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로운 한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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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버린 살들의 쓸쓸함과

남겨진 뼈들의외로움…이라고

누군가 자신의 詩에 썼다.

아니?

사랑을 버린 살들의 쓸쓸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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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히스토리를 배우며 미술사에 푹 빠진 아들이

계속 문자다.

프리다 칼로와 리베라 디에고를 이야기하며

잭슨 폴락을 말하기도 하며 꼭 내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뭐 이거 알지도 못하가다가는 무식한 엄마가 될

판이다.

칼로와디에고가 좌파였다는 말도 빼놓치 않는다.

단순하게 받아들이거나 단순하게 대답하기가 곤란한 질문이지만

나는 너무 행복해하며 굳이 질문에 답하기도 한다.

오늘은 불쑥 인상파 화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또 난처한 질문을 해댄다.

새로운 미술의 길을 연 혁명가들이 아닐까 해.

라고 짧게 대답하고마는 엄마.

아들은 본래 현대미술에 빠졌다가 요즘 인상파에 빠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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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 만난 커다란 바위에 내리쬐는 햇살처럼.

길에서 우연히 보게 된 삶이 고단한 아줌마의 무표정한 얼굴.

하릴없이떠도는 개.

몸에 꽉 끼는 옷을 유행처럼 입고 나오는 기상캐스터.

누군가 말한 오래된 주막처럼.

아직까지 나무 끝에 매달려 새잎이 나오는걸 지켜보는 지난 해 단풍잎.

할머니 얼굴에 낀 검버섯처럼.

그렇게 오후는 권태롭다.

간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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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환히 보이는 이가 있는가하면

아무리 봐도 싫지 않지만 알 수 없는 속을 가진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알고싶지도 않으면서 친하게 지내고픈

의외의 매력을 가진 이들도 있다.

갈수록 사람은 보이고 관계는 좁아진다.

내 주위에는 사람이 끓다가 나의 복잡함에

다들 스스로 물러나버리곤 한다.

나에게 단순하고 천박하다고 표현한 남자가 있었다.

나는 그가 싫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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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김술

    2013년 4월 24일 at 8:06 오전

    오늘은 권태로우실만큼 한가하시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좀 생소하다고나할까…암튼 봄이 가는 오후의 권태는
    곧 다가올 여름의 뜨거운 열정을 상상케하십니다.
    연분홍 치마처럼 벚꽃잎들이 석촌호수가에 휘날리고 있군요.
    짧은 봄을 아쉬워하며…   

  2. Lisa♡

    2013년 4월 24일 at 9:31 오전

    방금 나가서 봄나물을 잔뜩 캐고
    들어왔습니다.
    정말 평화로움을 몸으로 솔솔하게
    느끼면서 말입니다.
    이런 권태 정말 권하고 싶어집니다.   

  3. 오스칼

    2013년 4월 24일 at 1:18 오후

    단순하고 천박하다" 는 말을 한 사람의 솔직하고 직선적인 말이 넘 맘에 드네요~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란 생각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요?
    다른 사람들한테 단순하게 보인다는것이 가식없이 보였다는 느낌이 들어 싫지만은 않네
    요 ㅎㅎ
       

  4. Lisa♡

    2013년 4월 24일 at 2:45 오후

    오스칼님.

    그렇죠?
    저도 그런 거 들어도 기분 안나빠요.
    그 사람이 술 마시고 농담처럼 한 말일 뿐 아니라
    그 말 속에 저의 한 부분이 들어있다고 늘 생각하곤 하지요.
    그렇다면 또 고치면 되고.
    천박하다는 말이 기분이 상당히 나쁠 수도 있지만 제가
    그리 안봤는데 대화 도중에 개그로 천박한 표현을 할 수도
    있잖습니까?   

  5. 벤조

    2013년 4월 25일 at 2:39 오후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하고 천박하다’는 말은 좋은 말이 아닙니다.
    술김에 그렇게 말한 사람이 단순하고 천박한겁니다.
    나는 리사님을 좋아해요.
    복잡하고 고귀해서.ㅎㅎ

    봐요,
    오늘처럼 잠시 멈추니까 뭐가 막 보이잖아요?
    바위, 햇살, 아줌마 얼굴, 꽉 낀옷, 지난해 단풍…
    알라뷰 리사!

    그리고, 참,
    아들땜에 행복한 리사, 부러워요.
       

  6. Lisa♡

    2013년 4월 26일 at 3:38 오전

    벤조님.

    한창 아름다울 벤조님 댁 근처의 공원이 가보고 싶어집니다.
    저 사실 엄청 단순합니다. 그 말은 나쁜 말이 아닌 듯…
    천박하다는 말은 좋은 말은 아니고 기분나쁜 말이지만 제가
    그냥 웃어넘길 수 있어요. 제가 구사하는 언어가 어쩌면
    그럴 수 있잖아요…시중에 떠도는 유머같은 거…그렇게
    생각하는 이는 그럴 수 있거든요..그래서 이해하지요.
    나 자체가 천박하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에 넘길 수 있구요.
    ㅋㅋㅋ
    고귀하진 않아요. 인간 자체로 개개인이 다 고귀하지만.

    네—좀 릴렉스하게 지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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