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가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탔는데 기사할아버지가
방금 손흔들고 배웅한 이가 딸이오? 했단다.
팍 기분이 상한 K씨는 9000원이 나온 택시비를
팁을 줘서 10000원을 줄까 하다가 그냥 거스름
1000원을 기어코 챙겨서 받았다며 투덜댄다.
내가 의기양양해질까봐 아무 말 하지않으려다가
다른 얘기 끝에 했다며 우스개 삼아 말한다.
뭐..저요~~아직 어딜가면 다 40대 초반으로 봐요.
역시 의기양양 잘난 척의 끝을 보이는 나다.
말이 나온 김에 李가 옆에서 자기도 하얀 머리만
감추면 20년을 어려본다나 어쩐대나…우린 둘 다
아무 말도 않고 못들은 척 했다.
그리고는 얼마나 웃었는지 역시 젊어 보인다면
누구나 할 거 없이 다 좋아한다는 결론이다.
K씨 시동생이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아내가 외국서 미처
귀국을 빨리 못해 열 살 연상의 누나가 돌봐줬는데 언제
간호사분이 지나는 말로 "부인에게 ㅇㅇ해달라고 하세요"
멘트를 하자 시동생이 기분이 팍 상했었고, 그 누나의 자
형과 이발소를 갔는데 누나보다 더 연상이니 거의 15살은
많은텐데 이발소 주인이 친구분은 이리로 앉으세요~~라
했다며 짜증난다고 마구 투덜대자 옆에서 가만 듣던 K씨
남편왈, "너는 겨우 그것 갖고 그러냐?" 하더란다.
말인 즉, 자기는 87세의 노모와 병원에 있는데 남편분
잠깐 오세요~~하더란다. 그 말에 완전 터졌다.
너무나 그 그림이 상상이 되면서 웃겨서 내가 깔깔 넘어
갔다. 그 노모는 언제나 자기가 60인 줄 아는 사람이다.
지금 87세인데 어딜가면 누가나 자기를 60으로 밖에 안본
다며 늘 말도 안되는 자랑을 일삼는지라 익히 알고 있는데
아들에게 남편이라 했으니 그 기고만장을 어쨌을까나.
일주일 간격으로 조영남 콘서트와 그 유명한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콘서트를 관람하게 된 나는 한 번은
그 젊음에 놀래고 한 번은 노래를 부른건지 그냥
커다란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갔다 왔는지 구별이
안되는 지경이다. 조영남은 정말 60세라고 해도 믿어
지고 이글레시아스는 가수맞나? 할 지경인 것이다.
두 사람의 나이 차는 2살이다. 그 2살에 그렇게 차이
가 난다는 말인가. 이글레시아스는 제대로 노래를
한 곡도 하지 않았고 전부 주변의 섹소폰이나 세 명의
섹시하게 생긴 중창단 가수가 다 불렀다. 자신은 단
한 번의 가창력도 발휘하지 않아 결국 중간에 많은
이들이 나가버릴 정도로 비참했다. 그 옛날의 여성들
심금을 울리고 감미로움으로 자극하던 남자가 말이다.
나이가 주는 충격이라기엔 조영남은 너무 다른데 말야.
오빠가 우리 아이들 그네를 밀어줄 때 아이들 친구들이
옆에서 너네 할아버지니? 했다. 또 아랫집 남자를 보고
우리 아이들도 늘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하얀 머리 탓
인데 많은 이들은 잠깐의 이미지로 그 사람의 나이를
그냥 규정지어버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여행 중에 큰언니의 흰머리 때문인지 날더러 딸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면 언니는 기가 찬다는 표정.
하지만 누가봐도 하얀 머리의 할머니와같이 있는 나는
딸로 밖에 보이지 않고 나이 차도 거의20년이 나다보니
당연히그리 볼 수 있다. 작은 언니의 경우는 나보다꽤
나이가 있음에도 다들 친구로 본다. 어려 보이기도 하고
머리가 까맣고 눈이 반짝거리기때문이다.
어젠 동네에서 같이 공연을 보고 500CC맥주 한 잔을 하며
K씨 남편의 스토리로 완전 하루를 웃음으로 바꿔놨다.
신실한 마음
2013년 4월 13일 at 3:13 오전
나이에 비해 젊고 어려보이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한 사실인 줄은 몰랐습니다.세월이가면 다 늙어가는 것이 외모입니다. 저는 내 나이에 비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늙게 보아서인지 잘 외출과 모임에도 가지않습니다. 대머리와 뚱뚱한 몸매가 나이를 더 들게 보이기 때문입니다.반대로
제 와이프도 자신보다 어리게 보인다며는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아파트 이웃들과 e/l에서 만나서 인사겸하는 젊어보인다는 공치사 멘트를 정말 좋아합니다.
아마 삶의보람을 조금 더 젊어 보이는 것에 두는 것 같아서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벤조
2013년 4월 13일 at 4:38 오전
수줍어 하는 것이 젊어 보이는거랍니다.-푸나무
Lisa♡
2013년 4월 13일 at 7:17 오전
신실한 마음님.
ㅎㅎㅎ
그냥 지나가면서 웃고 마는 멘트이기도 하지요.
뭐 그닥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들어보이면 그건
좀 스트레스이기도 하겠네요. 하지만 명랑한 성격으로
대처를 한다거나 유머로 대처한다면 훨씬 나아질 것
같은데요~~~아내 분이 즐거워한다면 그것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런지요.ㅎㅎ
Lisa♡
2013년 4월 13일 at 7:17 오전
벤조님.
명언입니다.
まつ
2013년 4월 15일 at 1:43 오전
홀리오 이글레시아스가 공연을 그랬군요.;;
전에 나나 무스꾸리도 그러더라구요.^^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허밍만 하더라는…..
그래도 70 노인이니 다 감안하고 봐야하나 그랬고,
1부 끝나고 우리 팝페라 가수가 노래를 했는데
관중들이 비로소 좋아하고 박수를 신나게 치니깐
2부 시작하면서 사회를 본 이종환씨가
나나 무스꾸리가 왜 초대가수한테 박수를 더 쳐주냐고 했다면서
제발 박수 좀 많이 쳐달라고 하더라구요.ㅡㅡ
너무 재미없어서 끝까지 안보구 나왔는데,
초대권이 아니었으면 원통할 뻔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의 생리적인 나이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몸도, 목소리도, 옷도, 그 나이를 따라가는 게 순리같구요.
겉으로만 인사로 뻔한 찬사을 주고받으며
씁쓸하기도 하지요.
자기 나이보다 더 어려보이고 싶은 것도
한편으로는 젊음에 대한 집착이지요.
자연스럽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봄 보내시길요.
뽈송
2013년 4월 16일 at 4:34 오전
나는 내게 딱 맞는 연령층이 꼭 40대라고 하는데도
주위사람들이 분수를 알라고 손가락질만 하네요.
그런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그걸 아직 모르겠단 말씀입니다.
더 늙어지면 알게 될라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