이와 안 통하는 이들은 있더라구요.
바라보는 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거지요.
그냥 자연스레 늙어간다지만 그래도 거울 보다가 문득문득 놀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